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家)의 만남'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결정전은 흥미를 끄는 요소들이 제법 많습니다. 시즌 최고 득점을 기록한 전북, 반대로 시즌 최소 실점을 기록한 울산의 기록에서 나타난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는 타이틀부터 시작해 김호곤-최강희 감독의 사제지간 대결, 정규리그 11라운드부터 30라운드까지 20경기 연속 무패를 이어왔던 전북과 챔피언십 3경기까지 포함해 11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며 서울, 수원, 포항을 꺾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울산의 기세 모두 충분히 관심을 끌만합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이 가는 대결을 꼽는다면 바로 2000년대 초중반을 주름잡고 30대가 넘은 현재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두 선수, 전북 현대 이동국과 울산 현대 설기현의 맞대결일 것입니다. 정규리그에서 물론 대결을 펼친 바 있었지만 큰 경기에서 단 하나의 타이틀을 놓고 대결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어느 때보다 흥미를 모을 전망입니다. 한국 축구 대표 스트라이커로서 자주 거론됐던 둘의 K리그 무대에서의 대결은 챔피언결정전의 판을 더 후끈 달아오르게 할 것입니다.

한국 축구의 역사를 썼던 이동국-설기현

둘은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시작해 대표팀을 통해 자주 한 무대에 섰습니다. 때로는 친하게 지내면서도 때로는 경쟁하며 한국 축구 공격수의 대들보 역할을 해냈습니다. 월드컵에 함께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나란히 2번씩 무대를 밟았으며, 아시안컵에서는 2000년과 2004년에 함께 나섰습니다. 설기현은 A매치 83경기 19골을, 이동국은 A매치 86경기 25골을 기록했습니다.

또 둘은 유럽 무대에도 나란히 진출해 2007년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이동국이 K리그에서 많은 기록들을 세웠다면 설기현은 2002 월드컵 16강전에서 동점골을 넣는 등 맹활약했습니다. 둘 다 한국 축구의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 대표팀에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이동국-설기현. K리그 우승을 놓고 겨루게 됐다.ⓒ연합뉴스
한쪽이 웃으면 다른 한쪽은 울고...엇갈렸던 운명

그러나 같은 듯 다른 행보를 걸었던 둘이었습니다. 설기현이 2000년에 일찌감치 유럽 무대를 밟고 2002년, 2006년 월드컵을 연속 뛰는 등 비교적 승승장구했던 20대 선수 인생을 펼쳤다면 이동국은 숱한 시련 속에서 영광과 좌절을 한꺼번에 맛본 '비운의 스트라이커'였습니다. 그러다 이동국은 2009년 K리그 최우수선수를 타고 대표팀에도 재승선되는 등 30대에 '제2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반면 설기현은 잉글랜드 풀럼에서 조용히 유럽 생활을 마치고 K리그에 들어왔지만 부상으로 날개를 펴지 못하고 월드컵 대표팀에도 발탁되지 못하며 20대에 비해 비교적 씁쓸한 생활을 이어왔습니다. 포항에서 울산으로 이적하는 과정에서는 포항팬들로부터 '배신자'라는 소리를 듣기까지 했습니다.

2011년 가을 대결, 둘 중에 한 명은 더 뜬다

그랬던 둘이 2011년 가을에 만났습니다. 공교롭게 최근 분위기는 이동국보다 설기현이 앞서 있습니다. 최다 공격포인트, 도움왕을 기록하는 등 또 한 번 전성기를 맞이하고 AFC 챔피언스리그 MVP도 수상했던 이동국이었지만 9월 국가대표 발탁 후 출전 기회 저하로 침체된 분위기에 빠지고 부상으로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반면 설기현은 정규리그에서 침묵하다 챔피언십에 들어서 1골-2도움을 기록하는 등 연일 펄펄 날며 소속팀 울산의 6년 만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정규리그에서 이동국의 활약이 컸지만 챔피언십에서만큼은 설기현의 기세가 대단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골을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이 탁월한 이동국, 활발한 측면 공격과 변화무쌍한 공격력이 일품인 설기현. 그라운드 바깥에서는 아주 친한 사이지만 안에서만큼은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펼쳐야 하는 이들의 운명, 어떻게든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엇갈리게 될 것입니다. 정규리그에서는 1승 1무로 이동국의 전북이 우세했던 상황. 하지만 단 2경기로 우승의 향방이 가려지는 만큼 정규리그에서의 성적, 역대 성적은 완전히 잊어야 합니다. 어떤 경기보다 큰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각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둘의 활약상은 곧 팀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한국 최고 공격수들의 맞대결, 챔피언결정전이 들뜰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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