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또 프리미어리그 데뷔에 실패했습니다. 잉글랜드 명문팀 아스널 유니폼을 입은 지 100일이 넘었지만 정식 데뷔는 계속 늦춰지고 있습니다.

박주영(아스널)이 10일 밤(한국시각)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에버턴 전에서 또다시 출전 선수 명단에서 제외됐습니다. 이로써 박주영은 아스널 유니폼을 입은 뒤 또다시 리그 출전 기회를 다음 경기로 미뤘고, 그 시기도 100일이 훌쩍 넘었습니다.

기록, 활약상 모두 아쉬웠던 지난 100일

이미 박주영이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으로부터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 지는 오래 됐습니다. 지난 10월 26일(한국시각), 칼링컵 4라운드(16강) 볼턴전에서 데뷔골을 넣기는 했지만 이후 1달 반 동안 단 2경기만 나섰고 모두 골을 넣지 못하며 팀 승리도 이끌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부진한 기록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아스널의 팀 스타일에 여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잉글랜드 현지 언론은 박주영에게 혹평을 가했고, 그럴수록 박주영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습니다. 물론 벵거 감독이 공개적으로 주전 공격수 로빈 판 페르시가 워낙 잘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박주영에 기회를 주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밝히기는 했지만 등번호 9번을 달고 장밋빛 꿈을 안고 프리미어리그 성공을 꿈꿨던 박주영 입장에서는 최근 상황들이 아쉽기도 하고,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줄어드는 기회, 대표팀 문제로 더 힘들어졌다

최근 들어 출전 기회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판 페르시, 제르비뉴가 공격수 포지션에서 제 몫을 다해줬고, 그다음 옵션 역시 박주영이 아닌 마루앙 샤마크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 7일 열린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 올림피아코스전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은 그 중에서도 결정타였습니다.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아스널에게 올림피아코스전은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볼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이 경기에 벵거 감독은 샤마크를 투입시켰고 박주영을 벤치에 앉혔습니다. 당분간 주전급 선수들이 큰 부상을 당하거나 개인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박주영에게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겠지만 최근 축구대표팀 문제로 심적인 부담을 안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의 경질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가운데 대표팀 주장으로서 느끼는 부담은 상당할 것입니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싶지만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다보니 마음은 더욱 조급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고, 그렇다보면 출전 기회를 잡아도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감각이 떨어져있는데 심리적인 부담까지 더하면 위기감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박싱데이-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열리는 두 달, 사실상 마지막 기회

여러 가지 상황은 어렵지만 많은 이들은 여전히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우선 체력적으로 힘든 12월말, 그리고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열리는 1월은 박주영에게 주어질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의 대표적인 살인 일정으로 꼽히는 박싱 데이(boxing day, 12월 중순부터 1월 초까지)에서 아스널이 치러야 하는 경기는 모두 5경기. 부지런히 쫓아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체력적인 문제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비주전 선수들에게도 골고루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은 높고, 박주영 역시 1-2경기 정도의 출전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달 21일부터 3주간 열리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때는 벵거 감독이 공개적으로 박주영의 활용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해 관심이 모아집니다. 이 시기에 아스널은 제르비뉴, 샤마크를 각 팀 대표로 보내야 합니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새 선수를 영입하지 않을 경우, 박주영의 출전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전망입니다. 이미 벵거 감독은 수차례 새 선수를 영입하지 않고 기존 선수들을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박주영의 활용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꼽는다면 경기를 뛰지 않아 그만큼 체력적으로는 최고 수준에 올라 있고, 컨디션도 좋다는 점입니다. 프랑스리그에서 활약할 당시, 크고 작은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감안하면 부상이 없는 현재의 모습은 다행입니다. 출전 기회를 얻을 때까지 몸 상태를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실제 기회가 주어졌을 때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무언가를 보여준다면 떠오를 가능성은 있습니다. 물론 반대의 모습을 보여줄 경우, 박주영은 더 어려운 시기를 맞이할 것입니다.

프로 데뷔 후 어쩌면 가장 복잡하고 힘든 시기를 맞이한 박주영,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모습을 보여줄 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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