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16일 한국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한국언론학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인권센터,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언론윤리헌장실천협의회’ 발족식을 열고 언론윤리헌장이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단체별 활동계획을 밝혔다. 지난 1월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선포한 ‘언론윤리헌장’과 관련한 후속 조치다.

'더이상 선언에 그치지 말자'는 취지로 언론사마다 취재보도 윤리 준칙을 갖고 있지만 취재 현장에선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날 토론에서 현장 기자와 시민, 언론학자가 취재보도 윤리 실천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최미랑 경향신문 기자는 헌장에 명시된 취재보도 윤리와 현장에서 느끼는 괴리에 대해 말했다. 5년차인 최 기자는 ‘해결점을 찾도록 돕는 언론이 돼야 한다’는 윤리 선언에 대해 “콘텐츠 범람 시대에 지키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털어놓았다. 최 기자는 “오늘 만난 동료 기자는, 조회수 많이 나오는 기사를 자신이 안 쓰면 후배가 써야 된다고 말하더라”라며 “갈등을 부추기는 기사를 쓰면 트래픽이 나오는 환경에서 기자 홀로 안 쓰겠다고 버틸 수 없다. 2주 동안 공들인 기사는 100만 뷰가, 해외 살인사건 관련 기사를 쓰면 1000만 뷰가 나오는 상황에서 딜레마에 빠진다”고 말했다.

변화된 취재환경에 따라 새로 고민해야 할 취재 윤리도 있다. 과거에는 취재원이 취재 윤리에 어긋나는 경제적 대가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시급을 받고 일하는 취재원들이 많아지며 인터뷰에 응해준 만큼 취재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해 고민이라고 했다.

최 기자는 “탈진실 시대에 가장 난감한 부분은 ‘다양한 가치와 의견을 균형 있게 대변한다’는 선언으로 무엇이 균형인지 업계 종사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르다”며 “기자 개인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기 까다로워졌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김경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 김준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분과장, 주민정 구산중 교사,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최미랑 경향신문 기자, 정철운 미디어오늘 기자 (사진제공=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윤리헌장이 현장에 제대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강제 조항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외국 언론 규정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취재보도 윤리 규정은 지금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어야 하고, 실천하도록 강제해야 하며, 에디터(편집인, 편집국장, 부장)의 책무규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즈의 경우, 익명 취재원 인용을 지양하기 위해 3단계(일반 기사, 다소 민감한 기사, 극히 민감한 기사)로 나눠 익명 취재원 공개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터는 ‘기사당 익명 취재원을 최대 2명만 허용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기 위해 뉴욕타임즈는 해설과 분석 기사의 경우 일반 기사와 다른 타이포그래피를 적용했다.

박 교수는 “규정을 구체화한 뒤 실천 가능하게 만들려면 매년 ‘나는 조작하지 않는다. 표절하지 않는다. 독립성을 유지한다’ 등의 서명을 강제하거나 교육, 처벌 규정을 두어 기자가 지킬 수밖에 없게 강제하는 수단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에디터 책무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에디터의 경우 기자보다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에디터들이 지켜야할 규정을 만들어 기댈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하고 이는 학계가 나서서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리교육은 국장, 부장, 기자 순으로 해야 한다. 젊은 세대의 민감도가 기성세대보다 훨씬 엄중해졌기에 간부들부터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리교육을 이수한 기자들에 한해서 기자상을 수여하거나 해외 연수를 보낼 수 있게 언론진흥재단과 기자협회가 연계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언론윤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뉴스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주민정 구산중 교사는 “언론이 시민이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해 보도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궁금증만 해소하는 보도가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 꼭 생각해봐야 한다”며 “독자들도 기사를 읽을 때 필요한 뉴스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고 했다.

정철운 미디어오늘 기자는 "좋은 보도는 응원해줄 필요가 있다. 기자에 대한 비판도 필요하지만 폭력에 가까운 대응은 기자와 독자 모두에게 부정적 효과를 줄 수밖에 없기에 자제해야 한다"며 "강준만 교수가 해장국 저널리즘이라 표현했는데 좋은 독자는 밋밋한 저널리즘에도 열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미랑 기자는 "어뷰징 기사로 언론인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언론사가 더 좋은 보도를 보여드려야 하는 게 맞지만, 독자도 포털뉴스를 덜 보면 어떨까란 생각이 든다"며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소비자도 기자도 같이 기사를 보는 안목을 높여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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