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 보도를 두고 “언론이 온 국민을 상대로 범인이 누구냐 게임을 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손정민 군이 사망한 채로 발견된 지난달 30일부터 10일 오후 6시까지 포털 다음에 송고된 기사는 2340건으로 집계됐다. 김완 한겨레 기자는 12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하나의 사건에 열흘 동안 2340건의 기사를 쏟아낸 건 국정농단 사건 수준의 보도량”이라며 “과연 그렇게 많은 기사를 써야 할 만큼 문제 있는 사안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 '한강 대학생 사망' 키워드를 검색한 결과

관련 보도량은 경제지가 일간지보다 월등히 많았다. 연합뉴스 61건, 머니투데이, 이데일리 등 경제지는 100건 가량 기사를 썼다. 한겨레는 4건 보도했다. 김 기자는 “사회 기사를 많이 쓰지 않는 경제지가 연합뉴스의 1.5배가량 기사를 썼다는 것은 온라인상에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한 보도로 볼 수 있다”며 “기사 키워드를 검색해보니 CCTV, 신발, 핸드폰 등으로 언론들은 마치 이 사건에 단서가 있는 것처럼 미스터리하게 쓰고 있다. 온 국민을 상대로 ‘범인이 누구냐’ 게임을 언론이 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내용의 보도가 쏟아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 기자는 “클릭 장사를 위해 복(사)붙(여넣기)기사를 다량으로 생산하면서 언론의 '진실규명'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겠냐”며 “취재가 사라지면 언론의 사회적 기능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경찰이 수사 중이라 공식 확인을 안해주니 언론이 유가족들의 이야기만 듣고 기사를 쓰고 있다"며 "유가족 입장에서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지만 언론이 확인취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사를 쓰고, 수사가 보도를 해명하는 방향으로 가서 행정력이 낭비되고, 언론은 또 경찰 수사가 더디다고 지적하며 사회적 불신을 조장하는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언론보도들이 거의 단정짓는 식으로 가고 있다"며 "심지어 ‘댓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말까지 보도되고 있다. 보도해야될 것과 하지 말아야될 것을 걸러내지 못하는 보도 행태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경영 KBS 기자는 2001년 9·11 테러 당시 미국 언론의 보도행태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최 기자는 “911 테러 났을 때 한국의 신문사와 방송사가 가장 오래 사고 장면을 보여줬다. 미국과 유럽 언론은 이를 보도하다 멈췄다”며 “언론이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데 타매체가 보도하고 장사가 되니 따라가는 측면이 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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