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네이버사원노동조합 ‘공동성명’이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A 씨가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왔고, 임원 B 씨에게 지속적으로 정신적 압박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A 씨와 동료들은 수년간 사측에 문제해결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묵인·방조했다고 주장했다. 공동성명은 사측에 재발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공동성명은 7일 오전 네이버 본사 앞에서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동조합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A 씨는 내비게이션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수개월 간 강도 높은 업무에 시달렸다.

(사진=네이버)

A 씨는 지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퇴근하려고 했는데 중대 버그 튀어나와서 바로 롤백하고 지금 원인 파악되서 지금 테스트 중이네요”, “오전에 장애 나서 처리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려 옆에 공원에 나갔는데, 또 장애 나서 심신이 망가짐”이라고 전했다. 메시지는 밤 10시 경 발송됐다. 공동성명은 “A 씨는 주말과 밤늦게도 업무를 했다”며 “일 1시간의 휴게 시간도 없이 일해왔다고 주변 동료가 증언했다”고 밝혔다.

또한 A 씨는 임원 B 씨에게 스트레스를 받아 온 것으로 나타났다. 팀원들이 잇달아 퇴사하자 B 씨는 회의에서 “팀원 C 씨 이직하면 A 씨는 나한테 죽어요”라고 말했다. B 씨는 개발자인 A 씨에게 ‘기획안을 짜와라’고 요구했다. A 씨는 동료에게 “B와 미팅할 때마다 무능한 존재로 느껴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아 괴롭다”고 토로했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사측은 임원 B 씨에 대한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이를 묵인·방조했다. 사원 D 씨는 3월 사내 신고 채널을 통해 B 씨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신고했다. 하지만 조사 리포트에는 B 씨의 문제점이 약하게 적시되어 있었고, D 씨는 인사팀으로 발령받았다. 이후 D 씨는 퇴사했다.

직원 E 씨는 3월 이해진 GIO와 한성숙 CEO가 참여한 회의에서 B 씨를 책임리더로 선임한 것이 정당한지 물었으나 인사 담당 임원은 “책임리더의 소양에 대해 경영리더와 인사위원회가 검증하고 있으며 더욱 각별하게 선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직원들은 2019년 5월 회의에서 B 씨의 문제적 발언(“당신은 패착이다”, “너는 이 일하는데 전혀 중요하지 않다” 등)에 대해 호소했으나 경영진 F 씨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시 회의에 참여한 일부 팀장은 직위가 해제되거나 퇴사했다.

공동성명은 “B 씨는 권한을 이용해 A 씨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며 “직접적인 가해를 한 B 씨와 이를 알고도 묵살했던 F 씨는 이 일에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성명은 “A 씨의 사망은 회사가 지시하고 회사가 방조한 명백한 업무상 재해”라며 “임원 B 씨의 행위를 막기 위해 수많은 요구를 했지만 이를 묵살한 경영진과 회사의 잘못 역시 매우 크다”고 비판했다.

공동성명은 7일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또한 공동성명은 사측에 A 씨의 메신저 이력, 출퇴근 기록, 이메일, 직원 면담자료 등을 요구했고, 노사 공동으로 재발방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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