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사장 선임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보고 있다. 정연주 사장의 경영 책임론에 대해 정치적 해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조가 모씨를 옹립하려 한다는 억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합은 항간에서 얘기하듯 한나라당의 이중대가 결코 아니며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새 사장이 선임돼야 한다고 본다."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사옥 ⓒ미디어스
28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21세기 KBS의 현실과 전망'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윤형혁 정책실장은 "KBS가 중대 기로에 서 있는 만큼 정 사장으로는 미래를 헤쳐나갈 수 없다고 본다. 편성 조정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 또한 무능의 한 측면"이라고 비판했다.

윤 실장은 "지난해 정치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수신료 현실화에 실패하고 KBS를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한 아마추어적 경영도 일부 있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 사장 임기 보장하는 것이 정치적 독립의 상징처럼 얘기되는 것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토론을 마치면서 "노조의 입장은 분명하다. KBS가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권에 밀착한 인사가 KBS 사장으로 선임된다면 KBS 노조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전북대 김승수 교수의 질문에 대해서도 윤 실장은 "이명박 정권 탄생에 기여한 인물에 대해서는 저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막겠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독립된 사장을 선임할 수 있도록 제도화 투쟁도 같이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승수 교수의 "MBC가 민간에 매각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윤 실장은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이다. 국민들에게 무료 보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MBC와 선의의 경쟁을 해왔고 앞으로 더 확대돼야 한다고 보는 만큼 MBC 민영화에 대해서도 언론노조와 연대해서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KBS 노조, 소적에 매몰돼 대적 못봐"…"밖에서 역할하기 어려워"

KBS본부 윤형혁 정책실장의 토론에 앞서 전북대 김승수 교수는 "KBS 노조가 소적(작은 적)에 매몰돼 대적(큰 적), 즉 정권과 그 뒤의 재벌을 못보고 있다. 대표적인 방송사 노조가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에 언론노조와 시민단체, 학계도 힘을 받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온 YMCA 신종원 시민중계실장 또한 KBS 노조에 대해 보다 확실한 입장을 표명해줄 것을 요구했다. 신 실장은 "사람은 주장과 그에 따른 행동으로 신뢰할 수 있는데 지금 KBS 노조는 그 정체를 잘 모르겠다. 공영방송의 대표적인 주체들이 행동하지 않으면 밖에서 역할을 하기가 참 어렵다"고 노조를 에둘러 비판했다.

발제자인 영산대 이진로 교수 또한 "경영진과 구성원은 상호 대립과 갈등의 악순환 대신 대화와 토론을 통해 상생의 선순환을 추구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KBS 내부 분열에 따른 어려움을 구원해줄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언론정보학회(회장 강상현)과 한국PD연합회(회장 양승동)가 주최하고 한국방송인총연합회(회장 양승동)가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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