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아시아 시리즈 3일째 경기에서 삼성이 퉁이를 6:3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8회초 터진 최형우의 결승 2점 홈런과 2.1이닝 동안 단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은 권오준의 완벽한 호투가 승인입니다.

▲ 8회초 1사 1루, 삼성 최형우가 투런홈런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은 3회초와 4회초 연속 득점하며 3:0으로 앞서갔습니다. 하지만 4회말 1실점하며 추격의 빌미를 허용했습니다. 무사 1루에서 궈타이치의 땅볼 타구를 4-6-3의 병살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김상수가 1루에 악송구해 1사 2루로 만들어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2사 주자 없는 편안한 상황이 되었어야 했지만 득점권까지 진루를 허용한 것입니다. 이후 양송시엔의 빗맞은 적시타로 3:1이 되었는데 삼성이 득점한 직후에 실책으로 실점했다는 점에서 문제였습니다.

6회말에는 두 번째 투수 권혁이 대타 궈친요에 2점 홈런을 허용해 동점이 되었습니다. 권혁은 등판하자마자 선두 타자 판우숑을 볼넷으로 내보냈는데 이후 중심 타선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볼넷은 치명적이었습니다. 이어 장타이샨의 타석에서 폭투까지 범해 무사 2루가 되면서 분위기는 퉁이 쪽으로 흘렀습니다. 장타이샨이 3루 땅볼로 아웃된 후 좌타자 궈타이치 대신 우타자 궈친요로 교체되었을 때가 권오준을 투입할 적기였습니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의 투수 교체가 한발 늦었고 궈친요의 홈런으로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권혁은 직구 위주로 승부하며 제구가 좋지 않아 힘 좋은 퉁이 타자들이 직구만 노리고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내포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삼성의 3실점은 실책, 볼넷, 폭투, 투수 교체 지연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모두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8회초 1사 후 최형우가 중월 2점 홈런으로 5:3으로 재역전시키며 삼성은 승기를 잡았습니다. 소프트뱅크전에서 부진했던 한국 프로야구 홈런 및 타점 2관왕이 결정적인 순간에 자존심을 세운 것입니다.

최형우의 홈런도 인상적이었지만 그에 앞서 무실점으로 호투한 권오준도 훌륭했습니다. 권혁이 동점 홈런을 허용한 뒤 분위기가 퉁이로 넘어가는 시점에 등판한 권오준은 2.1이닝 동안 4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7타자를 퍼펙트로 처리해 승리 투수가 되었습니다. 권오준이 긴 이닝을 소화한 덕분에 오승환은 1이닝만 등판해 몸 풀 듯 세이브를 챙겼고 정현욱과 정인욱을 결승전에 대비해 아낄 수 있었습니다.

▲ 권오준 ⓒ연합뉴스
5회 이후 리드 시 좀처럼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 삼성을 상대로 퉁이는 6회말 대타 홈런으로 동점에 성공하며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했지만 야수들의 수비기 발목을 잡았습니다. 3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상수의 땅볼 타구에 3루수 천용지가 실책을 범하는 바람에 퉁이는 먼저 2실점했습니다. 4회초 무사 1루에서 신명철의 타구는 안타로 기록된 깊은 타구였으나 유격수 쉬싱지에가 포구와 송구 둘 중 하나만 원활히 했다면 아웃 카운트를 늘릴 수 있었습니다. 계속된 무사 1, 2루에서 강봉규의 희생 번트는 타구가 빨라 투수 판웨이룬이 3루에 승부할 경우 포스 아웃 상황이며 2루 주자 박석민이 3루를 향해 절반도 못 가 충분히 아웃 처리할 수 있었지만 1루에 송구하는 소극적인 수비로 추가 실점을 자초했습니다.

9회초는 2사 3루 배영섭 타석에서 네 번째 투수 왕징밍은 초구에 폭투를 범해 6점째가 되는 쐐기점을 허용했습니다. 왕징밍의 투구가 바운드가 튀지 않고 굴러 포수 가오즈강이 처리하기 쉽지 않았지만 3루에 주자가 있는 실점 위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리를 벌리고 미트만 갖다대는 것이 아니라 무릎을 꿇고 다리를 모으며 몸으로 막는 적극적인 블로킹이 필요했습니다. 삼성과 소프트뱅크의 경기에서 삼성의 수비가 소프트뱅크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삼성과 퉁이의 경기에서는 퉁이의 수비가 삼성에 비해 못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수비 기본기가 그 나라의 야구 수준을 입증한다고 하면 일본, 한국, 대만의 수준 차이는 아직 분명합니다.

삼성은 소프트뱅크전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고 퉁이전에 집중해 승리한다는 시나리오를 적중시키며 화요일 저녁 벌어지는 결승전에 진출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의 중심 타선이 모두 안타를 기록하며 살아난 것이 고무적입니다. 삼성이 소프트뱅크를 상대로 예선의 참패를 설욕하며 한국시리즈 우승팀 최초의 아시아 시리즈 우승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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