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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의 기자 손배소, 기사 아닌 칼럼이어서?키코사태 입증한다는 산업은행… 권오철 기자 "재판으로 키코 진실 가릴 것"
송창한 기자 | 승인 2021.06.07 08:08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기사를 삭제하면 소를 취하하겠다는 제안은 일순간 재판을 털어버릴 수 있는 기회였지만, 이번 재판은 제 개인만의 재판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키코를 통해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도산하고, 많은 이들이 직장을 잃었으며, 누군가는 죽음으로 내몰렸습니다. 기사 삭제라는 '백기'를 들 수 없었습니다."

2일 산업은행과의 재판을 시작한 권오철 스포츠서울 기자는 미디어스에 이 같이 말했다.

재판부(서울남부지법 민사5단독)는 이날 재판에서 산업은행이 언론사에 소를 제기하지 않은 점, 문제가 된 글이 스트레이트 기사인지 칼럼인지 등을 질문했다. 그러나 산업은행 측은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해당 칼럼의 허위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키코는 불완전 판매가 아니다'를 증빙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권 기자가 작성한 칼럼 <[취재석] 이동걸의 이상한 논리 '키코, 불완전판매 했으나 불완전 판매 아니다'>가 허위사실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그해 11월 권 기자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뉴스)

권 기자와 키코공동대책위원회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2일 열린 해당 민사소송 첫 변론기일에서 재판부는 "(산업은행측이)신문사를 대상으로 소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질문했다. 권 기자 측은 앞서 준비서면을 통해 "기사 제목을 비롯한 기사 게재·보도에 관한 모든 결정권은 피고가 근무하는 회사가 보유하는 바, 원고는 권한도 없는 자를 상대로 부적법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는 입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권 기자 측 법률대리인은 재판에서 "이 사건의 특이한 점은 언론중재위원회도 거치지 않았고,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지 않았으며, 그저 개인을 상대로 찍어내리기 소송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피고 본인이 기사 작성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누가 과연 기사에 관여한 것인지 스포츠서울에 사실조회를 신청하겠다"고 주장했다.

권 기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산업은행 측은 기사가 권 기자가 쓴 것이 아니라고 하는데 그럼 누가 쓴 것이냐를 스포츠서울에 사실조회하겠다는 말을 했다"며 "기사를 쓰지 않았다고 한 게 아니라 데스킹 과정을 거쳐 회사의 이름으로 기사가 나간 보도책임을 언급하고 소송의 상대가 애초에 잘못됐다는 걸 얘기했더니 이것을 왜곡했다. 사실조회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취재석] 이동걸의 이상한 논리 '키코, 불완전판매 했으나 불완전 판매 아니다'>가 스트레이트 기사인지, 칼럼에 해당하는지를 질문했다. 귄 기자 측은 "칼럼이며, 사실적시보다는 비평에 가까운 글"이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칼럼이다"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동걸 회장은 당시 "키코는 불완전 판매가 아니다"라면서도 "가격정보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권 기자는 칼럼에서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고도 불완전판매가 아니라는 이 회장의 논리는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말과 동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썼다.

키코(KIKO. Knock-In, Knock-Out)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입는 구조의 파생금융상품이다. 2008년 초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키코에 가입했던 중소기업 피해가 속출, 줄도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723개 기업이 3조 3000억원 가량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문재인 정부 금융감독원은 2018년부터 2년 간 키코사태를 조사, '불완전판매'로 결론냈다. 

2020년 10월 18일 스포츠서울 <[취재석] 이동걸의 이상한 논리 '키코, 불완전판매 했으나 불완전판매 아니다'>

소장에 따르면 산업은행 측이 주요하게 문제삼고 있는 부분은 '키코, 불완전판매 했으나 불완전 판매 아니다'라는 칼럼의 제목이다. 이동걸 회장은 "키코는 불완전 판매가 아니다"라고 일관되게 증언했을 뿐 "키코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한 적이 없어 허위사실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산업은행 측은 재판에서 "불완전판매를 인정한 것처럼 기사가 나왔다"며 "불완전판매가 아니라는 것과 관련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산업은행은 키코사태와 관련해 배상 또는 보상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불완전판매'가 아니라는 것으로 올해 초에도 이동걸 회장은 '불완전판매' 판단을 인정할 수 없다며 금감원 배상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산업은행 측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불완전판매 여부를 따지는 재판이 아니다"라고 했다. 권 기자측은 "키코 불완전판매 여부 입증과 관련한 산은측의 반박 준비서면을 받게 되면,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현장에 있었던 국회의원 보좌관을 증인으로 신청할 것"이라고 답했다. 키코공대위측은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산업은행 측은 권 기자의 기사 제목이 어떻게 허위사실인지와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를 입증해야 했으나 어떤 입증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권 기자 측은 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의 김성영 보좌관을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김성영 보좌관은 키코 전문가로, 이용우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가격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동걸 회장 발언을 이끌어 냈다. 

권 기자는 "이동걸 회장이 마련해 준 이번 재판은 키코 불완전판매를 다시 한 번 법정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순간이다. 담담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며 "산업은행이 보낸 소장에 기가 찼지만, 역으로 이동걸 회장이 가격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고백한 사실은 키코 배상에 가장 근접한 열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권 기자는 "단순히 기자의 허위사실 손해배상을 다투는 재판인 것 같지만 여기엔 키코사태의 쟁점이 녹아있다"며 "수많은 피해자들의 아픔을 알고 있어 지더라도 한 번 싸워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재판을 통해 진실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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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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