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성폭력범죄 사건 관련 재판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유발하는 신문이나 진술을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은 지난달 30일 성폭력 범죄, 아동·청소년대상 성폭력 범죄에 대한 재판 심리를 진행할 때 유·무죄 인증과 무관한 피해자의 성적 이력에 관한 진술·신문을 제한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사진=연합뉴스)

현행 형사소송법 제299조는 "재판장은 소송관계인의 진술 또는 신문이 중복된 사항이거나 그 소송에 관계없는 사항인 때에는 소송관계인의 본질적 권리를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일명 아청법) 제25조는 1항은 수사기관과 법원, 소송관계자가 피해자의 나이나 심리상태, 후유장애의 유무 등을 신중히 고려해 심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격이나 사적 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규정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의 성적지향이나 성 경험, 성 병력, 평판, 성폭력 고소·성매매 관련 기록 등 성 이력 등과 관련한 신문이 제한없이 이뤄져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이뤄지고, 사건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게 송 의원 지적이다.

지난해 부산 성폭력 피해 지원단체 '미투위드유' 지원단이 성폭력 재판 157건을 모니터링한 결과, 성폭력 피해자의 80% 이상이 재판에서 2차 피해를 경험했다. 그 중 60%는 가해자 변호사의 피해자 증인신문 과정에서 피해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의 과거 성생활이나 품평 등을 근거로 피해자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을 펼치는 사례가 가장 많았다. 2018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판장에서 발생하는 2차 가해로 성폭력 피해자 28%가 재판을 포기했다.

미국의 경우 피해자 성관계 이력의 증거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증거가치가 큰 경우에만 허용된다. 영국의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소인의 성적 품행에 관한 어떤 증거도 제출할 수 없다. 반대 신문 시 질문도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의 관련성 등이 인정될 때에만 질문이 허용된다.

송 의원은 "피해자의 성적 이력에 관한 진술 또는 신문을 제한하도록 함으로써 사회적 편견과 부정적 선입관을 배제하고, 수치심과 공포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한다"면서 "사건 수사와 재판 절차에서 피해자의 인격이나 명예가 손상되거나 사적 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함에도 우리사회가 여전히 피고인의 방어권을 이유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유발하고 있다는 것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