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치꾼' 이재명 1위 탈환이냐 vs '초보자' 윤석열 1위 수성이냐" (서울신문)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선출마 선언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선언과 내용·형식 측면에서 대비를 이루며 언론의 분석대상에 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의식한 '비대면 영상 출마선언'은 지지층을 한 데 모아 출정식을 마친 윤 전 총장과 비교된다. 윤 전 총장은 '정권교체' 당위만 강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조선일보 등 주요 보수언론에서는 이 지사 발언 중 경제성장책에 방점을 찍으면서 현 정부의 실패한 경제정책과 차별화를 하지 못한다면 '문재인 시즌2'라고 각을 세웠다. 국민의힘측은 이 지사 출마선언에 "경제 망친 여당후보다. 문재인 시즌2"라고 평가한 바 있다.

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개인 SNS 등을 통해 대선 출마선언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조선일보는 2일 사설 <출마 선언 이재명 지사, 文 정부와 다른 성장 비전 뭔가>에서 "이 지사는 앞으로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일자리, 집값, 불공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넘어설지 명확한 대안을 제시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며 "이를 보여주지 못하면 '문재인 시즌 2'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새로운 발상과 투자를 옥죄는 규제, 철옹성 노조, 비합리적인 법령들이 여전한데 어떻게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나"라며 "문 정부는 규제 강화와 노조 기득권 보호, 비합리적인 법령 양산으로 역행했다. 이날 이 지사의 출마 선언은 진정 대전환인지, 문 정부 시즌2인지 애매했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론에 대해서는 "이렇게 막대한 돈이 드는 정책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가"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이재명 출마 선언… 포퓰리즘 우려 씻고 안정·절제 보여야>에서 "경선 기간부터 솔직하게 조국 사태나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게 정도(正道)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동아일보는 이 지사가 '사이다 화법'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인지도를 쌓아왔지만, 동시에 '포퓰리즘' 우려도 커져 왔다면서 기본소득정책을 예로 꼽았다. 또 동아일보는 "이 지사가 이날 밝힌 '억강부약'도 인기 영합을 위한 편가르기로 변질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포퓰리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게 관건"이라고 썼다.

이 밖에 <경제 앞세운 與 대선주자들, 지난 4년 실패서 배워야>(한국경제), <이재명 출사표, 기본소득에 의문 여전>(파이낸셜뉴스), <'뉴딜' 내건 이재명, 이념 벗어나 실용·성장 추구해야>(서울경제) 등 보수경제지는 현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이 지사의 성장론에 일종의 '우클릭'을 촉구하고 있다.

2일 조선일보,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그러나 이 지사의 메시지와 그간 정치 행보에 비춰보면 보수언론의 주문과는 거리가 멀다. 현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이 지사의 주장 일부를 왜곡·부각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지사는 1일 오전 7시 30분, 직장인 출근 시간에 맞춰 개인 SNS와 유튜브를 통해 14분 가량의 대선 출마선언 영상을 공개했다. '억강부약' '대동세상' '기본소득'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을 주요 키워드로 내세우는 한편 '규제 합리화' '강력한 경제부흥책' '공정성장' 등 성장론 강조에 상당 시간을 할애, 외연 확대를 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다른 언론은 대권주자 1·2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과 이 지사의 선언을 비교분석하는 데 집중했다.

한국일보는 기사 <이재명, 윤석열과 '확' 달랐다... ①실적 부각 ②단출한 비대면 출마선언>에서 이 지사에 대해 "자신의 '업적'을 한껏 부각해 '정치 신인' 윤 전 총장과 차별화했다"며 "사전녹화한 영상을 통해 선언문을 조용히 낭독한 것도 기성 정치인들의 '세몰이' 출정식을 그대로 따른 윤 전 총장과 대비됐다"고 분석했다.

한국일보는 '비대면 영상 출정식'이 코로나19 방역 우려를 방지하고, 이 지사가 강조하는 '실용' 이미지를 부각시켰다고 했다.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슬로건을 통한 업적 부각에 대해 한국일보는 "정치 신인으로서 정책 역량에 대한 물음표가 따라다니는 윤 전 총장과 극명히 대비되는 지점"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윤 전 총장에 대해 "자신을 '정권 교체 도구'로서 각인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주지 않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 이준희 고문은 칼럼 <대통령의 자격>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진짜 우려'는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나 정책비전 부재가 아니라 출마선언문에서 느껴지는 '날것의 분노'라고 했다. 이 고문은 "분노는 생산력 없는 자기파괴적 정서"라며 "검사 아닌 대통령으로선 도리어 위험한 자질"이라고 했다.

이 고문은 이 지사에 대해선 "윤석열을 여지없이 아마추어로 만드는, 프로다운 경험과 비전이 단연 돋보이는 '과연 이재명다운' 선언문"이라며 "그러나 그 역시 앞으로 남은 기간에 기존의 전투적 강성 이미지를 상당 수준 벗겨내지 못하면 '유능한 행정가' 이상의 신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일 서울신문, 한국일보 지면 갈무리

중앙일보는 온라인 기사<"억강부약" 선언문 홀로 쓴 이재명···7번 '그것' 외친 尹과 달랐다>를 보도했다. 윤 전 총장의 '그것'은 '정권교체'를 말한다. 중앙일보는 "4000여 자 분량의 선언문에서 각 분야에 걸친 자신의 비전과 지향점을 비교적 자세하게 제시한 것에 대해선 '정권교체'에만 목소리를 집중시켰던 윤 전 총장과의 차별화에 방점을 둔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기사 <'정치꾼' 이재명 1위 탈환이냐vs'초보자' 윤석열 1위 수성이냐>에서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이 살아온 배경, 정치 경력, 정책 지향 등에서 정반대의 길을 걸어 왔다고 평가했다.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물로 인권 변호사 출신인 이 지사가 성남시장·경기지사 업적을 부각하며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27년 간 검사로 살아온 정치 신인 윤 전 총장과 차별화를 꾀했다는 분석이다.

경향신문은 윤 전 총장 출마선언에 대한 이 지사 평가를 담은 기사 <이재명 "윤석열, 특수과외로 국정 열공한다는데 될까">를 보도했다. 이 지사는 1일 국회 시도지사 간담회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 출마선언에 대해 "미래에 관한 얘기를 했으면 어땠을까. 과거 얘기를 안할 순 없지만, 그렇게까지 많이 하시나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특수과외까지 받으며 열공하신다고 하는데 국정이 그렇게 호락호락 쉽게 익혀서 되는 길이 아니다"라며 "좀 더 열심히 공부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 지사의 향후 과제로는 도덕성 검증 절차가 꼽힌다. 한겨레는 "당내 지지율 1위 주자라는 고지를 선점했지만, 검증이라는 '넘어야 할 산'을 앞에 두고 있다"며 "이 지사를 끊임없이 괴롭혀 온 '의혹의 사슬'은 △친형 강제입원 의혹 △석사논문 표절 의혹 △여배우와의 스캔들 의혹 △조직폭력배 연루설 등이다"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 지사를 둘러싼 이런 의혹들은 여러차례 반복해서 언급된 것들이다. 여러차례 수사와 재판을 거치면서 이를 버텨낸 바람에 이 지사의 '맷집'은 더 단단해진 면이 크다"면서 "하지만 '여권 1위 대선주자'에 대한 검증 칼날은 더욱 매서워질 수밖에 없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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