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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 사태 사과 "징벌적 손배제 힘"최용문 변호사 "이례적인 사과, LA조선일보 소송 가능성 때문"…기자협회장 "과잉입법"
송창한 기자 | 승인 2021.07.05 17:11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가 일러스트 사태와 관련해 1개면을 털어 해명과 사과에 나섰다. 선례와 비교해 보면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필요성을 역설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LA조선일보에 해당 기사와 일러스트가 그대로 사용돼 징벌적 손배제를 도입한 미국에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조선일보가 이례적인 사과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언론보도와 징벌적 손해배상 긴급토론회'에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의 최용문 변호사(법무법인 예율)는 "기존 태도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1일 조선일보 <[단독] "먼저 씻으세요" 성매매 유인해 지갑 털어>와 24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 트위터

이어 최 변호사는 조선일보의 사과가 이례적인 이유로 LA조선일보 기사에 대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손해배상 청구 검토를 거론했다. 서권천 미국 SLG APC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는 지난달 24일 SNS에 "LA조선일보 조국 전 장관 부녀의 '성매매 삽화' 만행은 미국법에 무지해 스스로 지옥문을 연 격"이라며 "수익계약과 소유권에 따라 약간 다를 수 있으나 LA는 물론 조선일보 본사까지 미연방 법원에 피고인으로 불러들여 천문학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썼다. 조 전 장관은 해당 글을 SNS상에 공유하며 "법리적 쟁점과 소송 비용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최 변호사는 자신이 진행 중인 조선일보 손해배상 사건을 설명했다. 그는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기사를 3차례 게시했다. 판례에 비춰보면 형사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민사 손해배상도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조선일보는 이미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되었고 소장을 송달받아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사들을 여전히 수정하거나 삭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가 우리나라에도 있다면, 조선일보가 이 같은 명예훼손성 기사를 게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게재했다고 하더라도 소송이 제기되면 즉시 삭제하며 합의를 시도했을 것"이라며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조선일보 28면

최 변호사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가 정치·자본 권력의 소송 제기와 관련된 예외규정을 제대로 둔다면 언론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언론시민사회 등에서 지적하고 있는 징벌적 손배제 도입의 문제점 중 하나는 '전략적 봉쇄소송' 가능성이다. 언론보도 피해자를 구제하는 취지의 제도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정치·자본권력의 봉쇄소송 남발로 이어져 언론의 자유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보수야당·언론에서는 '언론 재갈물리기'라며 원천적인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최 변호사는 전략적 봉쇄소송과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없는 상황에서 쿠팡이 몇몇 비판기사들에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다는 것으로 전략적 봉쇄소송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민사소송 제도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얘기다. 

이어 최 변호사는 정치권력의 봉쇄소송 가능성에 대해 '국가나 지자체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청구한다고 해도 기각이 명백하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해법이 있다고 봤다. 해당 개정안은 '정무직공무원 및 그 후보자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기업 및 그 주요주주, 임직원에 대한 허위·조작보도에 대하여는 그 피해자를 해(害)할 목적이 있는 경우에 한정하여 적용한다"는 예외규정이 있다.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일반 민사 손해배상과 달리 '고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는 경우로 요건을 한정하고 있고 김용민 의원안의 경우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으로서 ▲취재원 발언 허위·왜곡 인용 ▲법률위반 ▲정정보도 미표시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 등을 한정했다며 "충분히 언론윤리 관점에서 수긍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최 변호사는 김 의원 안의 예외규정 대상인 '정무직공무원 및 그 후보자'의 퇴직 후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정무직공무원 및 그 후보자 또는 그 직에 있던 자'라는 식으로 개정한다면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언론보도와 징벌적 손해배상 긴급토론회' (민주당 오기형 의원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일선 기자들은 언론중재위원회만 불려가도 위축된다"며 입법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은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고, 과잉입법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처럼 언론피해자에 대한 구제제도가 잘 되어 있는 나라가 없다. 언론중재위에 걸려 있을 때 민사와 형사 모두 처벌이 가능하다. 현행법으로도 상당한 제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미국의 예를 많이 말하는데, 미국은 영미법 체계에서 징벌적 손배제가 있지만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다"며 "그런데 형사와 민사가 있는데도 징벌적 손배제를 또 도입한다는 건 마땅히 과잉입법"이라고 했다.

또 김 회장은 "어떤 것이 허위조작정보인지를 따질 때 애매한 점이 많다는 점에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만약 위헌소송이 제기된다면 명확성의 원칙 부분에서 우려가 제기된다"고 했다. 허위조작정보를 가르는 법적 기준이 여전히 불명확 해 진위여부를 사법부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토론회 발제라면 찬반양론을 내놓고, 찬반 토론이 되어야 하는데 이미 결론을 내놓고 토론을 하는 게 아닌가, 입법과정의 요식행위가 아닌가 우려스럽다"면서 "지난 1년 간 정작 중요한 언론개혁 쟁점은 놓친 채 국민정서에 기대 기자들을 응징하겠다는 감정의 발현으로 징벌적 손배제 얘기만 되고 있다"고 여당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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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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