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가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공정 경쟁'을 직격했다. '20대 남성의 분노'라는 블루오션을 발견한 정치인이 과거 자신의 입장을 뒤바꿔 엘리트주의를 설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조선일보 김윤덕 주말뉴스부장은 칼럼 <[태평로]이준석의 '공정'에 반대한다>에서 "분명한 한 가지는, 낙선을 거듭해온 0선(選) 정치인이 '블루오션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대남의 분노'"라고 썼다.

조선일보 5일 <[태평로] 이준석의 '공정'에 반대한다>

김 부장은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 2018년 미투, 2019년 n번방에 분노하며 결집한 20대 여성들이 장혜영·류호정 같은 의원들을 배출하며 정치 세력화로 나아갈 때, 20대 남성들은 남초 커뮤니티에 모여 울분과 욕설을 내뱉었을 뿐"이라며 "이 때 '난 너희편!'이라고 외치고 나선 게 이준석이다. 그 분노를 호랑이 등 삼아 제1야당 대표에도 올랐다"고 분석했다.

김 부장은 "뜻한 바를 이뤘으면 '갈라치기'도 멈춰야 하는데 일자리 부족, 치솟는 집값 등 20대 남성들의 고통이 여성과 할당제 탓이라는 '빗나간 분노'를 그는 방관한다"며 "여성 취업률과 성별 임금 격차가 OECD 최하위 수준이고, 코로나로 직장 잃은 남성이 3만명, 여성은 10만명에 이른다는 보고가 연일 나오는데도 '여자라 차별받은 적 있느냐?'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비판했다.

김 부장은 2012년 이 대표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하며 쓴 책 '어린 놈이 정치를?'과 2019년 중견정치인으로서 쓴 책 '공정한 경쟁'을 비교했다. "여성의 정치 참여를 위해 5:5로 성비를 맞추던 비례대표 공천을 7:3이나 8:2로 맞추자"면서 비상위권 대학이나 지방대 학생들이 겪는 불평등한 현실에 분노했던 이 대표가 7년 뒤 "여성 비례대표 50% 할당제는 실패했다"는 엘리트주의를 설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부장은 "세계적 기업들이 다양성을 최고 가치로 여기고 필사적으로 준수하려는 건, 여성과 유색인종을 동정해서가 아니다. 백인·남성·엘리트들만 있어서는 조직의 창의가 말살되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치명적 손해를 입기 때문"이라며 "반대로 성적과 능력으로 줄을 세우겠다는 이준석의 ‘공정한 경쟁’은 20% 엘리트들에게만 해당한다. 경기장에 진입할 수조차 없는 나머지 80%는 외면한 ‘그들만의 리그’"라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이 대표에게 "이념 정치, 계파 정치 타파엔 박수를 보낸다. 90도 ‘폴더 인사'도 신선했다. 그러나 표를 위해 남녀 갈등을 부추기진 말아달라"면서 "당장 추미애씨가 '페미에 반대한다'며 숟가락을 얹지 않던가. 공정만큼 공존도 중요하다"고 썼다.

조선일보 주말섹션인 [아무튼, 주말]은 이 대표 당선 때부터 '이준석표 공정 경쟁'을 지적하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 당선을 '청년 혁명', '신-구 대결', '이준석 바람' 등으로 세대론에 기반해 평가하는 조선일보 논설위원실과는 달랐다.

이 대표 당선 다음날인 12일 조선일보 [아무튼, 주말]에 <여성 할당제가 20대 남성들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착각>이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조선일보는 여성 할당제가 공적 영역에서 일부 고위직에 한정해 적용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임시조치라는 전문가 의견을 보도했다.

같은날 기사 <이대남 업고 혁신 돌풍 이어가겠다? "바보야, 문제는 20대 여성이야>에서는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의 진짜 문제는 20대 남성이 아니라 20대 여성이다. 지난 몇 년간 보수 정당을 지지했던 20대 여성 대다수가 이탈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0대 남성을 등에 업은 이준석 돌풍이 지금 당장은 보수의 외연 확장처럼 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보수를 기존 이미지에 더 가두게 만드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기점으로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는 20대 여성 국민의힘 지지율에 대한 분석이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 안팎의 분석 등을 더해 20대 여성에게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똑같은 꼰대"라고 썼다.

지난 3일 기사 <넥타이도 못매는 이 남자… 'AI혁명' 최전선에 서다>에 여성 공학도를 지원하겠다며 모교인 카이스트 전산학과에 1억원을 어머니의 이름으로 쾌척한 조경현 뉴욕대 컴퓨터학과 교수(36)의 인터뷰가 게재됐다.

조 교수는 '여학생만 후원하는 것도 특이하다'는 질문에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컴퓨터과학 분야엔 젠더(性) 불균형이 심각하다. 그런데 AI에서는 '젠더 균형'이 더 중요하다"며 "편향된 데이터는 알고리즘을 반복해 거치면서 편향성이 증폭된다. 여성과 소수 집단에 배제되면 점점 더 배제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어머니 이름으로 장학금을 기부한 이유에 대해 조 교수는 국어교사였던 어머니의 출산 후 경력단절에 대한 죄송함과 감사함을 언급하며 "혹시 여자 후배들이 저희 어머니처럼 출산과 육아 때문에 일을 관둘까 고민하게 된다면, 이 장학금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한번 더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조 교수는 "정말 제가 지금까지 온 데는 '우연'과 '운'이 참 많이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에 대해 김 부장은 "이준석 대표와 동갑이자 카이스트 출신 공학도다. 그러나 차별에 대한 인식과 해법은 전혀 다르다"면서 "자신의 성공은 '우연과 운 덕분'이라고도 했다. 과학고-하버드-청년 대표로 이어져온 자신의 스펙이 오로지 ‘노력과 실력 덕분'이라는 이준석 대표와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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