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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팽 2’, 이민자 소년의 사적 복수는 어떻게 '사회적 정의'가 되었나[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1.06.29 19:40

[미디어스=이정희] 6월 1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뤼팽> 파트2는 아버지를 잃은 소년 아산이 어떻게 '괴도'로 성장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파트1의 엔딩. 아들 라울의 생일, 아들과 생일이 같은 뤼팽의 원작자 모리스 르블랑을 기념하여 <기암성>의 모티브가 된 에트르타의 촛대 바위로 아산(오마르 시 분)과 아들 라울, 전 여친 클레르가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즐거웠던 그들의 여행은 라울의 납치 사건으로 변모한다. 킬러를 보내 자신의 비리를 추적하던 여기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거부 펠레그리니는 그녀와 함께 자신을 위협했던 아산의 목숨마저 거두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산과의 대치에서 역부족이었던 킬러는 아산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그의 아들 라울을 납치하는 편법을 택한다.

이민자 소년, 도둑이 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뤼팽> 파트2 [넷플릭스 제공]

지난 1월에 공개된 <뤼팽> 파트1은 부푼 꿈을 안고 프랑스로 이민 온 아산 부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펠레그리니의 운전기사로 일하던 아산의 아버지가 펠레그리니의 함정에 빠져 목걸이 절도 사건의 주범으로 몰리고, 결국 목숨까지 잃게 되는 '전사'를 보여줌으로써 아프리카 이민자인 소년이 복수의 방법으로서 '괴도'가 되는 과정을 설득했다. 

이제 두 번째 파트로 돌아온 <뤼팽>에서 아산은 사랑하는 아들 라울을 펠레그리니에게 납치당하고, 그 자신조차 생명의 위협을 당하는가 하면 경찰에게 체포되기도 한다. 파트2는 예의 '뤼팽'식으로 그 난관을 헤쳐나가는 지금의 아산과, 과거의 아산을 교차하며 힘없는 이민자 소년이 '괴도'가 될 수밖에 없는 개연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남편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아산의 아버지를 이용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도 협력할 수밖에 없었던 펠레그리니의 아내는 아산을 사립학교에 보내는 것으로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려고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뤼팽> 파트2 [넷플릭스 제공]

백인 학생들의 사립학교에 온 이민자 흑인 소년 아산. 하지만 아산은 학교 공부의 지루함을 그저 아버지가 남긴 <괴도 뤼팽>을 읽는 것으로 달래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아산은 그의 유일한 친구인 클레르가 부서진 바이올린으로 인해 교내 콩쿠르 기회조차 놓치게 되는 걸 보고 도와주고자 한다. 하지만 바이올린 공방의 주인은 돈만 내면 누구라도 빌릴 수 있는 바이올린을 아산이 백인 소년이 아니란 이유로 거부한다.

대놓고 가해지는 편견. 이는 펠레그리니가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걸이를 '사기' 치기 위해 성실한 이민자 아산의 아버지를 찜한 것과 다르지 않은 시선이다. 펠레그리니의 사주를 받은 경찰 뒤몽이 이민자에 대한 이런 편견을 이용하여 아산의 아버지를 범인으로 몰아간 과정 또한 다르지 않다. 

그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기회를 빼앗기고, 범죄의 표적이 된 아산과 아산의 아버지. 아산의 아버지는 자신의 억울함을 뤼팽의 작품을 통해 아들에게 전한다. 하지만 아산은 달랐다. 아버지가 남긴 <괴도 뤼팽>은 그에게 성경보다 더한 '삶의 교과서'가 되었다. 뤼팽을 독파한 아산은 자신에게, 그리고 자신의 친구란 이유만으로 기회를 빼앗긴 클레어의 상황을 그저 지켜보지 않는다. 스스로 괴도가 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프랑스 사회에서 편견의 대상이던 아프리카 이민자 소년은 스스로 '괴도'가 되어 자신을 지켜내고, 아버지의 누명을 벗긴다.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그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이를 위해 스스로 '도둑'의 길을 선택한다. 

의적 뤼팽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뤼팽> 파트2 [넷플릭스 제공]

흔히 셜록 홈즈와 괴도 뤼팽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 사이에서도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갈린다. 그런데 뤼팽이 분명 도둑임에도 열렬한 호응을 얻고, 때로는 극단적인 좌뇌주의자 홈즈보다도 더 매력적인 인물로 받아들여지는 건 파트2에 이른 <뤼팽>을 통해 보여지듯 역설적인 '정의'의 코드 때문이다. 

변장의 달인이자 사기와 절도에 능한 아르센 뤼팽. 파트2에서 게디라 형사가 킬러를 죽인 범인으로 몰리는 뤼팽에 대해 의심을 거두지 않듯, 아르센 뤼팽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귀족이나 자본가의 재산을 터는 '의적'이자 괴롭힘을 당하는 이들의 '수호자'니,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사회에서 아르센 뤼팽 캐릭터는 숨통을 터주는 것과도 같다.

<뤼팽> 파트2 역시 원작 속 뤼팽의 캐릭터를 이어간다. 눈앞에서 자신의 아들이 납치당한 상황에서 체포당한 아산은 그 상황을 ‘뤼팽식’으로 돌파한다. 원작 <813의 비밀>은 이제 라울이 갇힌 호텔 방의 번호로, 아산은 원작의 뤼팽처럼 변장과 목소리 변조 등의 기가 막힌 술수를 통해 아들 라울과 함께 유유히 호텔을 빠져나온다. 또한 원작 속 뤼팽처럼 프랑스의 지하 유적을 퇴로로 절묘하게 활용하고, 유대인의 촛대를 활용하여 자신에게 호의적인 경찰에게 펠레그리니의 수하 경찰 뒤몽의 결정적인 증거 자료를 제출하는 식의 '뤼팽'다운 방식을 변주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뤼팽> 파트2 [넷플릭스 제공]

아산은 자신의 아들마저 위협한 펠레그리니를 더는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그래서 원대한 미끼를 던진 아산. 펠레그리니는 예전에 아산의 아버지를 이용했듯,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에는 추호의 물러섬이 없다. 

괴도 뤼팽의 절도가 부조리하고 이기적인 귀족과 자본가를 '징벌'하는 결과가 되듯, 아산의 복수는 개인의 복수를 넘어 '기부'라는 선의의 방식에 호응한 사람들의 돈마저 횡령하려는 펠레그리니의 범죄를 만천하에 폭로하는 과정이 된다. 또한 자본가의 '개'가 되어 불법을 자행하는 비리 경찰에 대한 고발장이다. 즉 개인의 복수가 '사회적 정의'가 되는 의적 괴도 뤼팽에 대한 ‘오마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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