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양문석 칼럼] 지난해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용자 보호를 방송통신위원회 소관업무로 규정한 법안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과 ‘전자상거래법’을 들고 나왔다. 공정위가 또 다시 방송통신영역을 헤집고 있는 셈이다.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 합병과정에서 소관 부처도 아닌 공정위는 ‘조건부 찬성’에서 갑자기 합병 금지를 선언해 시장을 혼돈상황에 몰아넣었다. 당시 상황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유료방송 독과점이 심화될 것이라는 게 당시 공정위가 인수 합병을 금지한 이유였다.

그러나 공정위는 2012년 ‘다채널 유료방송 시장분석’ 보고서를 통해 경쟁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케이블TV 지역사업권을 광역화 내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불과 4년 뒤인 2016년 케이블TV 지역사업권을 광역화 또는 폐지해야 한다던 ‘지역사업권’을 근거로 손바닥 뒤집듯 합병금지를 선언했다.

실체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불과 1년 뒤인, 2017년 6월 29일, 그것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재판정(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에 합병금지를 결정한 담당 사무관 김인원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인원 사무관은 공정위가 합병금지를 발표한 직후 ‘7월의 공정인’으로 사무관 양동훈, 최미강, 전우철 등과 함께 선정됐다. 이들이 수상한 이유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주식 취득 계약 및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간 합병 계약의 이행을 금지하기로 결정함으로써 관련 시장에서의 경쟁을 촉진하고 기업결합에 따른 소비자 후생 감소를 적극 차단함”이었다.

이들은 법정에 출석해 공정위가 방송통신정책을 어떻게 농단했는지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검찰이 “SK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추가 출연을 거절해 불이익을 받은 게 아니냐”고 묻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증언했다. 또 ‘조건부 허가’를 규정한 ‘합병심사보고서’를 SK텔레콤에 송부하려던 시점에 청와대 지시로 연기했다가 “상관인 선중규 당시 공정위 기업결합과 과장이 ‘불허가 나는 쪽으로 결론 내자’고 주문하면서 최종의견서를 작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같은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인민호 공정위 과장은 “안종범 수석이 박 대통령이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시다니까 기다려 달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공정위가 살펴보고 결정할 부분은 ‘경쟁제한성’이 있느냐 없느냐, 있으면 얼마나 있느냐, 합병을 하되 조건부로 허가할 정도냐, 아니면 합병을 금지시켜야 할 정도냐를 따지고 이를 소관 부처인 방통위와 과기정통부에 전달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중간절차의 한 부분을 맡고 있는 공정위가 합병금지를 선언해 시장을 어지럽히고, 소관부처인 방통위와 과기정통부를 ‘식물부처’로 만들었다.

한 마디 사과도 없었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 합병을 금지시켰던 공정위가 불과 3년 뒤인 2019년 LG유플러스와 CJ헬로비전의 합병을 허가했다. 공정위는 “유료방송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있었다. 불과 몇 년 만에 디지털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개편됐다”는 설명을 달았다. 하지만 유료방송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아니라 공정위의 비정상적인 정책결정이 정상화됐다는 게 시장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현재 공정위는 ‘온라인플랫폼' 영역을 놓고 방통위와 주무부처 갈등을 벌이고 있다. 국회는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미 유럽은 ICT 전담부처(정보통신망 콘텐츠 기술총국)가 디지털시장법, 디지털서비스법 등을 추진하며 달려가고 있다. 글로벌 ICT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플랫폼 등 통신산업 규제는 ICT전담 규제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자신의 온라인 플랫폼법이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 민족 등 플랫폼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금지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외 구분이 없는 완전경쟁시장인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공정위가 관할하기 위해서 섣불리 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법 관련 토론회 등을 통해서도 제기됐듯이 현행법상으로도 문제가 생기면 규제할 방법이 있는데, 갑을관계 프레임에 갇혀 새 법을 만들면 현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규제만 늘어나게 되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우선적으로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의 발전과 경쟁력 확대를 위해서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플랫폼 시장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고, 규제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어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플랫폼 운영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따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만약 온라인 플랫폼 관련 규제 및 법이 필요하다면, 전문 규제기관인 ICT부처(방통위, 과기정통부)에서 종합 검토하여 행정절차에 따라서 법률안을 만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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