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정희] 비만은 늘 허기에 시달리던 원시시대 어떻게든 지방과 탄수화물을 축적하여 추운 계절을 견뎌내야 했던 인간 진화의 결과물이다. 물욕은 비만과 다르지 않다.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걸 갖고자 하는 생물학적 본능에 기반을 둔 '허황한 갈망'이다.

그리고 소비문화에 기반한 광고 등이 그 갈망을 조장한다. 현대 사회에서 성공은 '물질적 성공'을 의미했다. 그런데 과연 그 성공을 통해 우리들은 행복해졌을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은 물건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현대인의 ‘공허한 존재론’을 통찰한다. 다큐는 미니멀리즘에 대한 책을 출간하고 미국 전역 투어에 나선 조슈아 필즈 밀번과 라이언 니커디머스 두 사람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죠슈아와 라이언은 왜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두 사람은 모두 젊은 나이에 대기업에 다니던, 이른바 '잘나가는' 직장인이었다.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가져야 할 모든 걸 가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허했다. 그럴수록 더 많은 걸 샀다. 그걸로 행복을 쟁취하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에게 다섯 살짜리에게 어떻게 하면 핸드폰을 팔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다 라이언은 퍼뜩 정신이 들었다. '내가 뭐 하는 거지?' 직장에서 승진하고 더 좋은 차, 이른바 '아메리칸드림'에 도달하기 위해 다섯 살짜리에게까지 핸드폰을 팔라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죠수아는 27살에 150개 소매 점포의 관리자가 되었다. 2008년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하지만 회의를 해야 해서 받지 못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엄마가 암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엄마는 돌아가셨다. 6년의 결혼 생활은 종지부를 찍었다. 그런데 그런 비극적 순간에도 죠수아는 이케아에서 쇼핑을 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혼 후 집을 나오며 190리터 쓰레기봉투에 물건을 처리한 그는 곧 자신이 다시 새집에 어울리는 물건을 사들일 생각으로 설레고 있는 걸 깨달았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죠수아는 물건을 버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분이 좋아졌다. 행복하고 가벼워짐을 느끼기 시작했다. 죠수아를 따라 라이언도 물건을 버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수도승 같은 극단적 미니멀리스트가 아니다. 가구도, 가전제품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물건들은 저마다의 목적이 있다. 단지 필요 없는 물건을 사지 않을 뿐이다.

그들은 말한다. 스스로에게 질문하라고. '이게 정말 내 삶에 가치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과감하게 버리라고. 더 적은 물건으로 더 계획적으로 사는 삶, 그들은 그에 대한 책을 쓰고 널리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길을 떠났다.

그런데 두 사람은 자신들이 빠졌던 공허한 물욕의 삶의 유래를 어린 시절에서 찾는다. 두 사람 다 불우하고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다. 라이언이 초등학교 때 부모님은 이혼했고, 이후 엄마는 코카인 중독을 넘어 직접 만들다 체포까지 당했다. 죠수아 역시 폭력적인 아버지와 이혼 후 어머니가 알콜릭이 되었다. 그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고생하지 않기 위한 삶의 진로로 '물질적 성공'을 지향했다.

물건에 애착하는 사람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두 사람이 지나온 삶의 행보는 많은 현대인들이 걸어온 여정과 다르지 않다. '삶이 주는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물건에 대한 욕망으로 풀어내기'. 신경과학자 샘 해리스는 이를 ‘물건에 애착을 형성하는 삶’이라 정의한다. 신제품이 나오면 지금 가지고 있는 물건은 어느덧 '불만족'스런 대상이 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게 물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물건을 사며 만족감을 얻고 완전해지는 느낌을 얻으려 하지만, 그건 완벽한 사람에 대한 굶주림에 기인하는 것으로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공허함이라는 것이다.

추울 때 더울 때 입던 옷은 이제 52개 시즌이 되었다. 심지어 매주 신상이 등장한다. 폐기된 옷은 소비자가 다시 선택하지 못하도록 가위질 당하는 패스트 패션의 시대이다. 옷만이 아니다. 집 안의 모든 물건이 패션이 되었다. 닳고 낡아서가 아니라 '신제품'이라 사는 것이다.

이러한 과도한 소비 행위는 세계 경제의 변화와 맞물린다.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인들은 미친 듯이 물건을 사기 시작한다. 그걸 가능토록 한 건 상품에 대한 ‘생태학적 비용’을 정당하게 치르지 않는 값싼 중국 상품들이다. 이 싸고 구하기 쉬운 물건들을 인터넷을 통해 24시간 언제든지 구매할 수 있는 소비 형태의 변화가 소비 폭발로 이어졌다.

더 많이 물건을 사들인 사람들은 당연히 그 물건을 쌓아놓을 더 큰 집이 필요했다. 열감지 카메라로 조사를 해보니, 막상 큰 집을 소유한 사람들이 그 집에서 쓰는 공간은 40%가 채 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물건을 채워 넣는 공간일 뿐이다.

사람들이 첫 번째 차를 사면 필요해서 사는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차를 살 때는 첫 번째 차가 싫증 나서이다. 하지만 그걸로 만족되지 않는다. 세 번째 차를 사는 건 이제 중독이다. 이런 물질적 욕망에의 중독을 기술과 정보가 부추긴다. 그걸 위해 사람들은 하루 2시간 걸려 출퇴근을 하고, 10시간이 넘게 칸막이 친 사무실에서 일한다. 그리고 대출을 받아 물건이 주인인 집을 사고, 내 집이라 생각하며 살아간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안타까워한다. 사람의 정체성이 그가 가진 ‘물건’이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연간 7만 달러까지는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 풍요와 연관을 갖지만 그를 넘으면 더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 경고한다.

실제 3개월 동안 장신구와 신발을 포함, 33가지로만 입는 ‘프로젝트 333’의 참가자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이 불과 33가지 옷만을 입는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한다. 한 커플이 사는 30평대의 집을 개조하면 12명이 사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콜린 라이프는 가방 두 개가 그의 전부다. 집도 없다. 대신 그는 소라게처럼 자신의 가방을 들고 전 세계를 여행하는 중이다. 그는 말한다. 들고 다닐 수 없는 물건, 버려둔 물건은 어차피 필요 없는 것이라고.

미니멀리즘의 전도사가 된 죠수아와 라이언은 말한다. 성공에 매달리지 말라고, 나를 둘러싼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그만 나오라고. 그리고 단순하고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라고. 사람을 사랑하고 물건은 사용하라고 그들은 말한다. ‘미니멀리즘’은 그저 물건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고 내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에 대한 질문이자 결단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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