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철 MBC 사장 ⓒ 연합뉴스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SO의 재송신 대가 협상이 불발로 끝났다. 협상은 불발인데 지상파방송의 협상 대표인 김재철 사장이 협상을 타결했다고 케이블측은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지난 28일 오후 2시를 기해 전국 케이블SO에서는 지상파 KBS2, MBC, SBS의 디지털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지상파, 케이블SO측은 협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의 싸움에 시청자만 피해 본다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동의할 수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실력행사에 들어간 케이블을 탓할 수도, 가입자당 월 100원이라는 재송신 대가에 동의할 수 없는 지상파를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재송신 대가 협상의 물을 흐린 책임자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김재철 MBC 사장이다.

지상파 협상 대표로 나선 김재철 사장은 24일 KBS, SBS가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을 구두로 합의하기에 이른다. MBC 실무자도 납득할 수 없는 합의 내용이다. 지상파가 신규 디지털케이블 가입자를 기준으로 월 100원의 재송신 대가를 받기로 했으며 계약기간은 계약일로부터 2012년 12월 말까지다. 2013년부터는 월 50원으로 낮추기로 김재철 사장은 구두로 합의했다.

김재철 사장의 구두 합의는 법적 효력 여부를 떠나 지상파 협상 대표가 맺은 체결로 케이블측은 기정사실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둘러 합의서 작성에 나섰으나 지상파의 반발로 무산됐다. 결국 꺼내든 카드는 지상파 디지털 방송 송출 중단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월 280의 재송신 대가를 원했던 지상파는 목표치에서 현저히 낮은 산정 기준을 동의하기 어렵다. 게다가 MBC의 속내는 복잡하다. 김재철 사장이 구두로 체결한 협상 결과를 수용할 경우, 안팎에서 제기하는 배임 의혹에 직면해야 한다. 김재철 사장의 협상 결과가 24일 이후 진척을 보이지 않는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후 지상파가 선택한 것은 김재철 사장의 협상 결과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김 사장으로부터 협상 결과를 구체적으로 전달받지 못했다며 케이블측을 문전박대하는 것 밖에 없었다. 김재철 사장이라는 선무당이 재송신 협상 결렬의 책임을 견뎌야 하는 상황이다.

김재철 사장의 합의한 안이 재송신 논란의 지난 경과 과정에 비춰봤을 때 합리적이었다면 다른 지상파방송사가 받아들였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까지 해가면서 관철시키려했던 월 280월 재송신 대가 기준이 왜 100원으로, 2013년에는 50원으로 떨어져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김재철 사장이나 MBC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김재철 사장이 케이블 사장단과 구두 합의했을 당시 사용했던 전화비라도 건지려면 후속 조치가 필요했지만 없었다.

어디서 보았던 정황이다. 사표를 제출하고 정작 사퇴할 마음은 없었다던 그의 행보가 반복됐다고 봐야할 듯싶다. 그는 지상파 대표로 협상했다면서 사실 관계조차 설명하지 않고 있다. 그가 일으켰던 사표 파문을 대입해보면 그는 애당초 협상할 마음이 없었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그 때와 다른 점은 김재철 사장의 재송신 대가 염가 세일에 KBS, SBS가 조연으로 참여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다.

궁금한 대목은 그가 애당초 불가능한 재송신 대가 ‘염가 세일’안을 어떤 이유에서 주고 받았는가이다. 재송신 논란에 시선을 고정하면 해답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같은 난제에 오는 12월 1일 개국을 앞둔 조중동매 종합편성채널의 채널 배정 문제를 더해보면 의혹은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SO의 종편 채널 배정을 재송신 대가 염가 세일로 보상하려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의도가 적지 않게 반영됐다는 것 이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케이블을 챙겨주려는 최시중 위원장의 오더를 김재철 사장이 성실히 수행했다는 것이다.

협상은 밀고 당겨 합의점을 찾는 게 제 맛이다. 김재철 사장의 염가 세일안이 밀고 당긴 결과라고 보기에는 한 참 순도가 떨어진다. 케이블 시청자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에둘러대도 지상파에게 마른하늘에 날 벼락과 같다.

재송신 논란을 더욱 꼬이게 만든 재송신 염가 세일안의 배경엔 종편이 자리하고 있으며 인사권을 사실상 쥐고 있는 최시중 위원장의 오더를 김재철 사장이 수행한 결과라고 판단된다.

재송신 염가 세일의 이유를 종편용이라는 점에서 찾아야 재송신 파국이 잦아들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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