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능 나들이에 재미를 붙인 김주혁이 3일 시작된 tvN SNL KOREA 첫 번째 호스트로 출연했다. 게스트도 MC도 아닌 호스트(HOST)라는 독특한 포맷이 인상적인데, 호스트는 MC인 동시에 게스트도 되는 SNL만의 구성이다. 또한 SNL KOREA는 코미디 쇼로는 아주 특별하게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물론 오프닝과 몇 개의 코너만 생방송이고 나머지는 사전에 녹화된 것을 사용한다.

코미디 프로그램인데 김주혁이 나온다니 뭔가 이상하다. 게다가 영화감독 장진이 콩트 대본과 연출을 맡았고, 게다가 앵커 역할도 한다. 코미디 프로그램인데 기존의 코미디언은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위험하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현실 풍자와 패러디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SNL KOREA는 미국 코미디 버라이어티 쇼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의 오리지널 한국버전이다. 미국 지상파 NBC에서 지난 1975년 시작된 이래 무려 37년째 토요일 밤 생방송으로 진행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코미디 버라이어티 쇼다. 매회 톱스타가 호스트를 맡아 정치, 인물 풍자와 슬랩스틱, 패러디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자신만의 쇼를 구성, 시청자들에 다양한 재미와 볼거리를 선사하며 최고의 코미디쇼로 자리매김해왔다.

SNL의 포맷은 톱스타가 형편없이 망가지는 것이 기본 콘셉트이다. 따라서 첫 번째 호스트로 출연한 김주혁 역시 기대 이상(?)으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김주혁이 망가진 만큼의 재미와 의미는 주지는 못했다. 아직 포맷 자체가 낯선 탓이 클 것이라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몇 가지 부분에서 희망적 요소는 발견되었다. 웃음 자체는 코미디 빅 리그보다 분명 덜하지만 버라이어티로서의 가능성은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첫 방송에서 김주혁이 톱스타로서의 이미지를 과감하게 포기한 열연에도 불구하고 가장 인상 깊었던 코너는 장진의 위크엔드 업데이트였다. 단신을 소개하고 그에 대해서 앵커가 촌평을 다는 형식인데, 대단히 직접적이고 과감한 풍자로 통쾌한 웃음을 주었다. 그중 백미는 두 가지 핸드폰 문자에 대한 소식이었다.

첫 번째는 이명박 대통령이 4만 5천 집배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여러분께 감사를 하고 있다”고 격려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말미에 “어려운 여건은 누가 만들고 있는 걸까요?”라는 질문을 던져 촌철살인의 풍자를 터뜨렸다. 이어진 두 번째 소식은 반대로 음란한 문자 메시지로 회사원이 구속된 사건을 소개하면서 용의자가 관심 받고 싶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동기를 전했다. 장진은 곧바로 “아까 그분도 관심 받고 싶어서?”라고 결정타를 날렸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미 FTA를 주도한 김종훈 통삽교섭본부장이 논란을 끝낼 수만 있다면 자신을 밟고 가도 좋다고 한 말을 전하면서 장진 감독은 “많은 분들이 정확한 장소와 시간을 알고 싶어 하십니다”라고 하며 “시민 여러분들의 참여 부탁드립니다”라고 의미심장한 멘트를 남겼다.

SNL KOREA는 매주 토요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물론 매주 호스트가 바뀐다. 쇼를 구성하는 콩트는 아직 분발이 필요하지만 장진의 위크엔드 업데이트와 작가들과 PD들의 대화 콩트는 꽤나 날카롭고 신랄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일단 위크엔드 업데이트라는 확실한 카드 하나를 갖고 있다는 것이 낯선 버라이어티인 SNL KOREA의 희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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