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이 인터뷰한 주병진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껴야만 했다. 그는 12년 만에 방송에 복귀했다. 그래서 아직 찾지 못한 방송감각으로 인한 주병진쇼의 지루함, 진부함은 아직 더 기다려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부진과 상관없이 주병진이 가진 의식은 아주 위험한 것이었다. 인터뷰를 통해서 주병진이 밝힌 그의 생각은 소신이 아니었다. 광주라는 20세기 마지막 비극에 대한 아무 의식 없는 몰개념이었다.

주병진이 가장 초대하고 싶은 사람이 전두환이라고 했다. 박근혜도 언급했으며 강용석은 이미 녹화까지 했으나 방송하지 못했다고 했다. 차마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 운운의 망언은 없겠지만 이들을 초대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세상이 모를 거라는 오만이 우선 불쾌하다. 한 시대를 풍미한 입담을 가졌다고 해도 가장 초대하고 싶은 사람으로 전두환을 꼽은 것은 도저히 포장될 수 없는 주병진의 위험함을 드러낸 것이다.

주병진은 “격동의 시대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라 전두환을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80년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의 막연한 호기심이라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당시를 겪은 사람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망발이다. 얼마나 시대에 대해 관심도, 분노도 없었으면 80년 광주를 망각하고 "격동의 시대의 핵심 인물"이라는 단어로 전두환을 포장할 수 있는지 치미는 화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다.

주병진은 전두환을 초대해 대답은 해주지 않겠지만 재산 관련 이야기 등 국민들이 갖고 있는 호기심에 대해서 묻고 싶다고 했다. 전두환, 노태우 등 5.6공 권력자들의 은닉재산에 대해서는 호기심이라는 가십의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역시 의식 없는 연예인의 한계일 수밖에는 없다. 전두환의 은낙재산은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가 반드시 환수해야 할 부정한 불법취득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80년 광주는 벌써 30년이 지났지만 아직 과거로 묻을 수 없는 현재진행형의 아픔이라는 것을 주병진은 모르는 것이다. 그 무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또 분노케 할 수 있다는 두려움 역시 없어 보인다.

주병진이 말한 또 다른 초대손님 리스트는 박근혜, 이건희 패밀리 등이었다. 친여편향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질문에 대해 “그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이번 주는 오른쪽, 다음 주는 왼쪽 분이 나온다는 것을 동시에 알려야 욕을 안 먹어요”라고 답했다. 결국 주병진이 보기에 왼쪽 분들은 오른쪽 분들을 모시기 위한 무마성 초대나 다름없다고 실토한 것이다.

무릎팍도사에 나왔을 때만 해도 주병진에게는 희망이 보였다. 그리고 추억도 있었다. 그러나 전두환, 박근혜 등에게 꽂힌 관심과 애정을 확인하자 실망과 분노를 감출 길이 없다. 오른쪽분들을 향한 그의 본심을 거둘 수 없다면 괜히 방송에서 시간 허비할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그쪽 길을 찾는 것이 나을 것이다. 주병진이 먼저 찾아야 할 것은 방송감각이 아니라 현실감각이었다. 불방됐다지만 강용석을 불러다 쇼를 진행했다는 것만으로도 주병진 토크쇼는 이미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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