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상혁 서울STV 회장이 스포츠서울을 인수한 지 1년 만에 직원 30여명이 회사를 떠나게 됐다. 전체 인력의 35%다. 노조탈퇴 종용 의혹, 대량 정리해고 단행 등 구조조정을 목표로 하는 경영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회사 인수과정에서 "건실한 신문업"을 내세웠던 김 회장이 사실 회사 코스닥 상장 유지를 위해 직원들을 정리해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편집국장·노조위원장을 포함한 스포츠서울 직원 14명이 정리해고됐다. 올해 초 80명이었던 스포츠서울 인원은 68명, 52명 순으로 줄어들었다. 회사의 구조조정 분위기에 최근 퇴사한 인원 2명을 포함하면 현재 스포츠서울 직원은 50명이다. 스포츠서울 내부 소식에 따르면 편집기자 4명이 20개 면을 편집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온라인 편집은 인력 부족으로 주말 근무를 포기한지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서울STV는 스포츠서울 인수 과정에서 '향후 5년간 고용보장'을 약속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스포츠서울지부,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는 17일 서울 중구 스포츠서울 본사 앞에서 '출근투쟁 기자회견'을 열고 정리해고 전면철회를 촉구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김 회장은 최근 '노조탈퇴 종용'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받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스포츠서울지부 측 설명에 따르면 김 회장은 몇몇 중견기자들에게 부장직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노조탈퇴를 요구했다. 김 회장은 '노조 직원은 껄끄럽다', '회사가 지시하면 따르면 된다', '부서장이 노조에 가입돼 있는 건 회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스포츠서울지부는 김 회장이 정리해고를 통해 코스닥 상장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오는 12월 기업심사 절차를 앞두고 있는 스포츠서울은 4월부터 최소 6개월간 영업이익이 나와야 상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날 언론노조, 스포츠서울지부,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는 '출근투쟁 기자회견'을 열고 "신문사업을 포기하겠다는 뜻과 다름없다"며 사측에 정리해고 전면철회를 촉구하고, 회사인수의 진짜 목적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다음은 오늘자로 해고자 신분이 된 황철훈 언론노조 스포츠서울지부장과의 일문일답.

Q. 정리해고를 단행하려면 회사측의 합당한 명분과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할 텐데

"경영상의 적자가 계속되면 회사 존립이 어렵다는 말만 반복한다. 회사가 어려운 건 어느정도 인정한다. 다만 저희가 억울한 건 회사정상화에 대한 노력도 없이 갑자기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럼에도 회사가 정리해고를 하겠다고 하니 해고하기 전에 해고회피 노력을 해달라고 줄기차게 얘기를 했다. 회사는 듣지 않고 요식행위만 했다. 회피노력이라며 희망퇴직을 받았는데, 고작 2개월치 월급을 줄 테니 나가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다 노조와 협의도 없이 임의적으로 규정을 정해 일방적으로 정리해고 통보를 해버렸다.

노조는 임금반납을 포함, 무급순환휴직까지도 전부 협의할 수 있으니 해결점을 찾자고 수차례 회사에 공문을 보냈지만 회사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이런 제안에 대한 수용의지까지 표명했는데도 사측은 답변을 거부했다.

그 와중에 대표이사 2명 중 1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나머지 경영진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현재 경영진 부재 상태다. 경영진이 없어서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늘 해고일인데, 해고일정이라도 1주일만 미뤄달라고 했다. 우리 목숨을 연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화를 하고 싶어 요청했다. 그러나 회사는 이것마저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대화의 진정성이 전혀 없는 것이다. 그 와중에 사내 경영진은 2명에서 4명으로 2배 늘었다."

Q. 김상혁 회장의 인수 이후 신문업 정성화를 위한 투자가 이뤄진 게 있나

"저희가 회생기업이었을 때 말그대로 적자 기업이었고, 기업회생을 통해 그동안의 부채 등을 법적판단에 따라 탕감받은 것이었다. 탕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어려웠고, 인적구조는 사분오열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저희가 회사에 기대했던 건 최소한의 투자를 통해 회사를 정상화하는 노력이었다. 그런데 회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하다시피 했다. 결국 6개월 만에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고, 1년 만에 정리해고까지 가게 된 것이다.

김상혁 회장과 면담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회장님은 스포츠서울이 인수 당시에도 적자였고 힘들었는데, 정상화를 위해 과연 어떤 노력을 하셨나. 한 가지라도 있으면 말씀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운영자금을 댔지 않았나'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상혁 회장은 사재를 털어 스포츠서울에 출연한 것도 아니고, 스포츠서울의 유일한 자산이었던 문래동 건물을 팔아 쓴 것 뿐이다. 건물을 팔아 100억 원 가까운 금액을 현금화해 근근히 회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놓고 운영자금을 댔다고 답변하는 게 저희 입장에서는 웃기는 것이다. 적자회사, 어려운 회사를 인수했으면 정상화를 시켜놓고 그 다음 저희한테 책임을 묻던지 하는 게 상식이지 않나."

황철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스포츠서울지부장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Q. 정리해고 등 인원감축이 실제 스포츠서울 경영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보나

"스포츠서울이 재상장을 하려면 전제조건이 새 회기가 시작된 4월부터 영업이익을 내야 한다. 6개월 정도 실적을 보고 올해 12월 기업심사위원회 판단에 따라 주식거래재개가 될지, 상장폐지될지 결정된다.

경영진이 영업이익을 내려고 보니, 현실적으로 코로나 시국까지 겹쳐 매출증대는 어렵다고 판단한 거다. 비용을 줄이자, 인건비를 줄이자 결정한 것이다. 사람을 자르고 임금을 깎자고 했다. 문제는 그렇게 비용을 털면 매출도 줄어버린다는 것이다. 인원을 줄이는 것도 한계가 있는데 회사는 무자비하게 잘라버렸다. 사진부 해체, 디지털콘텐츠부 해체, 아예 없애버렸다. 아주 단순하다.

지금은 업무 인수인계도 되지 않는다. 해고된 사람들이 인수인계를 걱정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내가 몸담았던 회사인데, 하루아침에 망가지면 안 되지 않나."

Q. 편집국에 남은 인원은 몇 명인가

"기자직은 29명 정도다. 그중 편집을 제외한 취재인력은 23명이다. 23명의 기자를 가지고 전국일간지 신문을 만들고, 온라인을 커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와중에 퇴사자도 발생하고 있다. 선배들이 떠나가고, 회사가 망가지는 걸 눈으로 보니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걸 구성원들이 느끼는 거다."

Q. 구성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인력감소폭이 커 취재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업무가 과중해지고 있는 데다 베껴쓰기, 선정적 기사 등으로 지면을 메우고 있다는 전언이다

"사실이다. 단적인 예로, 야구담당 팀은 스포츠서울의 핵심 부서다. 팀원이 10명이었다. 야구팀마다 담당기자가 있었고, 현장에서 양질의 기사를 쓸 수 있었다. 지금은 야구팀 2명이다. 인턴기자로 경력이 1년도 안 된 친구들이다. 그 친구들마저 현장에 나갈 수 없다. 현장을 가면 비용이 많이 든다고 못 가게 한다. 지방출장은 아예 중단되었다. 현장취재가 되지 않으니 기사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 현장경기나 구단취재를 하다보면 지면을 메울 수 없다. 이것을 효율적이라고 해야 하나. 답답하다."

Q. 김상혁 회장 인수 이후 주요인사에 있어 ROTC 인맥 등의 문제가 있다고 했다

"회장은 ROTC 출신으로서 상당한 자긍심이 있다. 현 회사 임원진을 보면 전부 ROTC다. 대표이사와 감사는 ROTC 동기다. 직전 대표이사도 ROTC 한 기수 후배다. 심지어는 부장단 인사, 편집국장 후보자 물색 과정에서도 ROTC 출신인지가 고려된다. ROTC 출신이면 평기자여도 개별적으로 불러 면담을 진행한다. 'ROTC 끼리는 통하는 게 있지 않냐', '나를 따르겠냐'는 식이다.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우스개 소리로 ROTC 출신은 성골, 나머지 장교 출신은 진골, 병 출신은 육두품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Q. 향후 대응 방향은 어떻게 이뤄지나

"언론노조와 긴밀히 협조해 투쟁방향을 고민 중이다. 일단 출근투쟁을 지속하는 것으로 결의했다. 회사에서 일을 하든 안 하든 출근하고 들어가서 투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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