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군입대 전 마지막 경기는 허망하게 끝났습니다. 그의 입장에서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외롭지 않았습니다. 그를 위해 팬들이 격려와 사랑의 마음을 담아 응원가를 불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팬들을 향해 그는 몇 번이나 쳐다보고 팬들의 사랑을 언제까지나 가슴 속에 담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경기는 끝났지만 그의 최선을 다했던 모습은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았습니다.

수원의 캡틴, 염기훈이 경찰청 입대를 앞두고 가진 마지막 경기는 K리그 챔피언십 준플레이오프로 치르는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수원은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3으로 패해 3년 만의 리그 우승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자연스레 올 시즌 경기를 모두 마쳤고, 염기훈 역시 목표 달성을 이루지 못하고 경찰청 입대를 하게 됐습니다.

마지막 경기, 어느 때보다 열심히 뛰었다

수원도 그렇고 염기훈 입장에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았던 한판이었습니다. 옛 친정팀이었던 울산을 상대로 염기훈은 활발한 측면 공격과 날카로운 패싱 플레이로 답답했던 수원 공격의 활로를 뚫는 데 제 역할을 다했습니다. 특히 적어도 주장으로서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을 거머쥐는 선물을 주고 떠나는 것이 의미 있다고 보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정규리그 때보다 더 열심히 뛰었습니다.

고개 떨군 주장, 하지만 응원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습니다. 아픔의 시작이 자신의 발로부터 시작됐다는 것도 안타까웠습니다. 1번 키커 마토의 성공으로 앞서 나갔지만, 2번 키커였던 염기훈의 실축 이후 수원은 거짓말같이 3번 키커 4번 키커도 모두 실축하는 불운을 겪으며 고개를 떨궈야 했습니다. 결국 울산의 승리로 끝났고, 염기훈은 오랫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며 아쉬워했습니다. 실축했다는 아쉬움, 그리고 목표를 이루지 못해 주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죄책감을 느끼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수원 서포터 그랑블루는 그런 주장을 쉽게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수원 선수들을 향해 '괜찮아'를 외친 그랑블루는 자신들을 향해 선수들이 인사하고 라커룸으로 들어가려 할 때 염기훈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즌 동안 주장으로서 최선을 다했던 염기훈에 대한 격려와 앞으로 군생활을 잘 하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었습니다. 수원 빅버드에 한동안 울려퍼진 염기훈 응원가에 내내 고개를 숙였던 염기훈은 곧바로 서포터석을 향해 두 차례 뒤돌아봤습니다. 끝까지 지지하고 성원해준 팬들이 고맙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팬과 선수가 보여준 감동적인 모습을 지켜보며 한동안 가슴 뭉클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염기훈이 팬들로부터 지지를 얻은 이유

그럴 만도 했습니다. 염기훈은 8월 수원의 주장을 맡으면서 제 몫을 톡톡히 했습니다. 원래 주장이었던 최성국이 승부조작 파문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상황에서 주장을 맡아 본인도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겠지만, 오히려 주장을 맡은 뒤 염기훈은 강한 면모를 과시하며 본인도 살고 팀 상승세도 주도했습니다. 8월 주장을 맡은 이후에만 5골-10도움을 기록했고, 9월에는 K리그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축구스타K'에도 선정됐습니다. 염기훈의 활약 속에 수원은 연승 무패 행진을 달렸고, 특히 지난달 3일 열린 FC 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는 1-0 승리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팬과의 소통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염기훈은 틈날 때마다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며 팬을 언제나 중시하는 자세로 그랑블루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면 팬들의 지지를 호소하면서 록밴드 응원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적극성 덕분이었는지 그랑블루는 처음으로 주장 염기훈을 위한 헌정곡, 응원가를 제작해 음원 배포를 하는 독특한 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또 알 사드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난투극 당시 알 사드 선수에 폭행당한 난입 관중을 가장 먼저 보호했던 것도 염기훈이었습니다. 팬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던 염기훈이었기에 팬들은 길지 않은 주장 기간 동안 강한 인상을 받았고 그를 응원하면서 지지할 정도가 됐습니다.

새로운 인생 앞둔 염기훈, 창창한 미래를 기대한다

지난해 남아공월드컵에서 큰 실수로 상당한 비난을 감수해야 했던 염기훈. 하지만 그는 올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고, '수원 주장 염기훈'이라는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인터뷰에서 “2년이 길 수도, 짧을 수도 있지만 떠나게 돼 아쉽다. 몸 관리를 잘 해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던 염기훈. 조금 어두웠던 터널을 뚫고 나온 그의 앞길이 더 창창해지기를 많은 팬들은 바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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