안중근 의사가 서거한 지 거의 100년 만에 뤼순 감옥에서 처형된 뒤 행방을 알 수 없는 안 의사의 유해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금방이라도 안 의사의 유해를 찾을 것같이 법석을 떨고 있는데요. 하지만 유해 발굴에 회의적인 전문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때문에 누가, 무엇 때문에 잠자는 안중근 의사를 깨우는가가 궁금할 수밖에 없는데요 <시사인>(2008년 3월29일/28호)이 이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를 깨우는 주인공은 국가보훈처, 안중근의사숭모회, 안중근의사기념관건립위원회, 조선일보라고 합니다. 정부는 안 의사 매장지로 추정하고 있는 곳은 뤼순 감옥 뒤편에 있는 현재 해군기지 군수기지창 내부의 야산입니. 이 지점은 당시 뤼순 감옥 소장의 딸인 이마이 후사코 씨(사망)가 안 의사의 관을 감옥 뒷문을 통해 운반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에서 비롯됐습니다.

▲ <시사인>(2008년 3월29일/28호)
안중근 의사를 깨우는 이들…국가보훈처 안중근의사숭모회 조선일보 등

이마이 씨는 소학교 시절 1~2년을 뤼순 감옥 관사에서 생활해 감옥 생활과 주변 정황을 잘 알고 있었지만 몇 가지 따져볼 대목이 있습니다. 우선 팔순 노인이 8~9세 때 경험한 기억을 되살렸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구요, 무엇보다 이마이 씨의 증언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거의 없다는 점이죠.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마이 씨의 말을 거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고, 언론도 열심히 받아 적고만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정한 안 의사 묘지 위치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중근 의사 관련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신운용 박사는 “안 의사의 유해를 후문을 통해 운반했다는 기록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안 의사 묘지가 뤼순 감옥의 동쪽 언덕의 감옥묘지 터라는 학설을 뒤집을 근거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교수는 “안 의사의 유해가 묻힌 장소는 역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이렇게 중대한 사실을 20년 넘게 묻어두었다가 이제 와서 불을 지피는 것은 기념관을 짓기 위한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지적합니다.

사실 그동안 북한에서 안 의사 유해 발굴을 여러 차례 시도했는데 모두 실패했다고 합니다. 정부와 안중근의사숭모회 등이 갑자기 안 의사 유해를 찾겠다고 서두르는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는데요, 민족문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적 인물을 부각해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설친다. 이번 정권에서는 안 의사를 우상화해서 기념관을 만들고 각종 이권 사업을 하려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윤원일 사무총장은 “유해 발굴 사업이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북한이 더 잘 안다. 때문에 요즘 안 의사 유해 발굴 추진은 정치적인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윤원일 총장은 “정부와 숭모회가 안 의사 정신을 계승하려는 노력은 없이 기념관 건립과 유해 발굴 등 물질적인 부분에만 매달린다. 안 의사 유해를 당장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여론을 만드는 것은 성금을 모아 기념관을 크게 지어 장사를 하겠다는 꼼수로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겨레21, ‘원-스톱 지원센터’를 알고 계시나요

‘원-스톱 지원센터’라는 것을 혹시 알고 계십니까.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신분 노출과 신변 위협 등을 우려해 가해자를 신고하는 일이 드물고(평균 6.1%), 피해자에게 의료·상담·수사·법률 등 무료 통합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사회적인 인식에 따라 지난 2005년부터 설치된 기관입니다. 이 소식을 <한겨레21>(2008년 4월1일/703호)이 전하고 있습니다.

▲ <한겨레21>(2008년 4월1일/703호)
‘원-스톱 지원센터’는 지난 2006년 전국 14개 시도에 15곳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경기 지역은 두 곳). 대형 병원 응급실에 설치돼 있어 신속한 의료적 처치를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특징입니다. 또 여성 경찰관, 상담사, 행정요원, 전담 간호사 등이 24시간 대기하고 있어 표현력이 부족한 어린이나 도우미가 필요한 장애인, 2차 피해자인 피해자 가족도 ‘맞춤형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증거 채취 및 피해자 진료·치료는 전액 무료이구요, 상주 여성 경찰관이 피해자가 안정된 심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장소에서 진술 조서를 작성하고 녹화해, 이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두 번 세 번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고통을 덜도록 했습니다.

법률 상담은 물론 300만원 한도에서 무료로 민·형사 소송 지원을 해주며,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와의 만남을 거부하는 피해자에게는 형편에 맞는 보호시설을 연결해줍니다. 피해자 신원은 철저히 보호합니다.

지난해 전국에 있는 ‘여성·학교폭력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에서 도움을 받은 성폭력 피해자는 5701명입니다. 전년도 2868명에 견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인데요. 경찰에 신고된 성폭력 피해사건이 1만5326건(2006년 기준)인 것을 보면, 대략 3분의 1이 넘는 피해자가 긴급 지원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뒤집어 해석하면 3분의 2 가까운 피해자는 어떤 이유로든 이 시스템에서 소외돼 있다는 그런 얘기죠.

성폭력 피해자들 중 1/3 정도가 긴급 지원 받아

경기 지역의 한 원-스톱 지원센터 상담사는 이런 얘길 합니다. “대부분의 센터에서 동시에 돌볼 수 있는 피해자 수는 최대 2명이다. 피해자 신원 보호를 위해 시간대를 겹치지 않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인력과 규모로는 ‘무조건적인 홍보’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실제 지난 2월 설 연휴에 앞서 전국적으로 홍보한 ‘1339’(응급의료 지원센터)는 문의가 폭주하면서 상담원이 다섯 건에 한 건 정도만 가까스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딜레마인 셈이죠. 중요한 것은 ‘잠재적 피해자들’이 여전히 원-스톱 지원센터의 존재조차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화여대 정문에서 캠퍼스 안으로 이어지는 벽 근처에 이 학교 학생회 학생들이 붙여놓은 현수막이 있습니다. 뭐 이런 내용이라고 하네요.

“학교는 언제나 공사 中, 이번엔 정문.”
“올해도 등록금 7.7% 고지, 알고 보니 ECC는 종합상업시설세트.”

대학, 지성의 전당? NO! 상업시설의 전당!

▲ <뉴스메이커>(2008년 4월1일/768호)
지난 2004년 공사를 시작한 ECC(Ewha Campus Center)는 이달 초에 완공됐지만, 정문 앞은 차량 진입로를 만드는 인부들과 공사용 자재, 학교를 출입하는 학생들이 뒤얽혀 여전히 부산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거듭되는 공사와 대학 내 상업시설 진출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데요 이 소식을 <뉴스메이커>(2008년 4월1일/768호)가 전하고 있습니다.

학교 측에 따르면 하부 2층은 주차장으로, 상부 4층은 일반 시설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종합상업시설세트’라는 학생들의 비판에 빌미를 제공한 것은 지하 4층에 들어서고 있는 시설들입니다. 지하 4층에는 현재 교보문고, 캐논 출력실, 편의점 GS25, 강남의 유명 꽃매장 Soho&Noho, SKT World가 개장했고, 앞으로 다이어트 카페 닥터 로빈, 영화관 씨네큐브, 스타벅스, 피트니스 센터, 유명 베이커리 등이 속속 입점할 계획입니다.

캠퍼스에 상업시설이 들어오는 데 대해서는 학교와 학생들의 시각이 여러 지점에서 엇갈립니다. 그 시설들이 학생들의 편의를 증진시킬 것이라는 게 학교 측의 주장이라면, 학생들은 소비 심리를 부추겨 자신들의 지갑에서 더 많은 돈이 나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특히 학생들은 학교 내부에 상업시설을 입주시키겠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학생들은 “정문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이 학교 안에 왜 들어와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열람실, 동아리방 등 학생들을 위한 자치공간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대학이 민간자본을 과감하게 끌어들여 상업시설을 짓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부산대학교의 경우 효원이앤씨와 ‘민간투자 사업협약(BTO)’을 맺고 2009년 2월 완공을 목표로 효원문화회관이라는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효원문화회관 건축공사는 사업비 1215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로, 완공되면 지하 4층 지상 7층 규모를 갖추게 됩니다.

하지만 속내를 따져보면 ‘문화회관’이라는 이름과 달리 캠퍼스의 상업화라는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대학 측이 ‘학내 구성원을 위한 편의복지공간’이라고 밝힌 이 건물 지하 3, 4층에는 주차장, 지하 1, 2층과 지상 1, 2층에는 패밀리 레스토랑, 의류점, 서점 등의 쇼핑 매장, 지상 3, 4, 5층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롯데시네마), 6층에는 평생교육원, 7층에는 병원이 들어설 계획이기 때문이죠.

민간자본 끌어들이는 대학들, 속내는 ‘재정난 타개’

부산대가 대학 상업화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건물을 짓는 데는 재정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학의 자구책이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대학 규모가 확장되는 상황에서 부족한 자본으로 학교에 필요한 각종 시설을 짓기 위해서는 민간자본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인데요, 부산대 캠퍼스 기획관리본부 관계자는 “국립대와 사립대 몇 군데가 우리 학교를 방문했다”고 밝혔습니다.

고려대가 ‘고엑스’(고려대 코엑스)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캠퍼스 내에 각종 프랜차이즈점들을 입주시킨 후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이 고려대 캠퍼스를 따라가고 있는 데요, 이와 비슷한 양상이 전국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셈입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대학 지주회사 설립이 허용되고 학교 기업의 사업 금지 업종이 102개에서 19개로 줄어들면서, 학교가 스스로 기업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서 이 같은 추세는 아마 대세로 형성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학의 상업화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아무리 거세더라도 한 번 캠퍼스에 자리 잡은 시설들은 꾸준히 고객을 늘려가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많은 대학이 그것을 입증하고 있는데요, 이런 현상이 확대되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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