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3대 기획사가 합작한다는 것만으로도 K팝스타는 이제는 흔해빠진 오디션 프로그램과의 차별을 갖는다. 그래도 불안했던 것은 누가 심사 데스크에 올라가느냐가 아니라 누가 테스트 무대에 서느냐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미 슈퍼스타K 3회, 위대한 탄생 2회가 치러졌기 때문에 K팝스타에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이란 나라는 정말 불가사의할 정도로 노래인재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더 이상의 실력자는 없을 거란 생각은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했다.

K팝스타 첫 방송은 지역 예선 없이 곧바로 본선무대부터 시작했다.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 모두가 지역 예선부터 차근차근 참가자들을 보여주었지만 K팝스타는 지역예선을 과감하게 생략한 점이 우선 특별해 보였다. 본선 무대로 승부한 K팝스타는 방송분량보다 질로써 승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보였다. 또한 참가자들의 실력이 그것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방송 직후 키보드 3인방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진 신미진, 김나윤, 백아연 세 명의 소녀들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처음부터 탈락이 속출하는 가운데 등장한 이 세 명의 실력파 소녀들은 또 공교롭게 모두 키보드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또한 심사위원 세 명 만장일치 합격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특히 박진영이 무한애정을 보인 신미진과 김나연은 발성과 음악성에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마지막으로 등장한 백아연은 소아암을 극복한 휴먼스토리를 갖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남자친구가 얼마 전 군 입대를 해서 신입고무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신미진은 대단히 수줍어하는 모습이었지만 막상 건반 위에 손을 올리고는 곧바로 열창모드로 돌변하더니 보아로부터 온몸에서 소리를 낼 줄 안다고 칭찬을 들었다. 또한 박진영도 완벽한 발성이라고 극찬했다. 그 뒤를 이어 등장한 김나연은 미국파로 16살의 앳된 나이로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노래하는 모습은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원숙한 노래 해석을 보였다.

원래는 신미진이 워낙 빼어난 실력을 보여서 어린 나이의 김나연을 걱정했던 심사위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솜씨였고, 제작진은 천재소녀라는 자막을 삽입했다. 이쯤 되니 키보드 3인방 중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백아연은 누구보다 긴장하고 떨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음색 자체는 앞선 두 참가자보다 특색이 부족해 보였지만 허스키한 저음부와 맑은 고음부의 두 가지 색깔의 음색으로 역시나 칭찬을 받았으며, 특히 박진영은 앞의 신미진, 김나윤과 겨뤄서 지지 않을 특별한 고민을 주문하며 독려하는 모습이었다.

그 외에도 노래는 부르지 않았지만 양현석으로부터 국내는 물론 세계무대에서도 톱클래스 실력이라는 극찬을 받은 박정은이 있었으며 첫 방송 마지막에 나온 시각장애우 김수환은 오로지 감각만으로 익힌 춤을 보여 심사위원들 특히 보아를 펑펑 울게 만들기도 했다. k팝스타도 예능 프로그램인지라 아무리 차별성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참가자들의 휴먼스토리를 외면하지는 못했다. 결국 K팝스타도 기존의 포맷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첫 방송만으로 많은 것을 알고 또 규정할 수 없지만 우선 K팝스타는 고갈됐을 것 같았던 노래인재들을 참 용케도 찾아냈다는 점에서는 감탄과 칭찬을 해주고 싶다. 그러나 타 오디션과의 차별로 부각시킨 기획사 3사의 시각이라는 관점이 과연 얼마나 관철될지는 의문이다. 그것은 예선보다도 생방송으로 진행될 결선에서 더욱 염려가 된다.

K팝스타도 피해가지 못하는 문자투표 때문이다. 문자투표 시행된다면 여전히 당락의 권력을 쥐게 될 수밖에 없는데, 그 상황에서 3대 기획사의 색깔대로 인재를 뽑는다는 당초의 기획 의도는 무색해지기 마련이다. 그 근본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내 3대 기획사가 참여한 것이니 앞으로 어떤 참신하고 독창적인 오디션의 방법론을 제시할지 지켜볼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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