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보수 성향 석간신문 문화일보가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옥중 기고문을 지면에 게재했다. 문화일보는 “표현의 자유와 권리의 인정 측면에서 (최 씨의 기고문을) 지면에 싣기로 했다”고 했지만 유력 신문사가 중대 범죄자의 기고문을 지면에 담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최서원 씨는 6일 딸 정유라 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문화일보에 전달했고, 문화일보는 14일 이를 지면에 담았다. 최 씨는 <철창 너머 너와 손주가 내 존재 의미… 소중히 살아주고 버텨주길>에서 “유라야. 어린 나이에 마음에 상처만 준 나쁜 어른들 때문에 그 좋아하던 말을 못 타게 됐다”며 “네가 사랑하고, 그렇게 노력해왔던 말들을 떠나보내면서 얼마나 그 마음이 서럽고 아팠겠니”라고 했다.

문화일보 14일자 지면에 게재된 최서원 씨 기고문

최서원 씨는 정유라 씨가 ‘못된 어른들’에게 희생당했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못된 어른들의 잔인함에 희생된 너에게 내가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하다”고 썼다.

하지만 정유라 씨가 말을 못타게 된 것은 '나쁜 어른들' 때문이 아니다. 대한승마협회는 2017년 4월 정 씨를 영구 제명했다. 승마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협회는 체육 관련 입학 비리가 발생할 경우 관련 선수를 영구제명할 수 있다. 법원은 정 씨가 부정한 방법으로 이화여대에 입학했다고 보고 최서원 씨와 이화여대 교수들에게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문화일보는 14일 <최순실, 본보에 독자투고 보내…의견 표현의 자유 인정해 게재> 기사에서 “중대 범죄자라도 사상과 의견을 표명할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문화일보는 “미 연방대법원의 ‘1991년 메이슨 인용 오류’ 사건 판결에서 ‘피인용자가 언급한 내용이 모호한 경우 그 내용을 인용자 주관에 따라 해석해 인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실질적 진실 기준’ 원칙에 따라 전문 게재를 결정했다”며 “우리 대법원도 실질적 진실 기준을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일보는 최서원 씨의 기고문 중 “국가대표를 허망하게 빼앗겼다”는 문장을 삭제했다. 문화일보는 “사실이 아닌 주장 가능성이 있는 내용의 지면 게재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최 씨는 딸의 승마 국가대표 선발과정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었다”고 했다. 또한 문화일보는 “투고에서 ‘나쁜 어른’ ‘못된 어른’ ‘희생된’ 표현 등은 국정농단 사건의 통점을 바꾸는 내용은 아니라고 봤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언론이 최순실 씨 중개업체 역할을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최 씨 기고문을 게재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면서도 “언론은 최 씨의 주장이 가치가 있는지, 사실관계에 부합하는지 게이트키핑을 해야 한다. 아무 이야기나 실어주는 건 언론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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