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크송하면 당연히 댄스곡이 떠오른다. 댄스아이돌의 히트공식 1호였던 후크송은 그동안 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었다. 무조건 상업적인 곡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가수다 19라운드 2차 경합에 나선 자우림은 이 후크송으로 최대 효과를 내면서 동시에 후크송이 가졌던 누명을 벗겨주었다.

자우림의 이번 무대는 지난 아브라카다브라를 연상케 했다. 아브라카다브라는 자체로 후크 구절이 있지만 이번 산울림의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는 편곡으로 후크를 만들어냈다. 물론 아브라카다브라와 동일하게 어떤 주술성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은 같다. 또한 이번에도 김윤아를 돕는 코러스가 있었는데 예전에는 친동생과 단둘이서 주고받는 방식에서 위대한 탄생 출신 정희주를 비롯한 다섯 명이 대거 동원된 점이 달랐다.

주술적 분위기를 자아낸 것은 아브라카다브라를 연상케 했지만 분위기만 비슷했을 뿐 느낌은 많이 달랐다. 아브라카다브라가 몽환적이고 유럽의 집시를 연상케 했다면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의 자우림 해석은 부두교를 떠올리게 했다. 강도로 따지자면 이번의 주술이 더욱 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김윤아와 코러스 모두가 작은 북을 치며 단조롭게 노래를 진행하다가 김윤아 솔로로 이어지는 부분의 느낌의 주술적 분위기는 최고였다. 팀 버클리의 집시우먼이라는 곡을 떠올리게 했다.

이번 라운드에서 자우림이 돋보였던 점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편곡도 훌륭했고, 독특한 코러스라인도 인상적이었고 모두가 어우러지는 연주 또한 감동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칭찬할 수 있는 부분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일차원적 욕망보다는 산울림에 대한 헌정에 더 신경 썼다는 부분이다. 김윤아는 김창완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며 아주 큰 존경심을 보였다. 그런 마음이 전해졌는지 자우림의 연주가 끝나자 김창완은 대단하다며 큰 호감을 보였고, 자랑스럽다는 말까지 남겼다.

어느덧 자우림도 명예졸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자우림이 나가수에 합류한 초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자우림은 원년멤버 YB와는 또 다른 존재감으로 6라운드를 거쳐 왔다. 이것을 자우림의 성공이라고 해야 할지는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자우림이 나가수에 작은 변화를 자극했다는 점에서 나가수로서는 큰 성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속칭 나는 성대다라는 비아냥거림에 자유로울 수 없었던 천편일률적 편곡방향에 자우림은 아랑곳 않는 태도를 보였고, 이번 10라운드 경합을 보면 나가수의 편곡 경향이 많이 달라졌음을 발견할 수 있다. 전적으로 자우림이 주도했다고 하면 다른 가수들에 대한 결례가 되겠지만 그 변화의 주축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의도한 변화가 아니라 그저 자신들의 기조를 버리지 않은 결과였다. 서바이벌이라는 긴장감에 억눌리지 않고 이겨낸 것이다.

자우림의 가치는 어떤 한 곡의 성과보다 이렇듯 긴 과정의 맥락을 읽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그것은 자우림만이 아니라 긴 라운드를 소화하는 가수들에 대해서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나가수에는 한 곡으로 벼락스타가 된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긴 세월 동안 자기 음악의 문법을 만들어온 사람들에게 주는 명예의 헌당이 나는 가수다의 의미이다. 그래서 나가수도 두 번의 경합으로 탈락자를 선정하는 최소한의 신중함을 마련한 것이다. 그런 명예를 생각한다면 적우라는 가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제 자우림에게는 단 1라운드의 기회만 남아있다. 두 번째 명예졸업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지만 애초에 순위에 목매지 않았던 것처럼 명예졸업도 자우림의 멍에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당장 급해진 것은 나가수 제작진이다. 적우를 캐스팅할 정도로 섭외능력에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 과연 자우림의 공백을 채울 조화의 능력을 보일 수 있을지가 문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밴드는 체리필터인데 나가수 제작진의 생각은 어쩔지 궁금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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