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도가 문제다. 아이돌촌 입촌식이 있었지만 그것은 시즌1의 푸근한 느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삭막함 그 자체였다. 시즌1의 아이돌촌은 직접 가서 울타리도 치고, 화장실도 만들어야 했던 옛날 가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외양간도 안에 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식으로 지어진 넓고 번듯한 대부도 아이돌촌은 낡음도, 정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주변이 전부 슬라브 주택인데 아이돌촌만 초가집으로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시즌1이 농촌이었으니 시즌2는 어촌을 하겠다는 취지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대부도라는 근거리 어촌은 청춘불패 시즌1이 주었던 장점들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니 당연히 웃기려고만 할 수밖에 없고, 그 자체로 무리수일 뿐이다. 물론 시작과 동시에 발군의 적응력을 보이는 카라 지영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아무도 지영의 예능감을 받아서 소화해내지 못할 뿐이다. 아무리 혼자 뛰어나더라도 예능은 받아주는 사람 없으면 되지 않는다.

청춘불패2는 청춘불패1의 장점들을 전혀 계승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스스로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청춘불패가 엄청난 시청률을 보인 것은 아니지만 금요일 심야에 적지 않은 고정층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걸그룹과 농촌이라는 쉽게 어울리지 않는 두 요소의 화해였다. 오히려 인위적으로 웃기려 하면 부작용이 났다. 반대로 잘하지 못해도 직접 논밭에 허리 굽혀서 일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의 즐거움을 거둘 수 있었다.

물론 청춘불패2도 일은 하게 될 것이다. 이미 꽃게잡이도 체험해봤고, 다음 주에는 김장 에피소드가 준비되어 있다. 그래봐야 청춘불패2의 주된 거점이 될 장소인 아이돌촌은 아이돌 하우스로 바뀌었다. 그다지 현대적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차마 아이돌촌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없는 반듯한 숙소일 뿐이다. 어디를 비춰도 유치리의 둥굴둥굴했던 아이돌촌의 정서는 없다.

G8멤버들이 아직 자기 캐릭터의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MC들도 제 역할을 못한 채 분량 눈치만 본다 하더라도 그 정도는 아직 충분히 기다릴 여지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청춘불패2가 시골풍경을 확보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그래서 제작진이 생각해낸 꼼수가 있다. 대부도에 유치리를 끌고 오는 것이다. 집들이를 맞아 먼저 써니와 수지가 유치리를 방문해 로드리와 왕구 이장을 데려왔고, 노촌장도 함께 초대했다.

그리고 그 자리서 두 마을의 자매결연을 하게 했다. 또한 유치리의 푸름이를 대부도로 데려올 생각도 하고 있는데, 과연 비싼 잔디를 깔아놓은 지금의 대부도 아이돌 하우스에 외양간을 짓는 일이 자연스러워 보일지는 의문이다. 물론 다른 장소를 물색하겠지만 그렇더라도 굳이 푸름이를 대부도로 데려오겠다는 발상 자체가 잔디 위에 외양간을 짓겠다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이 현재 청춘불패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며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시즌1부터 지금까지 청춘불패에 대한 가장 큰 기대감은 서정성이다. 시즌1을 돌이켜 보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이 대부분 그럴 것이다. G7 멤버들의 손녀되기, 써니와 푸름의 작은 워낭소리 등이다. 그런 서정성들 때문에 청춘불패는 덜 재미있어도 착해서 좋았고, 가끔 지루하더라도 우보천리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 유치리 아이돌촌에는 삐걱거리는 낡은 나무문이 여닫힐 때 시청자의 가슴도 추억 속으로 함께 열렸다. 지금의 청춘불패에는 그 따뜻함이 없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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