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트뱅크 호크스 아키야마 고지 감독(좌) 대만 퉁이 루원셩 감독(우) ⓒ연합뉴스
일본 시리즈 우승팀 소프트뱅크가 대만 대표 퉁이와의 경기에서 3회말 잡은 리드를 끝까지 지키며 6:5로 신승했습니다. 상위 타선의 집중력과 후지오카, 아라카키로 이어지는 계투진의 호투가 승인입니다.

초반부터 경기 흐름은 크게 요동쳤습니다. 양 팀 공히 선발 투수가 조기 강판되는 가운데 공격에서 아쉬운 플레이를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1회말 소프트뱅크는 마쓰다의 중전 적시타로 선취 득점했으나 계속된 1사 1, 3루 기회에서 1루 주자 마쓰다가 퉁이 선발 글린의 견제구에 걸려 아웃되어 흐름을 끊었고 소프트뱅크는 추가점을 얻지 못했습니다.

2회초에는 퉁이가 장타이샨의 2타점 적시 2루타로 2:1로 역전했으나 계속된 무사 1, 2루 기회에서 가오즈강이 희생 번트에 실패해 2루 주자 장타이샨이 3루에서 포스 아웃되는 바람에 도망갈 기회를 날렸습니다. 가오즈강은 대만을 대표하는 노련한 포수이지만 결정적인 번트 실패로 재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이후 퉁이는 엉성한 수비로 자멸했습니다. 3회말 무사 1, 2루에서 혼다의 희생 번트를 포구한 글린이 3루에 악송구하면서 2:2 동점이 되었는데 동일한 2회초 무사 1, 2루 상황에서 퉁이의 번트 및 소프트뱅크의 수비와는 대조적인 양상이었습니다. 이것이 일본과 대만 야구의 수준 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퉁이가 소프트뱅크의 공격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제구가 흔들리고 실책을 범하며 스스로 무너진 글린을 강판시키는 것이 최선이었으나 퍼시픽리그 타격왕 우치카와를 상대로 마운드에 둔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글린은 우치카와에 2타점 적시타를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고 이후 퉁이는 역전은커녕 동점도 만들지 못하고 패했습니다.

5회말 퉁이의 2실점 역시 실책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우치카와의 평범한 땅볼을 2루수 린즈샹이 포구하지 못하는 실책을 범하며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5회초 대타로 투입되어 삼진으로 물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린즈샹이 5회말 수비에 나가자마자 실책을 범한 것입니다. 내야수가 흔들리니 마운드의 투수들 또한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5회말에 등판한 퉁이의 세 명의 투수는 도합 한 개의 안타밖에 내주지 않았지만 사사구 3개로 2실점해 6:2로 벌어졌습니다.

승리한 소프트뱅크 역시 뒷맛이 개운치 않았습니다. 8회초 야수들을 대거 교체하며 여유를 부렸지만 9회초 2사 후 양야오슌이 2개의 사사구를 내주며 위기를 자초한 후 구원 등판한 좌완 사이드암 셋업맨 모리후쿠가 연속 적시타를 허용해 6:5까지 쫓겼습니다. 주니치와의 일본시리즈 4차전에서 6회말 무사 만루에 등판해 삼자 범퇴 무실점으로 대활약한 모리후쿠가 단 한 개의 아웃 카운트도 잡지 못한 채 무너진 것입니다. 이후 가나자와가 역전 위기에서 궈타이치를 범타 처리하며 승리를 지켰지만 소프트뱅크로서는 필승계투진의 마하라와 폴켄버그의 공백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금요일 경기는 한국시리즈 우승 팀으로서 아시아 시리즈 첫 우승을 노리는 삼성에게는 최선의 결과입니다. 우선 소프트뱅크가 퉁이에 승리를 거둔 것부터 만족스러웠습니다. 만일 퉁이가 예상을 뒤엎고 소프트뱅크에 승리할 경우 순위가 꼬이게 되어 삼성이 소프트뱅크에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결승전에 진출한다 해도 홈팀 퉁이와 우승을 놓고 다투는 부담스러운 대진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소프트뱅크가 승리해 삼성은 설령 내일 소프트뱅크와의 경기에서 패하더라도 일요일 경기에서 퉁이를 잡으면 결승에 진출할 확률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소프트뱅크와 퉁이 모두 투수진을 상당히 소모하며 전력을 노출한 것 역시 유리합니다. 소프트뱅크는 가장 믿을만한 셋업맨 모리후쿠가 난타를 당했고 오바 역시 불안했습니다. 퉁이는 거의 모든 투수들의 제구가 전반적으로 불안했습니다. 따라서 삼성은 국내 리그 8개 구단 중 가장 뛰어난 선구안을 앞세워 퉁이 투수들을 괴롭힌다면 의외로 낙승할 수도 있습니다.

삼성은 토요일 한국 시각 1시부터 소프트뱅크와 아시아 시리즈 2차전을 치르는데 금요일 밤늦게까지 경기를 치른 소프트뱅크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의 상위 타선은 고쿠보와 마쓰나카가 제외되었으나 여전히 강력했습니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던 선발 이우선이 부담스러운 소프트뱅크의 상위 타선을 막아낼 수 있을지 여부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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