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문나이트 90의 주인공은 가요계의 악동 DJ DOC였습니다. 솔직히 방송이 어떻게 연출될지 궁금했어요. 왜냐하면 얼마 전 이하늘이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지요. 과연 그들이 박정환의 이야기를 어떻게 다룰지도 궁금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제작진도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조금 다행인 점은 문나이트 90이 생방송까지는 아니더라도 한참 전에 녹화하고 방영하는 시스템은 아니어서 DJ DOC의 이번 녹화와 관련돼서는 조금 여유가 있었다고 할까요? 일단 이하늘은 인터뷰 자체가 불가능했고 정재용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연락이 안 된 것 같아요. 그래서 김창렬과만 인터뷰를 따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쨋든 DJ DOC의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이 장면에서 담당피디가 코믹하게 옷을 입고 장난을 걸기 시작합니다. “스트리터 파이터”라는 별명을 가진 김창렬을 만난다고 그런 복장을 입고 왔어요. 매주 독창적인 복장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려는 PD의 노력이 대단합니다.

문나이트 90은 실제 이야기와 픽션을 반반 정도 섞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때로는 40:60 어떨 때는 60:40으로? DJ DOC의 시작에도 약간의 픽션이 가미되는 동시에 사실이 오버랩되긴 합니다. 일단 이근배가 듀스의 팬이라서 사인을 받고, 이근배가 듀스를 대신해서 랩을 하겠다니가 다들 거절하겠다며 물건을 던지는 장면 같은 건 가미된 부분같습니다.

그 중 참 소소한 장면들이 많이 지나쳤는데요. 예를 들면 정재용이 그 당시엔 살이 찌지 않은 꽃미남이었다든가 이하늘의 머리숱이 많았다던가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지요. 당시 DOC는 확실히 이미지 자체도 외모도 달랐네요. 나이가 든 것도 있지만 정재용이 이렇게 살이 찌지 않았고 이하늘이 머리도 있던 때라 많이 달라 보입니다.

지난주 서태지를 만날 때 이미 이하늘은 머리가 다 빠진 상태였는데 여기서는 머리가 수북한 상태라는 것도 재미있네요. 방송에서 묘하게 대머리 된 이하늘과 살찐 정재용을 오버랩시키며 재미를 더 더했습니다. 김창렬은 탈모가 아마 이주노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것도 편집으로 이주노가 “나는 모르는 일이다”라고 하는 장면으로 바꿔놓음으로 인해서 소소한 재미를 선사했지요.

한 가지 더 깨알같은 문나이트 90의 재미는 옛날 인물들의 관계도입니다. 신철, 이하늘, 이주노, 그리고 조관우 이렇게 관련되어 있는데 조관우 1집의 랩부분을 이하늘이 녹음했다는 것도 처음 안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방송에서 이야기한 3만 원 계약은 신철의 증언에 의해서 확인이 되었네요.

DJ DOC의 데뷔는 참 특이했는데요. 데뷔 자체가 특이했다기보다는 첫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 제작자를 만난 과정이 특이했는데, 첫 등장부터 사물놀이 식으로 이하늘이 장구를 들고 와서 장구질을 해대서 PD의 마음을 감동시켜 첫 무대를 가졌다고 하더군요. 하여튼 데뷔전부터 DOC는 정말 특이한 그룹이 아닐 수가 없네요. 데뷔하자마자 DOC는 승승장구하면서 잘 나갑니다. 그 때 그 영상들을 다시 보여주는데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한 번씩은 따라불러 봤던 명곡들이지요.

약간 오글거리는 장면들도 나왔는데, 김창렬이 카메라를 보면서 "저는요~ 연예인이 왜 되었을까요?"하고 묻는 장면은 지금 김창렬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카메라를 보면서 애교질 비슷한 것을 해대는 이하늘도 볼 수 있었어요.

그렇게 치고박고 싸우던 DOC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는데 바로 4집 때 해체위기까지 겪었다는 사실입니다. 항상 함께해왔던 신철을 떠나서는 아무도 DOC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고, 이하늘은 인터뷰에서 팀을 탈퇴한다고 하는 등 난리도 아닌 시절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이하늘은 경기도 문산의 한 산에 틀어박혀서 곡 작업한다고 안 나오고...

그러다가 결국 멤버들이 다 뭉쳐서 울면서 풀고 다시 컴백해서 돌아왔지요.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곡들 가운데는 정말 명곡 중에 명곡인 DOC와 함께 춤을 있습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홍보송으로도 쓰여서 나중에 청와대에 초대받기까지 했습니다.

DOC하면 확실히 사건 사고를 빼놓을 수가 없지요? 사실 이하늘이 지금 은퇴한 것도 말로 인한 사고였는데 혈기왕성하던 그 시절은 더했지요. 클럽 가서 싸우고 여기저기서 싸우는 바람에 신철이 가서 오히려 애들을 그 자리에서 더 패고 와서 결국 조폭들이 보내주는 일화도 있었다지요?

또한 방송 사고도 냈는데, 이본의 볼륨을 높여라에서 제작진의 지시와 반대되는 행동을 보여서 결국에는 라디오 금지령까지 내려졌고, 그들의 곡이 선곡되지 못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밖에 이하늘의 동생 이현배를 도와주려고 하다 잡힌 장면 등을 생각해보면 참 DOC는 사고가 많은 그룹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DJ DOC의 음악사랑은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었고 또한 명곡을 많이 만들어냈습니다. 그 당시 사회를 비판하는 곡들을 많이 쓰고 자기들만의 독특한 해석이 담긴 곡들을 만들어냈어요. 자기들만의 음악관을 가지고 있으면서 겁 없이 사회풍자를 하는 DOC의 음악성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걸 보면 DJ DOC는 단순한 사고뭉치들은 아니었습니다. 다혈질이고 제멋대로이긴 했지만 자신들만의 음악성이 뚜렷한 뮤지션이었고, 남 다른 조예가 있는 재주꾼들이었지요.

DJ DOC 방송을 보면서 최근의 이하늘이 다시 한 번 생각났습니다. 지금 이하늘의 연륜 정도면 욕을 쓰지 않고도 최근 개콘에서 나온 것처럼 재미있게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시원한 노래를 만들 수 있는 재주를 가진 사람인데 하는 아쉬움이요.

문나이트 90을 보면 단순한 가수의 역사를 짚어보기보다는 그 가수의 장점을 살리고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점들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는 점이 느껴집니다. 악동 DJ DOC의 리더 이하늘이 조관우의 노래에 피쳐링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기도 했고, 당시 궁금했던 관계도를 발견하는 재미를 보여준 문나이트 90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또한 그냥 역사라서 지루할 수 있는 장면을 코믹하게 바꿔 편집도 재미있게 한 걸 볼 수 있었지요.

문나이트 90을 보면서 그리고 최근 은퇴한 이하늘을 생각하면서 두 가지가 떠오르네요. DJ DOC는 여전히 사고뭉치이지만 음악적으로는 참 아쉬운 그룹이라는 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DOC는 재능 있는 아쉬운 사고뭉치 그룹이라고 할까요?

다음 주에는 음악계의 영향을 미친 큰 손 박진영 편이 방송되네요. 사실 박진영은 서태지 편에 잠시 나오기도 했는데 과연 그는 어떤 인물들과 관계가 있고,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다음주 7회를 꼭 지켜봐야겠네요.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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