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K리그를 결산하는 무대,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대상 시상식이 6일 오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렸습니다. 평소 그라운드에서만 봤던 선수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는 자리였기에 이른 시간부터 행사장을 찾은 팬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승부조작 같은 안 좋은 일도 있었지만 명승부가 펼쳐진 챔피언십, 300만 관중 돌파 등 훈훈한 소식들도 있었기에 시상식장 분위기는 비교적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한 자리였던 만큼 흥미롭고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도 많았습니다. TV에서 볼 수 없었던, 그리고 일반 팬들이 보지 못한 시상식 뒷이야기를 정리해 소개하겠습니다.

개성 넘쳤던 선수들의 패션, 그 비밀은?

▲ 2011 K리그 대상을 수상한 이동국(좌) 김재성, 염기훈 (우)
시상식하면 뭐니뭐니해도 '시상식 패션'을 떠올리곤 합니다. 저마다 개성 있는 패션으로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는데요. 직접 보유하고 있는 의상을 입고 오는 경우도 있고, 협찬을 받아 온 선수도 간혹 있었지만 그라운드에서 보지 못한 모습들을 보니 참 색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헤어스타일 같은 경우에는 아침에 직접 미용실에 가서 가꿔 온 선수들도 있었지만 일찍 시상식장에 와서 머리를 손질 받은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프로축구연맹 스폰서인 모 업체에서 직접 나와 선수들의 헤어스타일을 다듬어준 것입니다. 다소 긴장한 표정들이었지만 '이쁘게 해달라'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설렘을 느꼈습니다.

일일이 팬들의 호응에 답한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

▲ 최강희 전북 감독
이날 시상식장에서 선수들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 사람은 바로 우승팀 감독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이었습니다. '봉동 이장'이라는 친근한 별칭에 어울리게 팬들에게 다정다감한 인상을 풍겨왔던 최 감독은 이날도 시상식장을 들어가는 과정에서 팬들이 요청한 사인을 일일이 정성껏 해주는 모습을 보여 박수를 받았습니다. 단 한 번도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오히려 '고맙다'는 인사를 표한 최 감독의 모습에서는 진정 팬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셔플킹' 강수일 "1주일 연습하고 무대 올랐어요"

본격적인 시상식이 시작됐고, 오프닝 무대는 제주 유나이티드 강수일이 책임졌습니다. 전문 댄서들과 함께 최근 유행하는 셔플댄스를 췄는데 반응은 정말 폭발적이었습니다. 특히 무대 마지막에 셔츠를 찢고 자신의 복근을 드러낸 장면은 시상식장 전체를 더 후끈 달아오르게 했습니다.

▲ 화려한 오프닝으로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은 제주 강수일, 내년에는 시상식에 수상자로 오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상식을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강수일은 "1주일 연습했는데 선생님들이 도와준 덕분에 잘 됐던 것 같다"면서 감회를 밝혔습니다. 사실 그 전까지 춤을 거의 출 일이 없었고, 잘 추지도 못했다는 강수일은 이번 무대를 위해 하루에 꽤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 연습했다고 했습니다. 큰 박수와 환호를 받은 강수일이었지만 그는 "처음으로 선 무대가 K리그 시상식이어서 영광이지만 내년에는 더 열심히 해서 수상자 자리에 오르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잊지 않았습니다.

'봉동이장님'의 톡톡 튀는 기자회견 발언

이동국이 2011 K리그 대상을 수상하고, 최강희 감독이 감독상, 이승기가 신인상을 타면서 K리그 시상식은 모두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기자회견장이었습니다. 시작부터 빵 터졌습니다. 최강희 감독은 양 옆에 이동국, 이승기가 있는 것을 두고 특히 이승기를 향해 "제 옆에 이승기 선수가 있는데 이 자리에 최만희 (광주) 감독님 몰래 이승기를 영입하고 싶다"면서 "승기야. 전북에 올 생각 없니?"하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하지만 이승기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무표정으로 일관하자 최 감독은 "대답이 없네. 그러면 거부하는 걸로 알겠습니다"며 또 한 번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자칫 무거운 분위기일 수도 있었던 기자회견장은 시작부터 '봉동이장님' 덕분에 환하게 시작됐습니다.

이후에도 최 감독의 빵빵 터지는 애드리브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감독상으로 받은 상금 500만원을 어디에 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최 감독은 “(MVP를 받은) 이동국과 논의해봐야 겠다. 함께 좋은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도 “먼저 밀짚모자와 장화값을 지불해야 한다”며 또 한 번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지난 4일 챔피언결정전에서 최 감독을 위해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서 준 밀짚모자, 장화를 두고 한 얘기였습니다. 또 '우승을 확정지은 후 중앙 미드필더 영입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 했는데 영입 대상자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최 감독은 "그 때는 그랬지만 오늘 시상식장에 오니 마음이 바뀌었다. 오직 이승기를 영입하고 싶다"고 말해 신인상을 차지한 이승기에 대한 '애틋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유쾌했던 최강희 감독의 발언 덕분에 처음부터 끝까지 기자회견장은 웃음이 넘쳤고, 화기애애했습니다.

▲ 지난해 감독상을 수상했던 제주 박경훈 감독과 올해 감독상을 수상한 전북 최강희 감독. 둘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대표 수비수로 함께 했던 인연도 있다.
"팬들을 위해서라면..." 즉석 팬사인회

시상식은 끝났지만 팬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수상자로 선정된 선수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습니다. 선물이나 꽃다발을 챙겨온 사람도 있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은 사람도 많았습니다.

팬들과 함께 한 자리였던 만큼 스타들은 팬들에게 정성껏 사인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날 베스트11 수비수(DF) 부문에 선정됐던 곽태휘는 즉석에서 팬사인회를 가져 '소녀팬'들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또 유상철 대전 감독, 하대성, 강수일 등도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불굴의 의지' 신영록의 감동적인 등장

▲ 휠체어를 타고 입장하고 있는 신영록
전반적으로 유쾌한 시상식이었지만 감동의 순간도 있었습니다. 지난 5월 8일 경기도중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가 기적적으로 일어섰던 '기적의 아이콘' 신영록(제주)이 시상식장을 찾았습니다. 신영록의 등장에 동료, 후배 선수들, 감독들은 반겨했고, 특히 제주 박경훈 감독은 내내 환한 미소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신영록이 특별공로상 시상자로 나섰을 때 많은 이들은 깜짝 놀라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일어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그에게 큰 박수와 격려, 응원을 보냈습니다. 신영록은 "여러분들 덕분에 일어났습니다. 감사합니다"고 말했고, 이에 팬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신영록은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 김장열 제주 유나이티드 트레이너에게 공로패를 전달, 3분 40초 동안 서있었던 무대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내려갔습니다. 감동의 순간이었습니다.

많은 볼거리와 흥밋거리가 있어 유쾌했던 K리그 시상식을 끝으로 2011 K리그의 모든 일정은 끝났습니다. 벌써부터 '새로운 출발'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는 내년 시즌, 이 시상식을 장식할 선수, 감독은 누가 될지 주목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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