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14일 열린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에서 논란의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하차 결정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애초에 섭외를 안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겨레는 지난달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과 함께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를 <공덕포차> 시즌2 고정 출연자로 섭외했다가 내부 반발로 이 대표를 하차시켰다.

10일 유튜브 '한겨레TV'에서 첫 방송된 '공덕포차 시즌2'. 당초 고정패널이었던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대신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투입됐다. (사진제공=한겨레TV)

황세원 위원(일in연구소 대표)은 과거 자주 대립해온 진 전 교수와 이 대표를 대립 구도로 출연시키는 것은 자극적인 발언을 많이 하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과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황 위원은 “한겨레가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있나”라며 “이 대표가 도를 넘는 혐오 발언이나 갈등 조장 발언을 할 수 있다는 위험이 감지됐으면 출연 여부를 다시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민정 열린편집위원장(시민편집인)은 처음부터 섭외를 안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의견을 냈다. 김 위원장은 “섭외했다가 취소하니 이들의 목소리를 처음부터 공론장에서 차단하는 것이 맞냐는 비판이 나온 것”이라며 “처음부터 왜 남성 3명만 섭외했냐는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싶다. 이미 너무나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한겨레가 섭외할 필요가 있냐”고 물었다.

김경미 위원(새도우캐비닛 대표)은 진 전 교수와 이 대표의 대화가 충분히 주목받고 있는 상태에서 한겨레가 굳이 이 둘을 섭외 했어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 위원은 “한겨레가 패널을 섭외할 때 투자의 개념을 가져야 한다”며 “여성 패널은 특히 언론에 잘 등장하지 않는데 한겨레가 이런 부분을 고민해서 섭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자운 위원(법률사무소 지담 변호사)은 “마이크를 줬다가 뺏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배제를 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이 대표 섭외에 대한 문제제기는 있을 수 있지만 섭외를 철회하는 과정에서 내부적 기준이나 절차가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 대표의 고정 출연 소식에 한겨레 일부 구성원이 편집국 젠더데스크에 우려를 전달했다. 이 대표는 페미니즘에 대한 20대 남성의 ‘백래시’를 정치적 자산으로 동원하는 정치인으로 한겨레의 성평등 기조에 맞지 않는 인물이라는 의견이다. 젠더데스크는 관련 의견서를 편집국장에 전달했다.

한겨레 편집인은 지난달 24일 사내외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대표의 하차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논의에 참여한 저널리즘책무위원회 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위원들 사이에선 “이준석의 발언을 보면 사실에 근거해 다른 가치관을 주장하는 선을 살짝 넘어선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한겨레는 젠더 문제에 대해 진보적인 입장을 계속 취해왔고, 여러 가치 중에서 중요한 가치로 삼아왔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반면 “공론장에 올라오는 목소리를 너무 협소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논의할 수 있는 관점이 여러 층위가 있을 텐데, 제작 자율성이란 면에서 자꾸 금기를 만들어가는 게 바른 방향일까 의문”이란 의견도 있었다.

이봉원 저널리즘책무실장은 16일 ‘말 거는 한겨레’를 통해 “한 책무위원 말대로 ‘간판 프로그램에 중요한 스피커로 출연시켜 발언 기회를 주는 것은 굉장히 적극적인 행위로 그런 적극적인 행위를 할 때 한겨레 가치에 부합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미”라고 하차 결정을 부연 설명했다.

이 실장은 “이번 결정이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의견, 토론을 붙여 출연자들끼리 반박하도록 하는 게 나았겠다는 의견이 여전히 만만찮다. 전원 남성에 여야 균형도 안 맞는 패널 구성에서부터 단추가 어긋났을 수도 있다”며 “다만 사내 여러 제도가 가동돼 토론을 거쳐 결정을 내린 것은 위안 삼을 만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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