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한화에 입단한 FA 송신영의 보상 선수로 포수 나성용을 지명했습니다. 연세대를 졸업한 나성용은 2011 신인 드래프트에서 3차 17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신인 포수로 20명의 보호 선수 명단에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의외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한화로서는 신경현, 박노민, 정범모에 상무 입대를 앞둔 이희근까지 포수 자원이 넉넉해 병역 미필인 나성용을 보호 선수 명단에 포함시킬 수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나성용 ⓒ연합뉴스
나성용이 보상 선수로 결정되자 2007년 진흥고 3학년에 재학 당시 LG가 지명했으나 연세대에 진학한 사실을 상기해 LG의 ‘집념의 지명’이라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충암고 재학 시절 LG의 지명을 받았으나 이를 거부해 동국대에 진학한 뒤 2010년 LG 유니폼을 입게 된 이태원의 경우와 유사합니다. 두 선수 모두 국가대표 출신의 포수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LG가 나성용에 거는 기대는 세 가지로 압축될 수 있습니다. 첫째, 포수로서의 역할입니다. LG는 조인성의 SK 이적으로 새로운 주전 포수를 올 겨울에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습니다. 아마도 심광호와 김태군이 주전 포수 물망에 오르겠지만 심광호는 어깨가 약해 송구 능력이 취약하며 김태군은 인사이드 워크가 전반적으로 불안합니다. 두 선수 모두 타격에서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약점을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습니다. 나성용 역시 포수로서의 능력에 물음표를 떼어내지 못했지만 확실한 주전 포수가 없는 LG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선수 본인의 노력에 따라 상당한 기회가 주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 우타자로서의 역할입니다. LG는 강력한 좌타자들에 필적하는 우타자를 보유하지 못한 심각한 ‘좌타 편향 라인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11년에는 다소 개선되었지만 상대 좌투수를 공략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조인성과 이택근이 팀을 떠나며 정성훈을 제외하면 쓸만한 우타자가 바닥났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만일 나성용이 1군에서 우타자로서 자리 잡을 수 있다면 LG 타선의 좌우 불균형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셋째, 거포로서의 역할입니다. LG는 MBC 청룡 이래 홈런왕을 단 한 번도 배출하지 못했을 만큼 거포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습니다. 팀 내 거포 유망주였던 김상현, 이성열, 안치용, 박병호는 모두 트레이드된 이후 잠재력을 터뜨려 LG를 망연자실하게 했습니다. 조인성마저 떠나 내년 시즌 LG 타선은 ‘소총 부대’로 전락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나성용이 거포로서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다면 LG 타선은 보다 강력해질 것입니다.

내년 시즌 나성용이 1군 무대에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포수로서는 물론이고 1루수 혹은 지명 타자 요원으로서도 최동수, 박용택에 비해 이름값이 부족합니다. 비슷한 스타일로 1군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인 윤상균과도 경쟁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 1군에서 기록한 9개의 안타 중 5개가 장타이며 그 중 2개가 홈런이라는 사실은 나성용이 지닌 무한한 잠재력을 상징합니다. 8개 구단 중 가장 강력한 우타자 군단인 롯데 타선을 구축한 김무관 타격 코치의 지도가 나성용에게 미칠 긍정적인 파급효과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돌고 돌아’ 결국 LG로 온 나성용이 내년 시즌 LG에서 얼마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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