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 연속 K리그 팀이 '아시아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해 많은 축구팬들에게 익숙해진 FIFA 클럽월드컵. 올해는 전북 현대가 아쉽게 우승에 실패해 3년 만에 '남의 잔치'를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 무대에 나간 '아시아 챔피언'은 한국 축구팬들에게 '나쁜 팀'으로 낙인찍힌 카타르 알 사드였습니다.

그 알 사드가 FC 바르셀로나와 가진 클럽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0-4로 대패했습니다. 알 사드는 15일 저녁,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경기에서 전후반 동안 슈팅 1개만 기록하는 답답한 경기를 펼친 끝에 바르셀로나에 몇 수 아래 실력만 드러내고 완패하며 3-4위전으로 내려갔습니다. 알 사드의 중앙 수비수 이정수는 90분 풀타임을 뛰며 무난한 활약을 펼쳤지만 팀 완패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을 한 경기였다고 하지만 알 사드는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두터운 수비전술을 선보이며 바르셀로나의 위협적인 공격력을 막아보겠다고 했지만 바르셀로나의 빠르고 유연하게 이어지는 패스플레이와 벼락같이 터진 슈팅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선수들의 개인기까지 더해 알 사드 수비진을 농락한 바르셀로나는 시종 여유 있는 경기 운영을 펼쳤고, 전후반 각 2골씩 넣으며 4-0 대승을 거뒀습니다. 경기 중간, 바르셀로나 공격수 다비드 비야가 정강이 골절 부상을 입어 피해를 입은 것이 '옥에 티'였을 뿐 바르셀로나는 '세계 최고 클래스'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고, 반대로 알 사드는 '아시아 챔피언'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낮은 경기력으로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 전북 현대 (사진: 김지한)
알 사드의 경기를 지켜보며 만약 알 사드 자리에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만났던 전북 현대가 있었다면 하는 생각도 가져볼 만 했습니다. 물론 경기 결과는 바르셀로나가 이겼을지 모릅니다. 기본 선수 클래스나 전술적인 완성도 역시 바르셀로나가 전북보다는 한 수 위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알 사드처럼 쉽게 무너졌던 수준의 경기 내용을 펼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바르셀로나의 공격 축구에 전북 특유의 '닥공(닥치고 공격)축구'로 맞불을 놓았다면 의외의 흥미로운 경기가 펼쳐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많은 골을 먹더라도 색깔을 유지한 축구로 뭔가를 보여주면서 전북 현대라는 팀을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알 사드의 색깔 없는 축구, 무기력한 패배는 혀를 차게 했고, 전북 현대는 이번 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이 다시 한 번 뼈아프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비록 이번에 K리그 팀이 클럽월드컵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최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 팀들이 강한 전력을 과시하면서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AFC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경기력에서 아시아 최고 리그'라는 호평을 자아내게 했고, 금전적인 보상 또한 따라왔습니다. 여기에 FIFA 클럽월드컵이라는, 선수들에게는 꽤 의미 있는 경험을 가져볼 만 한 매력적인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도 얻어 전북 현대(2006년), 포항 스틸러스(2009년), 성남 일화(2010년)가 나섰습니다. 올해는 알 사드의 '비매너 침대 축구'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꾸준하게 AFC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아시아 챔피언 자리에 오르고 클럽월드컵에서도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팀의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고, K리그의 우수성을 더 널리 알리는 계기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에는 올해 이루지 못했던 아시아 챔피언을 다시 이루는 한 해가 돼야 할 것입니다. 공교롭게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에 도전장을 던지는 팀은 이미 AFC 챔피언스리그와 좋은 인연을 맺은 팀들입니다. 전북 현대, 성남 일화는 우승 경력이 있고 울산 현대 역시 '아시아 깡패'라는 별칭을 얻으며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팀이었습니다. 비록 플레이오프를 통해 출전 자격을 얻을 수 있기는 하지만 포항 스틸러스 역시 2009년 '파리아스 매직'으로 아시아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야말로 '엄선된 팀'들이 펼칠 새로운 정상 도전이 될 전망입니다. 내년 일본에서 열리는 클럽월드컵에는 꼭 K리그 팀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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