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가 고소 콘서트가 돼버렸다. 아나운서에 대한 집단모욕죄로 물의를 일으킨 강용석 의원이 개그콘서트 최효종을 고소한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지난주 상황에 대한 개그콘서트 개그맨들의 집단 반발이 이어졌다. 평소에 시사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던 코너까지도 가세해 고소에 대한 강도 높은 풍자와 조소를 보냈다. 개그가 고소당하는 불편하고도 우울한 상황의 장본인인 최효종은 요즘 대세 코너인 애정남을 통해서 뼈있는 말로 고소에 대한 자기 입장을 밝혔다.

최효종은 “국민 여러분이 저에게 시사개그를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할 것이지만 특정인물 한 명이 하지 말라고 한다면 난 끝까지 할 것이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젊은 개그맨의 소신 넘치는 말이기에 우선은 박수로 맞아줄 일이지만 딱히 자신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높은 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풍자 코너들이 개그콘서트 내에서 보호받았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효종 피소가 사회적 이슈가 되자 SBS와 MBC는 뉴스 앵커를 통해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KBS는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다행스런 일이기는 하지만 과연 이것이 정치적 실세에게도 가능한 태도일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강용석 의원이 아직 의원직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정치적으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오죽하면 정치인이 개그맨을 고소하고 나왔을지를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안쓰러울 정도다.

그래도 개그에 찔려 고소를 남발한 것은 반드시 무고로 그 책임을 물어야 하겠지만 이런 웃을 수도 없는 개그가 고소당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라는 구호가 나오기까지 했다. 그러나 사실은 개그는 개그일 수만은 없다. 적어도 풍자와 해학의 코드로 작동하는 개그라면 그것은 개그 이상의 개그이며, 여전히 사회현상에 침묵하는 뉴스의 가치를 뛰어넘는 고발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최효종이 고소당한 일에 온 국민이 분노했다. 그 정서의 파급은 개그맨 알기를 우습게 안 정치인들을 뜨끔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강용석 의원 측은 최효종 개인이 아니라 최효종의 발언을 고소했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는데, 변명치고는 참 궁색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이번 고소는 기각될 것이 분명하다. 가뜩이나 뒤숭숭한 국면에 부도덕한 정치인이 벌인 해프닝에 끼어들고 싶어 할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개 개그맨을 쉬이 건드리지 못할 대상으로 만든 것은 바로 국민의 힘이다. 한목소리로 최효종을 응원하고 강용석을 비난했던 지난 한 주의 상황이 불러온 결과다. 그것은 제대로 웃겨준 개그맨에 대해서 국민이 지불한 웃음값이다. 강제로 징수해가는 시청료가 아닌 자발적으로 주고 싶은 돈이 아닌 마음의 시청료이다. 그것을 받은 최효종과 개그콘서트는 더욱 분발해서 웃겨주면 그만이다. 그나마 웃지도 못한다면 이 힘겨운 시대를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는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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