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개그맨으로 살아간다는 건 참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노력해도 그렇게 인정받지 못하고 심지어 동료 연예인들 중에서도 낮은 급으로 여태까지 대우 받아온 그러한 슬픈 일도 있습니다.

예전에 <해피투게더>에서였나요? 개그맨 특집으로 희극인들만 쭉 모인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개그맨들은 희극인끼리 만나서 예능한 게 얼마 만이냐며 좋아했습니다. 그 중에 나왔던 말들 중 하나가 "탤런트들 받들어주지 않아서 좋다."였는데 그 말을 듣고 통쾌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씁쓸했지요.

연예인들에게 흔히 급이 있다고 합니다. 1등급이 배우이고, 2등급이 가수이며, 그 다음이 개그맨들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이들과 같이 나오면 개그맨들은 이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몸을 내던져야 하는 일들이 있지요. 그런 현상에 대해 이제 시청자들도 눈치 채기 시작했을까요? 자신을 받들어 주기를 좋아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배우병 걸렸다"라면서 비난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정치인들도 개그맨들에게 딴지걸기 쉽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지난주 강용석 의원은 풍자개그를 한 최효종을 고소하는 한심한 행동을 했다가 오늘 고소를 취하했습니다. 자신의 성희롱 발언에 대한 변호를 하기 위해서 그랬다고 했지만 기본 마인드가 개그맨들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기에 고소를 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강용석 의원의 고소는 오히려 개그맨들의 의식을 강화하고, 개그맨에 대한 국민의 시선을 바꿔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가 되었습니다. 개콘을 떠난 선배 개그맨 김미화나 남희석은 "맞고소하자" "내가 니 벌금 내줄게"하면서 최효종을 격려했습니다. 최효종은 마음고생을 했겠지만 엄청난 지지를 얻으면서 "국민개그맨"이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죠.

지난 일요일 방송을 보면 최효종은 물론 개콘 출연진 전체가 더욱더 강해진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자기들이 하는 개그까지 "모욕"이라고 치고 들어오는 국회의원 때문에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그들은 더욱 강하게 몰어붙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코너에서 이상훈은 "지난주 달인 끝나서 개콘 시청률 떨어질까봐 걱정했는데 국회의원이 도와주네"라면서 선방을 날렸습니다.

강의원이 태클을 걸었던 본 코너 "사마귀 유치원"에서도 재치 있게 받아쳤지요. 대장금 패러디로 정범균은 "왜 고소하냐?"하고 말하자 박소영은 "고소해서 고소하다하는데 뭐가 문제 있습니까?”합니다. 그러자 정범균은 "나도 고소해야겠구나"하고 받아치지요.

이어 등장한 최효종은 "일주일 만에 인기가 많아졌다"고 의연하게 넘기며 오히려 더 강화된 버전으로 "우리 희망을 가져 봐요. 내년이면 모든 후보가 물가를 잡겠다고 할 거에요~!"라고 센스 있게 토스한 걸 볼 수가 있었지요. 뒤이어 나온 박성호는 대놓고 성희롱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받아치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지요.

시사코너하면 빼놓을 수 없는 황현희 역시 한몫 거들었습니다. 황현희는 연예대상 후보로 "올해 국민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 마포구의 국회의원에게 그 상을 돌린다"라면서 강용석 의원의 우스운 방식에 대해 한방을 가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지요.

이렇게 유쾌하게 받아치는 장면도 있었던 반면, 오랫동안 참고 참았던 개그맨의 울분을 보여준 김원효도 있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김원효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지 주제도 모르고 우리를 고소한다니까. 고소하라 그래!"라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지요. 이어 "우리가 웃음을 주는 사람들이지 우스운 사람들이야?"라고 하였습니다. 평소 개그맨들이 느끼고 있던 입장을 너무나 잘 표현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아주 통쾌했습니다.

최효종은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코너에서 마지막에 이렇게 외쳤습니다. "최효종이 시사개그를 계속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그는 "국민들이 그만하라고 하면 그만하겠습니다. 하지만 특정 인물 한 명이 시사개그 하지 말라고 하면 전 끝까지 하겠습니다"라고 의지를 밝혔지요. 이렇듯이 개콘은 자신들이 정말 우스운 사람들이 아님을 멋있게 보여주었습니다.

개그콘서트의 서수민PD나 총괄하는 김호상PD는 개콘의 개그맨들이 자신들을 위상을 증명하게 도와주었고, 개콘의 개그맨들은 당당히 맞서 싸웠지요. 자신들의 인생인 개그를 위해서, 그리고 사회의 문제점들을 짚어주고 그것을 통해 웃음을 주는 개그맨들이 얼마나 직업정신이 투철한지 보여준 그러한 예가 아니었겠습니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긍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누가 뭐라도 겁먹지 않고 뚝심 있게 나가는 이 개그맨들은 절대 우스운 사람들이 아닙니다.

실제 이들 웃음을 주는 사람들은 창작, 연기, 중간에 들어가는 애드립까지 모든 것을 고려하는 사람들입니다. 시청자들에게 3분에서 5분의 재미를 주기 위해 일주일을 고심하고 노력하는 프로들이지요. 이들을 과연 누가 우스운 이로 치부하고 가벼운 사람들로 여길 수 있을까요?

흥미롭게도 강용석 의원이 이 방송을 시청하고 나서 자신의 블로그에 시청후기를 올렸습니다솔직히 말해 가관이었습니다. 아주 관대한 것처럼 쿨한 것처럼 글을 써내려가고 자신의 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희롱 개그가 좋지 않았다며 지적하고 거기다가 최효종에게 "나한테 짜장면이라도 사야겠다"라고 적었더군요.

차라리 그런 풍자개그가 나왔을 때 겸손한 태도로 "개그 잘 봤습니다. 노력하는 강용석이 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요? 그렇게 비꼬는 대신에 차라리 "제 디스를 잘 봤습니다.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면 훨씬 더 좋은 대처가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최효종이 아니라 강 의원님이 한 턱 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강용석 의원이 그렇게 고소해서 최효종이 주목받기는 했지만 그렇게 최효종이 주목을 받음으로 강용석 의원 역시 주목을 받았으니 말입니다. 본인도 검색어에 올라갔고, 특히 최효종과 개콘 개그맨들이 아예 1주일간 고생해서 "강용석 특집"까지 만들어줬는데 오히려 강 의원님이 개콘 식구에게 치+맥이라도 한번 쏘셔야지요. 덕분에 블로그에도 방문자가 폭주했고 댓글도 파워블로거도 상상할 수 없는 10000개 이상이 달렸으니까요.

개그맨은 사람들을 즐겁기 하기 위해서 밤새 노력하며 심지어 자신이 슬퍼도 웃어야 하는 그러한 희생을 하는 사람들이지요. 무슨 특집이 나오면 개그맨들이 주로 나오는 예능은 결방되면서도 드라마는 항상 나오는 현실조차 조금 불쾌하더군요.

그런데 개콘 개그맨들이 싸우는 모습은 정말 멋있었고 이 계기를 통해 개그맨들에 대한 인식이 더욱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렇게 멋있게 대처할 수 있는 개그맨들을 가진 개콘이기에 10년 이상을 버텨온 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지난 방송 정말 멋있었습니다. 개콘 FOREVER!!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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