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탁종열 칼럼] 오늘(7월 1일) 중앙일보는 <노조, 산재 예방 손놓고 있다가…사고 터져야 나타난다> 기사에서 산업 재해 예방을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 책임을 지적했습니다. 중앙일보의 이번 보도는 6월 28일 기사 <중대재해법 처벌 피하려, 바지 사장 앉히고 면피용 지시 남발>에 이은 특별취재팀의 연속 보도입니다. 산업재해는 노동자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역힐은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로 산재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업종인 금속노조와 건설노조의 주요한 활동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중앙일보의 이번 보도는 산재 발생의 근본 원인을 숨기고, 기업에 대한 처벌을 피하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지난 4월 발생한 고 이선호 씨의 죽음과 관련해 중앙일보는 항운노조의 노무관리권을 거론하면서 노조가 안전 관리 책임도 지는 것이 순리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무리한 주장입니다. 고용노동부는 고 이선호 씨 사망 사고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면서 원청인 ‘동방’의 책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7월 1일 중앙일보 <노조, 산재 예방 손놓고 있다가…사고 터져야 나타난다> 기사

고용노동부는 원청인 ‘동방’의 안전 예산은 매출의 0.04%에 불과했고, 안전 교육과 보호구가 미비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사망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게차 사용과 중량물 취급시 작업계획서도 없이 작업했고, 매년 안전보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정, 예산, 업무 분장 등 세부 추진 계획의 미흡 등 구조적 문제를 확인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17일부터 18개 항만을 특별감독해 193건의 산업안전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습니다.

중앙일보는 건설 현장도 사실상 노동조합이 노무관리권을 갖고 있지만, 노조의 안전 관리 광경은 찾아 보기 힘들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보도는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 보도입니다.

올해만 4번째 산재 사망이 발생한 태영건설의 경우 2011년부터 올해 3월까지 23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 결과 안전보다 비용과 품질을 우선하는 기업 분위기가 근본 원인으로 밝혀졌으며, 안전보건 목표가 미비하고 안전 교육과 안전 점검이 형식적으로 운영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11년부터 57명이 산업재해로 숨진 대우건설은 2019년 6명, 2020년 4명, 올해도 2월과 4월에 2명이 사망했습니다. 특별감독 결과 개구부 덮개와 안전난간 미설치, 낙석 방지 조치를 실시 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안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이뿐 아니라 산업재해 보고 의무 위반, 현장의 안전보건관계자 미선임 및 직무교육 미이수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110건 적발됐습니다.

올해 3명이 산재로 사망한 현대건설은 2018년 4명, 2019년 5명, 2020년 4명 등 2011년부터 올해 3월까지 51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특별감독을 통해 안전보건관리체계가 구축됐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필 계획입니다. 대표이사와 경영진의 안전보건관리 인식·리더십과 회사의 안전관리 목표, 인력·조직과 예산 집행체계, 위험요인 관리체계, 종사자 의견수렴, 협력업체의 안전보건관리 역량 제고를 위한 본사 차원의 대책 여부를 확인한다고 합니다.

중앙일보는 정부 조사 결과 5곳 중 한 개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조차 꾸리지 않았고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위촉된 건설 현장은 0.9%에 불과하다고 보도했지만, 이 또한 노동조합에 산재 책임을 돌릴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노동건강연대에 따르면 2020년 6월부터 2021년 5월까지 870명의 산재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공통점은 대부분이 하청업체에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구의역 김 군,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평택항 이선호 등 최근 산재 사망의 공통점은 ‘위험의 외주화’입니다. 모두가 이윤의 논리에 따른 비용 절감으로 발생한 죽음인거죠.

5월 24일 인천 남동공단 유류탱크 제조업체에서 일하다 사망한 금속기계 제작을 하는 이 모 씨 사업장은 한국콘베어공업(주) 공장이지만 소속은 직원이 4명이 전부인 대동산기입니다. 사고 크레인은 한국콘베어공업 소유지만, 대동산기는 공장 일부를 임대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면서 죽음의 사각지대가 된 겁니다.

지난 해 5월 20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창사 이래 현대중공업에서 사망한 산재 사망자를 전수조사 했습니다. 46년간 466명이 일하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달에 한명 꼴입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1974년에서 1986년 사이에 한 해에 수십명이 숨지는 등 현대중공업은 산재왕국이었습니다. 하지만 1987년 노조 결성 이후 산재 사망자는 일부 시기(1995년~1997년)를 제외하고 급격히 줄기 시작했습니다. 노조의 역할이 산재 사망을 줄인 겁니다. 하지만 2005년부터 하청노동자의 산재 사망이 정규직보다 많아지기 시작해 2014년엔 산재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모두 하청노동자였습니다.(관련 기사 원문)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노동안전실 B부장은 참여와혁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내하청은 하도급 계약을 하더라도 안전 보호구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요. 회사도 인력수급이 잘 안 되니까 폴리텍대학 같은 곳이랑 협의 체결해서 정규직도 아니고 사내하청에 채용할 수 있게끔 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하고 있어요. 젊은 인력을 더 싼값에 쓰는 거밖에 안 되거든요? 결국 현대중공업에서 사고가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는 거죠”라며 2019년 법인 물적 분할 여파가 중대재해로 돌아왔다고 증언했습니다.(관련 기사 원문)

중대재해가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집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앙일보의 보도처럼 노동조합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일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하청업체는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 아닌가요?

영국의 ‘로벤스보고서’는 산업 재해를 예방하는 유력한 방법으로 ‘노사 자율적인 관리 시스템’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요? 우리는 보편적 노동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매우 천박한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현장 안전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가장 잘 안다. 하지만 노동자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때가 잦다"며 "그런 의미에서 하청 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를 온전히 보장해야 한다. 안전 등과 관련한 확실한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람이 죽고 나서야 시행하는 안전보건감독, 과태료 처분이 아닌 중대재해 예방에 목적을 두고 구조를 바꿔가야 한다”는 거죠.(관련 기사 원문)

중앙일보가 연이은 보도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기업에 대한 처벌을 멈추라’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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