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여권 대선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페미니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 전 장관은 페미니즘을 여성에 대한 특혜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평가했다. 남성중심적 구조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사회의 젠더 불평등을 바로잡자는 페미니즘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추 전 장관은 27일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에 출연해 "저는 페미라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반페미니즘 정서, 정의당류의 극단적 페미니즘 둘 다 잘못인데 추미애 전 장관이 생각하는 정상적 여성주의는 무엇인가', '추미애가 여가부를 없애면 되는 거 아닌가' 등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경기 파주시 헤이리의 한 스튜디오에서 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추 전 장관은 "내가 꽃처럼 대접받기를 원한다면 항상 여자는 장식일 수밖에 없다. 내가 그걸 안 하고 개척해 나가야지만 여성도 남자와 똑같다라는 인식이 생길 것이다 생각했다"며 "저는 기회의 공정을 원한 것이지 특혜를 달라고 한 게 아니다. 그렇게 정치를 개척해왔다"고 자평했다.

추 전 장관은 "공적영역에 나왔으면 사적 사정이 아무리 절박하더라도 공적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강조해왔다. 그런 속에서 남녀간의 경계심이 자연스럽게 허물어져야되는 것"이라며 "여성이 여성권리를 자꾸 보호하겠다가 아니라, 남성이 불편하니까 '우리 남녀 똑같이 합시다' 이렇게 해주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래서 페미가 굳이 필요없는 세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 전 장관은 "20대의 공정성을 살리려면 이런 정서적인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그 다음 정책적으로 사회에 깃든 특권, 반칙을 없애주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앞으로 기성세대보다 신세대에게 기회가 훨씬 많다. 좌절하지 마시라, 정치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페미니즘은 여성을 꽃처럼 대접하라는 사상이 아니라, 여성을 사람으로 대접하라는 사상이다. 기회의 공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와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이지 특혜를 달라는 목소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추 전 장관의 발언은 페미니즘에 대한 지독한 곡해다. 일각의 표를 쉽게 얻고자 한 의도"라며 "민주당 정부는 남성 청년들로부터도 심판받았지만, 여성 청년들을 대변하고 여성의 입장에서 와 닿는 정책을 실시하는 데에도 실패했다. 이러한 국정운영 실패와 정책 실패를 직시해야 할 책임이 있는 인사가 단순히 '페미에 반대한다' 포퓰리즘 발언을 내뱉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대선 공약체크 프로젝트 '문재인미터' 4주년 평가에 따르면, 성평등 공약 부문 이행률은 22.86%다. 진행중인 공약은 16개(45.71%), 지체된 공약은 7개(20.00%), 공약 변경 2개(5.71%), 파기 2개(5.71%)다. 문재인미터는 "젠더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성평등 분야는 완료와 파기 공약이 모두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배우자 출산휴가 유급휴일 10일로 확대>, <단시간근로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고용보험적용 사각지대 해소 통해 정규직 근로자 중심의 일·가족 양립 정책 개선>, <노동시간단축청구제도 도입으로 일, 생활 균형 및 돌봄권 보장>, <블라인드 채용 강화를 통해 불합리한 채용 관행 개선>, <젠더폭력방지기본법(가칭) 제정 추진 및 국가행동계획 수립>,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 보장> 등이 4주년 평가에서 신규 완료 평가를 받았다. 반면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 통한 여성 고용 확대>는 '지체'에서 '파기'로 강등됐고,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공약은 '진행 중'에서 '지체'로 평가됐다.

추 전 장관의 이날 발언은 능력주의와 청년·여성 할당제 폐지 등을 내세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입장과 차이가 없다는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 직후 이준석, 김남국, 전용기, 박창진 등 주요 정치권에서는 2030 남성 표심을 '안티페미니즘'으로 진단, 문재인 정부의 여성정책이 남성을 배제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요 정치권의 '안티페미니즘' 서사는 실체가 없다는 언론 분석이 주를 이뤘다. 정부여당이 보궐선거 기간 동안 성평등 의제에 소극적이었고, 낙태죄 폐지나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회피하는 등 '페미니즘 올인'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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