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더 보이즈가 뮤직뱅크 6주 연속 1위를 달성했다. 그것도 태생적 라이벌 원더걸스의 시간차 공격을 따돌리고 거둔 성적이라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로써 같은 해 데뷔해서 상대적인 약세로 평가받던 한을 푼 셈이 됐다. 또한 소녀시대의 거침없는 1위 행진에 원더걸스는 결국 뮤직뱅크 무관의 굴욕을 씹어 삼켜야만 했다. 소녀시대 더 보이즈는 월드와이드 공략에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만은 흔들리지 않는 넘버1 그룹의 면모를 과시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소녀시대의 성공은 2009년 Gee로 시작됐다. 뮤직뱅크 연속 9주 1위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소녀시대는 동시에 뮤직뱅크 K차트를 통째로 뒤흔들었다. 당시만 해도 뮤직뱅크에는 요즘처럼 음반 점수 등 다양한 항목이 없었다. 소녀시대가 9주 연속 1위를 하고는 가요계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고 뮤직뱅크는 다른 가수들에 대한 형평성을 고려해 차트에 다양한 요소를 도입하게 됐다. 그 이후 나온 것이 음반점수, 시청자 선호도 점수 그리고 방송점수 등이다.

이후 지금까지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음반점수이다. 현재는 5%로 대폭 축소되었지만 뮤직뱅크 첫 번째 차트 개편 때 음반점수 비중이 전체 15%였다. 이후 소원을 말해봐는 2NE1이라는 무시무시한 신인에게 막혀 차트 성적은 겨우 체면 유지에 그쳤다. 그러나 이후 정규 1집 Oh!로 5주 연속 1위를 거머쥐었다. 이때 소녀시대의 롱런을 가능케 했던 비장의 무기는 바로 음반 점수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재기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뮤직뱅크는 차트 개편에 나서 음반점수를 다시 10%로 내려야 했다. 그렇지만 소녀시대의 위세를 꺾지는 못했다. 소녀시대는 일본 활동 중에 국내에서 발매한 HOOT으로 또 다시 5주 연속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자 뮤직뱅크는 또 다시 음반점수를 5%로 깎아내렸다. 더는 내릴 수 없는 한계점까지 왔다. 그러나 소녀시대는 그럼에도 5주 1위를 기록했고 마침내 6주차 트로피마저 챙기는 저력을 과시했다.

그러자 다시 방송점수와 시청자 선호도에 대한 시비가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시청자 선호도 점수의 경우 팬덤이 큰 소녀시대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주장인데, 사실 그럴듯하지만 타당성은 없다. 팬덤 규모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슈퍼주니어의 시청자 선호도 점수가 결코 소녀시대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분명 팬덤의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전적으로 팬덤이 좌우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또한 최근 들어 팬덤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정확히는 소녀시대의 1위 행진에 이의를 제기하는 요소인 방송점수는 불행하게도 공정하다고는 볼 수 없다. 과거 방송3사의 방송점수를 합산하던 방식에서 자사 방송점수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니 객관적인 지표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소녀시대는 원더걸스에 비해 2배에 달하는 방송점수를 얻어 6주 연속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소녀시대 6주차 1위는 팬덤도 아니고, 대중적 인기도 아닌 방송국 편성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스타 인간극장에서 소녀시대를 다루는 바람에 방송점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도 소녀시대가 장기 롱런하니 가능한 이점이다. 만일 한두 주 1위하고 하향세를 탔다면 결코 스타 인간극장의 이점을 활용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원더걸스의 입장에서는 이 스타 인간극장의 존재가 원망스럽겠지만 컴백시기에 따른 자연스러운 편성이니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제는 소녀시대가 1위를 했다는 정도는 이야기꺼리가 되지 않는다. 남들은 안간힘을 써도 어렵다는 3주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워도 그런가보다 할 뿐이다. 그만큼 훌쩍 커버린 것이다. 이번 더 보이즈 마케팅은 전처럼 매끄럽지 않았음에도 6주 1위를 한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공정성이라는 불씨를 안고 있는 방송점수로 대기록을 달성했다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소녀시대가 달리면 항상 뮤직뱅크 차트를 개편시켰다. 이번에도 방송점수의 맹점을 고치게 할지 주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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