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코리아의 풍자솜씨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성공한 버라이어티라지만 아직 전체가 한국에 적응하기에는 시기가 이른 감이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 프로그램이 뉴스도 못하는 시사를 제대로 짚고 있다는 점만은 높이 살 수 있다. 특히 장진의 위크앤드 업데이트는 모든 뉴스채널의 일주일간의 방송분량과 다 바꿔도 아깝지 않은 촌철살인의 명쾌한 즐거움을 주고 있다.

이번 주 역시도 SNL코리아에서 가장 기다렸던 것은 장진의 위크앤드 업데이트. 핫 이슈에 대해서 에둘러 말하지 않는 직설화법의 논평은 조금씩 세련미까지 더해가고 있었다. 신경 써서 들어보면 위크앤드 업데이트에서 말하는 것들이 소위 인기에 영합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시국에 열 받은 진심이 엿보인다. 예컨대 장진은 마지막 멘트로 야권 소식이 하나도 없다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정치는 스포츠가 아니라서 상대가 못한다고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 말에 앞서 “시절에 위기를 느낀 시민들은 거리로 나가서 물대포를 맞고 있는데 이 분들 너무 조용히 계신 거 아닌지 모르겠다”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는데, 여권의 자폭에 표정관리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라는 뜻으로 이해가 된다.

이번 주 장진의 위크앤드 업데이트의 압권은 선관위 디도스 공격에 대해서 경찰이 비서관 단독범행으로 결론지은 것에 대한 논평이었다. 이에 대해서 장진은 한국전쟁이 김일성의 단독범행이었다면 믿겠냐는 질문으로 답했다. 또한 요즘 갑작스레 떠오른 A양 음란 동영상에 대해서도 아주 정확한 시각으로 문제점을 집어냈다. 장진은 “바쁘고 중요한 시국입니다. 다른 곳으로 집중력을 뺐기면 더 큰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정신 바짝 차립시다”라고 했다.

또한 김제동에 대한 검찰수사도 놓치지 않았다. “투표를 독려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는데 공직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거죠? 죄송합니다. 저희도 가끔 별 시덥잖은 뉴스를 보내드릴 때가 있습니다”라고 했다. 구구절절 이슈를 파고드는 해석은 아니었지만 재치가 넘쳐나는 비틀기였다. 물론 정식 뉴스라면 이런 식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SNL코리아는 예능 프로그램이기에 너그럽게 봐줄 수 있다.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장진의 위크앤드 업데이트는 다소 지루한 SNL 코리아의 다른 코너들을 너끈히 견디게 해준다. 다른 코너들마저도 꼭 사회풍자에 너무 강박감을 가질 필요는 없겠지만 분명히 지금보다 많이 재미있을 필요가 있다. 아직 다른 코너들이 그다지 재미를 주지는 못한다. 장진의 풍자가 더 살아나기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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