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사단법인 오픈넷이 '역사왜곡방지법'에 대한 반대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가가 역사에 대한 '국론'을 정해 이에 반하는 행위를 금지·처벌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역사왜곡방지법은 ▲3·1운동 ▲4·19민주화운동 ▲일본 제국주의 지배 ▲독립운동 등에 관한 사실을 왜곡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는지 여부는 '진실한역사를위한심리위원회'를 설치해 심리하게 했다. 악의적 역사왜곡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내용이 포함됐다.

오픈넷은 21일 반대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해당 법안이 ▲민주주의 원칙 위배 ▲명확성 원칙 위반 ▲과잉금지원칙 위반 등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사진=연합뉴스)

오픈넷은 "국가가 역사에 대한 일정한 방향의 ‘국론’이나 ‘진실’을 결정하고 이에 반하는 표현행위나 사상을 표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방식의 규제는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2년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역사왜곡방지법은 '진실한역사를위한심리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대통령 지명 3명, 국회의장 추천 3명, 국사편찬위원회 추천 3명 등 총 9인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픈넷은 "행정기관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정부나 다수당으로부터의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기관"이라며 "역사를 다루는 표현물에 대한 국가의 검열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민주주의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실한역사를위한심리위원회'는 자료제출요구권, 증인 출석요구권, 동행명령권 등의 권한을 가진다. 또 '진실한역사를위한심리위원회'의 권한에 이유없이 따르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이나 과태료에 처해진다. 오픈넷은 "형사사법상 수사절차에 준하는 강제성을 띄고 있다. 이는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해 표현물 규제에 있어 행정기관이 사실상 사법기관의 역할까지 수행하도록 규정한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역사왜곡방지법은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행위를 '왜곡', '동조', '찬양', '고무' '선전'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오픈넷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게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며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추상적이고, 판단자(행정기관)의 자의에 따라 남용될 우려가 높다는 얘기다.

오픈넷은 법안이 역사왜곡 행위의 '결과'나 '해악'이 아니라 표현행위 자체를 금지·처벌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도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표현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금지·처벌 대상이 되는 건 형벌과 책임간 비례원칙이 고려되지 않은 규정이라는 것이다.

오픈넷은 "추상적이고 불분명한 해악은 표현물을 규제할만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국가 존엄 유지와 역사 인식 고양을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에 기인하는 것으로써 정당한 규제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김 의원의 법안 제안이유를 직격한 것이다. 김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일본제국주의 상징물을 사용하는 행위가 빈번히 발생함에 따라 국민적 공분이 점차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우리의 헌법적 가치를 지키고 국가의 존엄을 유지하고자, 위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오픈넷은 "사건 관련자들의 현저한 인격권 침해에 대해서는 현행 명예훼손·모욕 법제로도 충분히 규제가 가능하고, 사회통념상 건전한 상식을 가진 대다수의 국민들은 일본제국주의에 대하여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일본제국주의의 피해 당사국에서 일본제국주의를 찬양하는 행위는 오히려 공격과 비판의 대상이 될 뿐 영향력을 가지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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