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좀 심심하다 싶던 무한도전이 9회 말 역전분위기 조성에 성공했다. 명수는 12살은 올해 최고의 웃음을 주었던 무한상사, 그 이상의 즐거움과 약간의 회한까지 주면서 12월 송년 분위기에 적합한 즐거움을 선물했다. 12월은 다른 어떤 때보다 뒤를 돌아보게 되는 때이니 30년 전 외톨이 박명수로 돌아간 시도는 매우 영리했다. 때에 맞춘 기획은 쉽게 식상해질 수도 있겠지만 잘만 만든다면 그보다 더 효과적인 것도 없다. 겨울은 예나 지금이나 추억을 떠올리기 좋은 때이니 무한도전의 12살 박명수는 딱 맞아떨어지는 계절상품이었다.

그리고 12살 박명수 특집의 또 다른 의미는 바로 앞으로 몇 십 년만 더 지나면 단오 때의 그네타기처럼 귀해질 현대 민속놀이의 원형을 잘 살려냈다는 것이다. 20세기 민속학이 조선시대를 마지막 지점으로 하는 발굴과 복원이 주제였고, 자연히 농경사회의 문화를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21세기는 도시민속학의 시대라는 점에서 무한도전이 보여준 80년대 혹은 그 이전부터 전해지다 이제는 모습을 감춘 골목놀이는 아주 소중한 도시민속학의 자료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지금부터 30년 전의 골목은 아이들의 노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밥이 다 돼서야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고, 요즘처럼 게임기도, PC도 없던 시절 아이들은 넘치는 에너지와 남아도는 시간을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놀았다. 그러나 요즘 도시 아이들은 골목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할 뿐이다.

몇몇 대안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옛날의 골목놀이를 가르치기도 한다지만 2011년 평범한 아이들의 놀이는 PC나 게임기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무한도전은 단순하지만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주는 동시에 현재 어린이들에게는 재미있는 건강놀이를 알려준 것이다. 학벌사회의 한국에서는 초등학생이라고 한가하게 놀 형편은 되지 못한다. 그렇지만 무한도전이 전하는 골목놀이는 꼭 친구들끼리가 아니라 가족끼리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꼭 추억놀이라고 못박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어릴 적 혼자 지냈다는 박명수를 위해 특별히 30년 전으로 돌아갔다. 소품으로 가져다 놓은 포니 자동차를 시작으로 그 옛날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로 무한도전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생각과 몸이 그 시절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렇게 80년대 분위기에 젖은 무한도전 멤버들은 추억의 놀이들을 박명수에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워낙 외톨이에 익숙한 박명수도 친구들의 강권에 못 이겨 한 번 두 번 하더니 결국 놀이에 흠뻑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나중에는 방안에서 즐길 수 있는 지우개 따먹기도 선보였으나 아무래도 80년대 놀이의 제왕은 달리기를 기반으로 한 골목놀이들이다. 이날 무한도전이 보여준 <여우야 뭐하니> <한발뛰기> 외에도 다방구, 우리집에 왜 왔니 등이 있고 여자 아이들은 고무줄놀이를 주로 했다. 물론 남녀가 함께할 수 있는 비석치기, 땅따먹기 등도 있었지만 어린 나이에도 내외가 있었던 때라 골목놀이는 대부분 성별로 노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달 포항시에서 추억의 골목놀이 페스티발이 열리기도 했지만 이번 무한도전 12살 박명수를 계기로 재미있으면서도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골목놀이가 좀 더 확산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된다. 무한도전은 그동안 비인기 스포츠종목에 도전함으로 해서 많은 이슈와 감동을 전해주었다. 이번 명수는 12살 특집은 비인기 스포츠종목 살리기보다 어떤 측면에서는 더 의미 있는 시도였다. 독도특집처럼 무거운 주제 의식은 없지만 가볍고 소박한 골목놀이를 통해 우리가 잃고, 잊고 사는 중요한 놀이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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