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정희] 찰스 다윈, 아인슈타인, 뉴턴, 빌 게이츠.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아스퍼거 증후군'이다. 최근 화제의 인물 일론 머스크도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고백했다. 인류사에서 놀라운 업적을 이루어 낸 이들. 그들이 그렇게 한 분야에서 남들과 다른 성취를 가능케 한 지적 재능은 다른 면에서 보면 우리 사회에서 장애라고 판단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다.

유품정리사 한그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사진제공=넷플릭스)

3개월 시한부 후견인으로,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그루(탕준상 분)와 함께 유품정리사 일을 하게 된 조상구(이제훈 분)가 처음 간 현장. 치매를 앓다 홀로 죽음을 맞이한 노파의 집에는 유해가 치워졌음에도 구더기 등 잔해가 남아있다. 당연히 악취도 심하다. 그 모습을 본 조상구는 구역질을 하며 뛰쳐나온다. 잠시 후 돌아온 조상구에게 그루는 담담하게 말한다. 사람이 죽으면 죽은 세포가 분해가 돼서 분비물과 악취가 나온다 등등.

20살이 된 한그루는 아버지 한정우(지진희 분)와 함께 돌아가신 분의 유품정리 일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는 유품정리사 김새별 씨와 전애원 씨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꽃보다 남자>의 윤지련 작가가 각색하여 만든 드라마이다.

“마지막 이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사진제공=넷플릭스)

유품정리사로 현장에 간 아버지 한정우와 아들 한그루는 이렇게 일을 시작한다. 그저 일로서의 유품 정리를 넘어 돌아가신 분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애쓴다. 보이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들 그루에게 아버지는 고인이 남긴 이야기를 '퍼즐' 맞추듯 이해하라고 한다. 감정은 없지만 대신 이성의 도구로써 세상을 보는 그루에게, 그루의 방식으로 유품정리사의 직업관을 심어준 것이다.

그 누구보다 자상하고 따뜻하게 그루를 품어주었던 아버지. 하지만 건강이 안 좋았던 아버지는 그루에게 마지막 인사도 남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리고 마치 자신의 그런 결말을 알았던 것처럼 변호사인 친구에게 부탁했던 삼촌, 아버지의 이복형제 조상구가 그루의 동반자가 된다. 교도소에서 갓 나와 그루네 재산을 보고 '웬 떡이냐'는 식으로 오늘부터 여기가 내 집이라고 찾아든 조상구. 그와 함께 유품정리사 일을 하게 되는 그루.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성의 존재가 전하는 위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사진제공=넷플릭스)

남들과 다른 그루, 그런 그루를 처음 본 조상구는 '장애'라 치부한다. 그런 상구에게 그루의 오랜 친구인 나무는 항변한다. 그루는 장애가 아니라, 특별한 것이라고.

<무브 투 헤븐>은 바로 그런 '특별한' 그루가 우리에게 주는 감동 어린 위로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감정을 참 소중하게 여긴다. 어떤 일을 겪을 때 그로부터 빚어지는 감정 때문에 몹시 고통받거나, 그로 인해 일상생활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기도 한다. '감정'이야말로 인간다움의 징표라 여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그루는 인간적이지 않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다 보면, 외려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과연 감정이란 무엇일까? 아니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수족관의 동물들을 좋아하는 그루는 아픈 가오리의 상태에 그 누구보다 예민하고 섬세하게 반응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그루. 아마도 평범한 20살 청년이라면 어땠을까? ‘늘 너와 함께 할 거’라는 아버지의 말대로 아버지의 유골함을 보낼 수 없는 그루는 여느 젊은이라면 자신을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주저앉아 있을 시간에 늘 하던 대로 현장을 향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하던 대로, 그 현장에서 돌아가신 분이 남긴 이야기를 들으려 애쓴다. 아들조차 버리려고 한 유품 속에서, 매일 매일 돈을 찾아 아들에게 양복 한 벌을 해주려고 했던 노인의 '유지'를 결국 찾아낸다. 아스퍼거 증후군이기에 가능한, 남다른 집중력과 기억력으로 노인이 남긴 현금인출증에서 노인의 마음을 읽어 낸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사진제공=넷플릭스)

이성만으로 세상을 보는 청년 그루가 현장에서 만난 이야기들. 한 장의 현금인출증, 그림, 카달로그, 포스터에서 그루는 고인이 남긴 메시지를 찾아낸다. 그리고 아들이 포기하겠다는 말 한마디에 평범한 상구는 포기하지만, 고인이 남긴 유품을 전해야 하는 게 자신의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그루의 사전에 포기란 없다. 마치 늘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시간에 산책을 해야 하는 빌 게이츠의 '집착 어린 행동'처럼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못하게 하면 문지방에 머리를 박으며 자해를 하기도 한다.

그 포기하지는 않는 그루의 '이성적인 유품 퍼즐'은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견한 아인슈타인처럼, 보통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고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누군가와 손을 잡는 것, 포옹을 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청년. 남들이 울고 웃는 상황에 공감하지 못하지만 정작 누군가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가장 귀 기울여 주는 청년. 세상의 잣대, 편견에 감정의 동물인 우리는 쉽게 상처받고 주저앉지만, 감정으로 소통하지 못하는 그루는 그래서 그 세상의 울타리를 훌쩍 넘어 진실에 다가선다.

그루가 전하는 고인의 진실을 통해 과연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를 주저앉게 만드는 감정을 넘어선 극복이 무엇으로부터 가능할까 고민하게 된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위인들이 세상을 보다 좋게 만들었듯, 유품정리사 그루는 저마다의 감정적인 삶에 짓눌려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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