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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로스쿨’이 남긴 것, 인간의 얼굴을 한 법에 대하여[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1.06.10 17:29

[미디어스=이정희] 배우 안내상이 분한 서병주는 JTBC 드라마 <로스쿨> 첫 회에서 숨을 거둔다. 검사장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 한국대 로스쿨 겸임교수 서병주를 과연 누가 죽였는가? 그로부터 <로스쿨>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그렇게 죽은 서병주는 16회 내내 유령처럼 <로스쿨>을 떠돈다. 서병주로부터 시작된 질문, 그리고 서병주를 통해 도달하고자 했던 '법'에 대한 정의, 그것이 바로 <로스쿨>이 전하고자 한 이야기이다.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

2017년 당시 검사였던 양종훈(김명민 분)은 검사장 서병주의 뇌물수수 사건을 맡았다. 검사장이 친구 고모 씨로부터 3억 7천만 원 가치의 땅을 받아서였다. 이에 대해 법원에선 1심 무죄, 2심 유죄의 판결이 났다. 대법원까지 간 뇌물수수 사건. 오랜 친구로부터 받은 것이 뇌물인가, 선물인가라는 점이 관건이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서병주 측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었다. 뇌물임을 주장하던 검사 양종훈은 이 사건으로 옷을 벗었다. 

서병주 사건에서 시작된 이야기 

양종훈은 이 사건을 놓지 않았다. 로스쿨 교수가 되어서도 수업 시간에 이 사건을 복기한다. 양종훈이 '집착'이 심해서? 16회차 <로스쿨>은 양종훈이 이 사건에 가진 '집착'의 의미, 나아가 법 앞에 선 자의 의무를 서병주 사건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

오랜 벗이라지만 국회의원 고형수(정원중 분)는 왜 서병주에게 땅을 주었을까? 거기엔 다시 10년을 거슬러 2008년 주례동에서 벌어진 뺑소니 사망 사건이 있다. 

친구 장례식장에 갔던 서병주와 고형수는 장례식장에서 술을 마신다. 그런데 급하게 모임에 가야 했던 고형수가 서병주에게 음주 운전을 하도록 종용했고, 그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났던 것이다. 차에서 내려 피해자를 살려보려던 서병주. 하지만 그 지역구 국회의원이던 고형수는 그런 서병주를 막아선다. 그리고 자신이 운전을 해서 그 자리를 벗어난다. 그런 두 사람을 목격한 자가 바로 성폭행범 이만호였다. 고형수와 서병주 그리고 이만호, 이 세 사람은 2008년 주례동 뺑소니 사고의 악연을 맺었다. 

그런데 양종훈은 왜 이 사건에 그렇게 오래도록 집착해왔을까? 서병주의 사망 원인에서 보여지듯, 한때 검사장을 지낸 서병주는 필로폰에까지 손을 대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형 로펌 변호사에 한국대 로스쿨 겸임교수, 한때 양종훈이 존경하던 선배이자 조카 한준휘의 롤모델이던 서병주는 2008년 뺑소니 사건으로 그렇게 무너졌다. 고형수에게 뇌물을 받는 파렴치범으로 법정에 서서도 자신의 무죄를 항변하는 도덕적 파멸에 이른 것이다. 

그때 법이 서병주에게 올바른 판단을 내렸다면?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

드라마 <로스쿨>은 서병주 사망 사건에서 시작해 결국 차기 대권주자 고형수 의원의 서병주 살인교사 사건으로 막을 내린다. 고형수의 서병주 살인 교사엔 2008년 뺑소니 사건으로 시작된 악연이 있다. 그 사건을 조사해온 양종훈이 차를 운전한 사람이 서병주임을 알게 되고, 한준휘와 함께 자수를 종용하자 서병주가 자수를 결심한다. 그런 서병주의 자수로 인해 자신이 동승한 사실이 탄로 날까 두려웠던 고형수는 서병주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죽마고우조차 자신의 필요에 따라 살해를 지시한 고형수는, 앞서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댓글조작을 지시했고 그런 불법적 정치 행위는 계속돼왔다. 

서병주의 죽음이라는 하나의 사건은 양종훈이 그의 방에 숨겨놓은 표처럼 결국 차기 대권주자 고형수라는 '거악'이 정치적 이권을 행사하기 위한 다양한 불법적 사건들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

즉 한낱 ‘뇌물수수 사건’은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뺑소니 사건에 뿌리를 드리우고 있었고, 그 가지는 뻗고 뻗어가 서병주 사망 사건, 하수인인 이만호의 갖은 불법적 행위와 사망 사건, 그리고 서지호(이다윗 분) 아버지의 자살 사건 등으로 끝없이 그 악의 영향력을 뻗어나간다. '법'이 제대로 심판하지 못하면 이후 악의 가지들이 걷잡을 수 없이 뻗어나갈 수 있음을 <로스쿨>은 16회의 과정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한국대 로스쿨 겸임교수가 된 서병주는 '법은 정의롭지 않다'며 자학한다. 한때 법이 '정의의 양심'이 되어야 한다던 소신 있던 법조인은 그 스스로 빠져들어간 악의 굴레로부터 법망을 피해 도망치고 나서 법에 대한 비관론자가 되고 만다.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

그래서 <로스쿨>은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다. 가장 믿었던, 그래서 사시도 포기하게 만들었던 삼촌 서병주 살인 용의자가 된 한준휘(김범 분). 특례 입학자로 스스로 삶의 경험에서 건진 '정의로움'으로 무장해가며 자신의 쌍둥이 언니 강단 사건을 맞닥뜨린 강솔 A(류혜영 분). 아버지 자살 사건의 트라우마를 가진 서지호. 논문표절 사건을 겪게 된 강솔 B(이수경). 그리고 시험답안 해킹을 하게 된 유승재(현우 분) 등. 이들은 모두 자신의 사건을 겪으며 법의 의미에 대해, 법관의 존재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이들은 양종훈 교수의 지도 아래 서병주 죽음의 진실, 나아가 차기 대권주자 고형수의 갖은 불법적 사건을 폭로하여 그를 법의 심판대에 세운다. 법꾸라지가 되어버린 선배들,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법을 교묘하게 피한 고형수. 그럼에도 그들을 심판할 수 있는 건 법임을, 여전히 '인간의 얼굴'을 한 법조인임을 <로스쿨>은 보여준다. 정의롭지 않은 법을 정의롭게 만들 수 있는 것 역시 법, 그리고 그 법을 법정에서 구현해내는 '인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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