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가수 정준영 씨를 2016년 불법촬영 혐의로 고소했던 피해자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성범죄 기사에 대한 포털 댓글 비활성화를 요구했다. 피해자는 고소 당시 유명 연예인인 정 씨와의 장기 소송전에 대한 부담 등으로 고소를 취하했으나 이내 2차가해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는 5일 <성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변화를 촉구합니다. 더 이상의 2차가해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에서 ▲인터넷 포털 성범죄 뉴스 댓글 비활성화 ▲성범죄 2차가해 처벌법 입법 ▲민사소송 과정 중 범죄 피해자에 대한 개인정보보호 관련 입법 등을 요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홈페이지 갈무리

피해자는 "2016년 당시 저는 성범죄 피해자가 되었다는 사실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가해자의 역고소에 대한 두려움, 연예인과 장기 소송전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인해 고소를 취하했다"며 "과거에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제 목소리를 낼 용기가 부족하였으나, 이제는 사실이 아닌 내용을 바로잡고 우리 사회에 2차 가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저는 정준영 사건으로 언론에 다수 언급되면서 무수히 많은 악플에 시달리게 되었다.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의 악플들로 인해 머리속에서 저를 욕하는 환청이 들려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고 학업도 지속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수사진행 중에 사건이 보도되면 피해자가 댓글을 보고 사건 진행을 포기하거나 자신을 탓하고 가해자에게 죄책감을 가지는 등 비이성적 판단을 할수도 있다. 피해자를 비난하고 의심하는 수많은 댓글이 달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정 씨 사건이 불거진 2016년과 2019년 '정준영 동영상', '정준영 고소녀', '피해자 리스트' 등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것을 보면서 "동영상 유출을 우려해 고소를 했던 피해자의 불법촬영 동영상을 찾는 네티즌의 가해 행위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더이상 살아 있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2021년 현재에도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각종 2차가해 행위는 여전히 만연하다. 피해자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비난·의심, 그리고 불법 촬영 동영상을 찾아보는 행위 모두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2차가해 행위"라며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적 울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6년 정 씨는 여자친구의 신체를 불법촬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해명 기자회견에 나섰고, 피해자가 소를 취하하자 방송활동을 재개했다. 당시 언론보도에 대해 피해자는 "언론은 저를 '정준영의 변심으로 홧김에 우발적 고소한 자'와 같은 자극적 표현으로 소비했고, 저를 '합의하에 동영상 촬영'한 사람으로 기정 사실화하기도 했다"며 "이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며 상황 탓에 고소를 취하한 참담한 제 심정에 두 번 칼을 꽂는 2차가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는 '클럽 버닝썬 사건' 관련 이른바 '정준영·승리 카톡방' 내용을 공개한 언론에 대해 "피해자를 가십거리로 소모했다. 어떠한 공익의 가치도 없으며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배려 없는 보도임과 동시에 피해자를 모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4월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정준영·승리 카톡방' 언론보도에 대한 문제점을 조사한 결과 '시민의 알권리 충족보단 사회적 관음증을 부추기는 보도가 문제'라는 응답이 81.8%로 집계됐다. 이밖에 ▲문제에 대한 본질적 해결보다는 개인 차원의 비리 들추기에 국한된 보도(85.8%) ▲불법 촬영물 속 등장인물에 대한 추측 보도로 인한 2차 피해(83.6%) ▲피해자인 여성의 시각이 반영되지 않은 보도(80.5%) ▲뉴스가치, 중요성 등과 상관없이 쏟아지는 지나친 보도량(77.4%)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이 연예인의 사생활을 들추기에 급급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76.6%) 등의 응답이 나왔다.

한편,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정 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뒤늦게 경찰의 부실 수사가 드러났다. 2019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6년 정 씨 불법촬영 혐의를 수사한 성동경찰서 경찰관 A씨를 직무유기·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정 씨 변호사 B씨를 직무유기와 증거은닉 혐의로 기소의견 송치했다. A 씨와 B 씨가 공모해 사건증거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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