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결정전 2차전이 열리는 날, K리그에 의미있는 역사가 하나 작성됩니다. 사상 처음으로 K리그 시즌 관중 300만명을 돌파하는 것입니다. 지난 챔피언결정전 1차전까지 포함해 K리그는 올 시즌 299만7032명의 관중이 들어와 이미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경신한 상황입니다. 앞으로 2968명만 더 들어오면 300만 관중 기록도 돌파하지만 이미 경기 전 예매에서 이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큰 이변이 없는 한 K리그 첫 300만 관중 시대를 열게 됐습니다. 이를 위해 전북 구단이나 프로축구연맹은 의미있는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프로스포츠 양대산맥인 K리그의 300만 관중 돌파는 분명히 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올해 여러 가지 악재 속에서도 팬들이 꾸준하게 경기를 찾았다는 점, 흔들림 없이 지속해온 팬서비스 덕분에 고정팬이 더 증가하면서 마침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지난 10월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 개장이후 첫 만원사례를 이뤘던 모습ⓒ김지한

악재 많았던 2011년, 그래도 팬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사실 올해 한국 축구는 여러 가지 안 좋은 일들이 많았습니다. K리그를 넘어 한국 축구 전체를 휩쓸다시피 했던 승부조작 사태를 비롯해 각급 축구대표팀의 부진, 그리고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실패로 온갖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승부조작 사태는 K리그 중단 요구가 빗발칠 정도로 K리그의 질을 떨어트리고 그동안 이룬 다양한 성과마저 송두리째 뿌리 뽑히는 결과를 가져다 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수한 실력을 갖춘 걸로 알려진 선수들이 대거 사법처리됐고, 몇몇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일으켰습니다.

이로 인한 축구팬들의 실망감은 엄청났을 것입니다. 어떤 어려움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축구팬들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그 충격이 워낙 컸기에 그 여파는 오래 갈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최대 위기를 맞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큰 위기에도 K리그 팬들의 신뢰는 높았습니다. 시즌 개막 직후부터 이어진 기대감과 열정이 크게 식지 않았습니다. 물론 승부조작 사태로 약간의 위기가 있기는 했지만 승부조작 사태를 슬기롭게 대처한 노력, 의지 덕분에 팬들은 '일말의 기대감'을 안고 다시 경기장을 찾았고 응원했습니다. 그렇게 관중들이 다시 발걸음하며 '열정 가득한 놀이터'다운 면모를 갖추는데 성공했습니다. 정규리그 평균 관중 기록만 1만1498명이 입장해 지난해(1만1260명)보다 더 늘어났습니다.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어려운 일들이 잇달아 터졌을 때 팬들은 특히 더 뭉치고 응원했습니다. 유독 강수량이 많았던 지난여름에도 팬들은 경기장을 꾸준하게 찾았습니다. 비가 내리는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 팬들은 박수로 화답하고 격려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밖에도 지난 5월 8일, 경기 도중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한동안 의식을 찾지 못했던 제주 유나이티드 신영록에 대한 팬들의 응원은 K리그 전체를 하나로 뭉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이른바 '나쁜 축구'로 결승에 오른 카타르 알 사드를 물리치라는 의미에서 결승이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에 4만여 팬이 대동단결해 전북 현대를 응원한 것도 물론 있었습니다. 그러한 변함없는 애정, 신뢰 덕에 학생팬, 오빠부대가 다시 생겨나고 고정팬도 늘어났습니다. 매우 고무적이었습니다.

▲ 팬과 선수가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K리그도 더 힘을 얻을 수 있었다.ⓒ김지한

선수와 팬이 서로 윈(Win)-윈...팬들은 즐거워했다

그런 팬들의 열정을 봐서라도 선수들은 더 열심히 뛰려 했고, 여느 해 이상의 공격적인 축구로 매 라운드마다 20골 이상씩 터지는 현상도 꽤 오래 지속됐습니다. 또 최용수 FC서울 감독대행이 비를 맞으며 선수들을 지휘하는 독특한 장면과 같은 류의 재미있는 스토리도 제법 나왔습니다. 팬의 열정이 선수, 감독들을 자극시키고, 선수들, 감독의 열정이 팬을 더 끌어들이는 효과를 낸 것입니다.

각 구단의 노력도 물론 있었습니다. 팀의 특성, 각 지역의 특색에 걸맞은 마케팅이 이어졌습니다. 때로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팬들을 즐겁게 하고, 선수와 팬이 밀착된 이벤트 등으로 좋은 추억을 선사했습니다. 경기를 보러가는 것 뿐 아니라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올해 K리그, 각 구단은 나름대로 중요한 진전을 이뤘습니다.

K리그 희망의 숫자, 3,000,000

K리그에 많은 팬이 들어와 모이고 모여 300만 관중 기록을 낸 것은 과거보다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는 팬들의 마음이 담겨있는 기록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악재들이 있어도 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그만큼 한국 축구, K리그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애정과 기대에 걸맞게 K리그도 내년 승강제 도입을 발판 삼아 더 높은 도약을 꿈꾸고 있고, 이를 통해 관심도 더 높아지기를 바라는 이들이 많습니다. 새 시스템이 잘 정착되고 팬들도 이에 맞게 더 수준 높은 응원 문화를 펼치며 자생적으로 발전한다면 충분히 K리그가 더 좋은 성과를 이루는 바탕을 키울 수 있습니다.

▲ 많은 비가 내리고 있음에도 1만여 명의 관중이 들어찼던 서울월드컵경기장ⓒ김지한

K리그가 가야 할 길은 멀고멉니다. 그래도 악재 속에서 거둔 의미 있는 300만 관중 기록은 새 도전을 꿈꾸는 K리그 전체에 큰 활력소가 되고 분위기를 업그레이드시키는데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을 것입니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300만 관중. K리그에 새 희망을 부르는 중요한 숫자이자 키워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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