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와 패자는 있었지만 경기 현장은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우승한 전북 현대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울산 현대나 모두에게 기억에 남을 한판이었고, K리그에 새로운 희망을 남긴 경기였습니다.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전북 현대가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울산 현대를 2-1로 따돌리고 종합 전적 2승으로 2년 만에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공교롭게 숫자 2가 많습니다) 하지만 경기내용은 대단히 치열했습니다. 6강부터 챔피언결정전 1차전까지 4경기를 연속으로 치렀던 울산이었지만 마지막 힘을 다하는 플레이로 전북을 위협했고 결국 후반 초반 설기현의 벼락같은 선제골로 앞서나가며 기선 제압까지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닥공' 전북이었습니다. 전북은 곧바로 패널티킥을 얻어 에닝요가 정확하게 꽂아넣고, 후반 23분 그야말로 원맨쇼를 펼친 루이스의 결승골로 완전히 주도권을 잡으며 승리를 챙겼습니다.
비록 준우승했지만 울산 선수들 역시 자신을 응원한 원정 서포터 처용전사에게 다가가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울산에서 전주까지 4시간을 달려온 원정 서포터 300여 명은 경기 내내 목청껏 응원하며 울산의 선전을 기원했지만 경기에 진 아쉬움에 팬들 역시 눈물을 흘리거나 굳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경기장 분위기는 우승 세레모니를 펼친 시상식에서 정점에 달했습니다. 전북은 2년 만에 찾아온 우승컵을 반갑게 맞이했고, 모두 환한 미소로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특히 이날 전반에 패널티킥을 놓쳤던 이동국은 전북 선수들 가운데 가장 먼저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가장 환한 표정을 지으며 보는 이들마저 흐뭇하게 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많은 이들이 있었던 올 시즌이었고, 결과적으로 개인 통산 최다골 기록을 내년으로 미뤄야 했지만 개인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이뤘다는 것 자체를 즐기고 뿌듯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뒤이어 최강희 감독이 밀짚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고 M.G.B에 다가오자 서포터들의 분위기는 다시 한 번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많은 축구팬들은 익숙하겠지만 최 감독은 '봉동이장'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습니다. 나중에 최 감독이 밝혔는데 이 밀짚모자와 장화는 봉동 주민들이 우승했을 때 꼭 착용하라는 요청이 있어 흔쾌히 수락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합니다. '진짜 봉동이장의 출현'에 팬들은 '이장님! 이장님!'을 외쳤고 곧바로 '최강희! 최강희!'를 연호하며 또 한 번 가슴에 별을 달게 한 최강희 감독을 지지했습니다. 최 감독은 팬들에게 전하는 인사말에서 '정말 눈물 나게 고맙다'면서 '팬들과 함께 지금보다 나은 명문구단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도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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