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비슷한 시기 사망한 두 20대 청년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달랐다. 한 청년의 죽음은 언론 보도가 쏟아내는 의혹에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산재 사망사고로 의심되는 한 청년의 죽음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난달 22일 대학생 이선호(23세) 씨는 평택항 부두에서 용역회사 지시에 따라 적재물 정리작업을 하다 개방형 컨테이너에 몸이 깔려 숨졌다. 6일 산재 사망사고를 주장하는 이선호 씨 유가족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 (사진제공=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고 직후부터 기자회견이 열린 6일 전날까지 중부일보와 기호일보 단 두 매체가 해당 사건을 보도했다. 중부일보는 지난달 23일 <평택항 부두서 컨테이너 적재함 작업하던 20대 근로자 사망> 단신 기사로 사망 소식을 전했다. 기호일보는 지난달 23일 <평택항 부두에서 20대 근로자 컨테이너에 머리 부딪혀 사망>에 이어 25일 <평택항 20대 사망사고, 역시나 안전불감증>, 30일 <반복되는 사고는 사고가 아니다> 기사를 게재했다.

‘고 이선호군 산재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를 다룬 보도는 이날 오후 1시 기준으로 4건(한겨레, YTN, MBC, KBS)이다. 기자회견에 앞서 이 군의 친구 김벼리 씨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언론의 관심을 호소했다.

김벼리 씨는 “친구가 산재로 사망했다. 안전관리 미흡, 시설물 불량, 무리한 작업지시, 즉각 신고하지 않고 원청에 보고를 거치는 시스템 등은 산재 사고의 전형적인 원인들”이라며 “내일 원청인 평택 동방 앞에서 10시 30분에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현재 보도량이 매우 적다(3건). 묻히지 않도록 관심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사망한 지 2주가 지났지만 이 군의 시신은 평택의 장례식장에 있다. 유가족들은 사고 책임자들의 사과와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컨테이너 구조물의 불량 의혹, 원청 직원의 무리한 작업지시, 사고 직후 3단계에 걸친 사내 보고로 인한 ‘늦장 대응’을 지적했다. 대책위는 ▲주식회사 동방의 책임 인정과 사과 및 재발방지책 마련 ▲노동부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중대 재해 조사보고서 공개 ▲평택항 내 응급치료시설 마련 등을 요구했다.

한편,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 손정민(22) 군 관련 보도는 쏟아지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 검색한 결과 ‘한강 실종’(632건), ‘손정민’ (555건), ‘한강 의대생’(188건) 등으로 집계됐다.

손 군은 지난달 25일 새벽 3~5시 사이 반포한강공원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고 한강수상 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잠을 자다 실종됐다. 사흘 뒤인 28일 부친이 자신의 블로그에 아들을 찾는 글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실종 소식이 알려졌다. 30일 실종 학생의 시신이 잠수교 근처 수중에서 발견됐다. 유족의 요청으로 국과수에서 부검이 진행됐고 5일 발인이 이뤄졌다.

한강 대학생 사망사건 관련 의혹 보도들

해당 사건은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많은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언론은 손 군의 죽음뿐 아니라 친구의 가족, 신상, 행동에 '미스터리'라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각종 의혹을 보도하고 있다. 손 군의 시신을 옮기는 장면까지 생중계하듯 보도됐다.

도진기 변호사는 한강 대학생 사망 보도와 관련해 6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언론은 선정적이고 재미를 추구하는 기준에 따라가고 있다. 상황 자체가 주는 의문이 분명히 있지만, 인터넷에서 흥미 위주로 올라오는 글이 있고 이를 받아쓰는 언론의 논조를 보면 실종자 친구의 행동을 미시적으로 분석해서 친구의 행동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 않나 하는 의혹을 보도하고 있다”며 “유족이 냉정하게 합리적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언론이 더 들떠서 앞서 나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두 청년의 죽음에 언론이 선택적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조회수 장사에 따른 보도행태”라고 설명했다. 신 처장은 “산업재해 사망 사건은 조회수나 관심이 쏠리지 않으니 보도를 안 하는 반면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의 경우 사건 초기 부모의 호소,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가며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신 처장은 “친구를 둘러싼 의혹, 유족이 제기한 의문들이 여과없이 보도되면서 하나의 흥미로운 사건처럼 왜곡됐다. 포털에 가장 많이 본 뉴스 상위 10개 중 7~8개를 차지할 정도"라며 "그럴만한 내용이 아닌데 언론이 이른바 장사 거리로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보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처장은 "유족이 바라는 건 정확한 수사를 통해 죽음의 원인을 밝혀달라는 것으로 언론이 이를 장삿속으로 활용하는 건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언론은 여론의 관심이 없더라도 반드시 밝혀내야 할 사회적 타살로 불리는 죽음들에 관심을 갖고 최소한의 보도를 해야 한다. 산업재해 사망 사건은 조회수가 높지 않다는 이유로 보도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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