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열풍이 불면서 아이돌 그룹의 위기가 예상되었지만 지금도 아이돌 열풍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소녀시대가 뮤직뱅크 5주 연속을 기록했고, 원더걸스도 인기가요에서 1위를 차지했네요.

2007년 빅뱅-원더걸스로 인해 재점화된 아이돌 시장은 마치 90년대 말 있었던 아이돌들의 첫 등장을 생각나게 합니다. 물론 지금은 “아이돌들의 포화상태다”라는 말들이 돌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90년대 말부터 2000년도 초까지도 그러한 의견이 존재했으며 11년이 지난 지금 그들 중 많은 이는 이미 레전드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아이돌 시장은 어떻게 시작된 것이고 트로트와 발라드, 락밖에 존재하지 않았던 한국 가요계에 어떻게 “댄스 가요”라는 문화가 들어오게 된 것일까요? 그 시작을 알기 위해서는 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던 그 시절의 영상을 찾아본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최근 엠넷에서 어제 5회째 방영된 문나이트90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아이돌 이전의 가요계가 어땠으며 어떻게 아이돌 문화가 이루어졌는지 잘 다루고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90년대 가요들을 모두 섭렵하고 접해본 사람으로서 참으로 반가운 방송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나이트90의 취지는 이렇습니다. “5,60대에게 쎄시봉의 추억이 있다면 2,30대에게는 90년대의 댄스음악이 있다. 아직도 전국의 노래방에서 울려퍼지고 있는 90년대 댄스음악이 픽션 드라마로 재탄생한다! 클럽 <문나이트>를 메카로 한 90년대 가요계 스타의 에피소드를 현 최고의 아이돌 스타가 재연하는 K-pop 르네상스 프로젝트!”

현재 10대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20대 중반만 되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전설적인 인물들, “서태지와 아이들”, “클론”, “듀스”, “룰라” 등의 댄스가수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등을 다루고, 그들의 과거 영상을 보여주며 추억을 되살리게 하는 의도로 방송이 만들어진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번 주에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탄생 비화에 대해서 알려줍니다. 아이돌의 본격적인 시작은 H.O.T 때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댄스가수의 본격적인 시작은 서태지와 아이돌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일단 방송에서 공지하고 있는 대로 여기나온 모두가 사실은 아닙니다. 그래서 “픽션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내지요. 어찌 보면 현대판 사극 정도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네요. 사극에서 100% 사실만을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문나이트 90에서도 100% 사실만을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등장하기도 해요. 예를 들면 90년대 클럽에서 롤리폴리 음악이 흘러나온다던지 SM사장 이수만이 박진영을 끌어냈다던지 등은 픽션이라고 볼 수 있지요.

하지만 그러한 디테일이 아닌 줄거리는 전체적으로 다 사실에 근거한 내용이지요. 이번 주 서태지와 아이들의 탄생비화에서도 여러 가지 재미있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 존재했던 “문나이트”에서 벌어진 서태지와 아이들의 탄생 전 이야기 등을 볼 수 있었어요.

예를 들면 문나이트라는 클럽에 존재했던 양현석의 인지도와 이주노의 존재감,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졌던 현진영과 와와 (나중에는 클론)의 인기경쟁 등의 이야기가 등장해 단순히 TV에서 볼 수 있었던 이야기들보다는 더 재미있게 꾸며졌습니다. 스토리가 진행된 후에는 실제로 그 당시에 존재했던 가수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이야기를 연결하고 매듭짓는 식의 방송이었지요.

또 한 가지 노력한 면은 그 당시 가수들의 마스크와 비슷한 이미지의 아이돌을 출연자로 선정했다는 것이지요. 이번 주 방송에서 서태지를 연기한 인물은 틴탑의 리키였는데 대체로 하얀 얼굴의 이미지가 서태지와 비슷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또한 중간 중간에 깨알같이 등장한 이하늘의 역할을 맡은 사람이라든가 박진영을 맡은 인물, 또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매니저 등의 인물 선정도 탁월했다고 볼 수 있지요.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탄생스토리가 계속 되었는데요. 처음 그들이 어떻게 만나 그룹을 결성하게 되었는지 그들의 데뷔과정과 데뷔하자마자 받은 최악의 평점, 그리고 그 평점을 보란 듯이 깨고 이어진 그들의 인기와 음악성 등에 관해 지인의 인터뷰와 아이돌들의 연기 등을 통해서 더 친근하게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또한 5회에서는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로 인해서 생겼던 문화나 이슈 등에 대해서 재연을 통해서 다뤘는데요. 90년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이라면 한 번쯤 해봤던 테이프 돌려보기를 통한 “나에게 피가 모자라”, 교실이데아를 테이프로 거꾸로 돌려보면 나오는 소리로 인한 서태지의 “사탄설”, “컴백홈”이 나오고 나서 가출한 학생들이 집으로 귀가하는 이야기 등을 다루면서 당시 있었던 이야기들을 재연과 함께 자세하게 다루기도 했지요.

덕분에 90년에 서태지와 아이들을 보고 자란 저도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으면서 “아~ 서태지와 아이들이 이렇게 만들어졌고 또 이런 일이 있었구나”하며 추억을 되살림과 동시에 재미를 느낄 수가 있었지요.

전체적으로 재미있었고 반가웠다는 느낌이 가득합니다. 일단 재미있었던 점은 전혀 알 수 없었던 내용들은 본인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최측근들과의 인터뷰로 인해 끌어냈다는 점이지요. 그리고 그것을 재연해서 단순히 인터뷰로 듣는 것만이 아닌 그 장면들을 보여줌으로써 어땠을 것이다하고 상상하는 데 많이 도움을 주었지요.

반가웠던 점은 정말 요즘 방송에서 보기 힘든 인물들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지요. 방송에 자주 등장하지 않는 서태지를 영상으로 볼 수 있었고, 또한 “서태지와 아이들”이 같이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지금은 YG사장으로 있는 양현석과 완전 아저씨가 되어 있는 이주노, 그리고 아직도 베일 속에 가려져 있는 서태지 이 세 명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또한 중간에 등장했던 김민종, 임백천, 이현우 등도 반가웠지요.

문나이트 90을 통해서 오랜만에 즐거운 방송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20대 후반 이상인 사람들이 보면 예전의 추억을 되살려줄 그러한 방송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이 드네요. 10대들도 한 번 방송을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자신들이 좋아하는 오빠들이 나와서 연기한다는 반가움도 있겠지만, 한국 댄스 가요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아볼 수 있고, 20대 후반에서 30대의 형들, 삼촌, 이모 등이 있다면 같이 대화할 수 있는 소재도 되겠지요. 그렇다면 삼촌들이 듣는 음악도 이해할 수 있는 폭넓은 견해를 가지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을 해보네요.

다음 주에는 가요계의 악동들이라 불리는 DJ DOC가 나온다고 하네요. 최근에도 이슈가 되고 있는 DJ DOC의 시작 문나이트90 7회 DJ DOC편을 통해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