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하승수 칼럼] 권-언유착은 물론이고 언-언유착이 있다. 언론이 다른 언론의 비리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언론의 비리를 덮는 효과를 낳음으로써 헌법의 핵심원칙인 ‘법앞의 평등’을 무너뜨린다. 필자는 작년부터 조선일보 그룹과 MBN의 비리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이런 언-언유착의 심각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검찰의 선별적 수사·기소가 권력남용이고 큰 문제인 것처럼, 언론의 선별적 취재·보도 역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거대미디어그룹의 지배주주 일가들이 저지르는 문제에 대해 다른 언론들이 침묵하는 것은 언론의 권력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조선일보, MBN 사옥

필자는 작년 5월 TV조선 방정오 사내이사가 대주주로 있는 ㈜하이그라운드라는 드라마 외주제작사에 대해 TV조선이 대규모 일감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TV조선을 운영하는 ㈜조선방송의 외부감사보고서를 보던 중에 우연히 발견한 사실이다.

몰아준 일감의 규모가 2018년 109억 원, 2019년 191억 원에 달했다. 금액도 크지만, ㈜하이그라운드 매출의 대부분이 TV조선과의 관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너무나 ‘노골적인’ 일감몰아주기였다. 그리고 ㈜하이그라운드의 자금 19억 원이 방정오씨가 대주주인 영어유치원 회사로 흘러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명백한 업무상 배임이다.

그래서 공개적으로 이 사실을 알리고 문제제기를 시작한 것이 작년 5월이다. 그로부터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1년동안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언론들이 있다. 조-중-동에서 당사자인 ‘조’를 뺀 중앙일보 그룹과 동아일보 그룹은 물론이고, 다른 언론들 중에서도 보도를 하지 않은 곳들이 있다. 동아일보는 최근 방정오의 업무상 배임 사건이 검찰로 송치됐다는 기사만 1번 냈을 뿐이다(혹시 더 보도를 했는데도, 필자가 못 본 것이라면, 알려주기 바란다)

KBS, MBC와 같은 공중파, 한겨레신문, 오마이뉴스, 미디어 전문언론들이 보도를 했기에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 문제가 공론화될 수 있었다. 그러나 침묵하고 있는 많은 언론들을 보면, ‘다른 언론의 비리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는 약속이라도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침묵의 카르텔은 조선일보 그룹의 또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작동하고 있다. 올해 2월 뉴스타파는 조선일보 방씨일가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수상한 해외자금에 대해 보도했다. 500만달러가 일본에서 캐나다로 차명송금된 사건이었다. 송금한 사람 중에 한 사람은 당시 조선일보 일본지사장이었고, 현직 일본 참의원이었다. 만약 재벌에서 이런 해외 차명송금 건이 발견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무리 다른 언론이 먼저 보도한 건이라고 해도, 대다수 언론들이 벌떼같이 기사를 썼을 것이다. 그러나 거대족벌언론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는 언론들이 많았다.

MBN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거액의 불법자본금 충당을 하고 분식회계를 해서 정부로부터 중요한 인·허가를 받은 것은 중대범죄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인·허가를 받은 것이 종편이라면 사실 엄청난 사건이다.

그런데 그 사건의 핵심인물인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은 지금까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밑의 사람들이 알아서 했다’는 것이 장대환 회장 측의 변명이다. 그러나 종편승인의 요건을 맞추기 위해 저지른 불법을 최고책임자인 회장이 몰랐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받아들여 장대환 회장을 기소에서 제외했었다.

그리고 이런 식의 봐주기 수사·기소에 대해 다수 언론들은 침묵하고 있다. 작년 10월 20일 민언련, 민생경제연구소, 세금도둑잡아라가 장대환 회장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지만, 이 사건은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언-언유착의 현실이 세습언론을 더욱 망가뜨리고 있다. 3세, 4세로 넘어가면서 거대족벌언론일가는 ‘견제받지 않고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되고 있고, 이것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크다.

그래서 언론개혁의 핵심도 바로 이것이다. 거대족벌언론일가의 불법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고 조사하고 처벌하게 만드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검찰, 경찰, 국세청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무슨 입법을 새로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여론의 관심이 중요하다. 어렵더라도 거대족벌 언론일가의 불법, 비리가 제대로 된 법의 심판을 받도록 양심적인 언론인, 시민들이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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