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비주류 당대표의 탄생이라고들 한다. 분명 전당대회 전에는 “세 후보 모두 친문”이라고 했는데 결과가 나오고 나니 평가가 좀 바뀌었다. 물론 친문 비문의 구도와 주류 비주류의 구분은 본질적으로 다른 측면이 있다. 송영길 후보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무계파’ 등을 언급한 영향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의 첫 행보는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충만한 듯하다. 방향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3일 국립현충원에 가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문재인 대표’ 시절부터의 전통이니 그러려니 한다. 방명록에 ‘자주국방 공업입국’이라는 구체적 언급을 한 것도, 기왕 ‘공’을 기려 참배하는 것이니 그런 언급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김종오 장군, 손원일 제독 묘역 참배에 대해 아들의 말을 빌어 “제복 입고 돌아가신 분들께 소홀했다, 세월호는 그렇게 하면서...”라고 한 건 의문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유가족과 6.25 전쟁영웅이 비교대상이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건 무슨 철학의 반영인가? 민심의 수용이라든가 국민통합 시도는 높이 살 만하지만 이런 인식은 결국 이런 행보가 ‘보여주기’에 그칠 것이라는 예감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좋지 않다.

변화는 노선의 전환으로 보여줘야 한다. 정파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낼 수 있는 것들만 ‘개혁’이라는 이름을 붙여 중요시 할 게 아니다. 힘 없는 사람들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개혁을 해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니 뭐니 하는 얘기로 시작하는 여당의 개혁은 온통 자기들이 더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들뿐이다.

정권 말기의 한계가 있지만 앞으로 정치세력으로서 어떤 개혁의 대의를 지켜 나갈 것인지, 지금까지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등이 전당대회 과정을 통해 논의 됐어야 했다. 그러나 전당대회의 최대 쟁점은 ‘문자폭탄’에 대한 태도였다.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을 자제시킬 것인지를 두고 “선출직이니 감내해야 한다”는 반론은 어이가 없는 얘기다. 문자를 마구 보내는데, 감내하지 않을 방법이 애초에 있는가?

‘문자폭탄’에 대한 문제제기는, 정치인이 그러한 것처럼 당원도 자기 당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집권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은 하지 말라는 얘기다. 당이 ‘서비스센터’가 아닌 이상 당연한 소리다. 당연한 소리에 대한 무의미한 반론인 “감내해야 한다”는 것은, ‘문자폭탄’과 자신이 이해를 같이 한다는 고백이다. 전당대회 결과를 보면 주류 일반과 ‘문자폭탄’들은 서로 생각을 달리하고 있는 듯하나, 노선의 문제에 있어서는 큰 차이점이 없다는 게 여기서 드러난다.

주류 일반과 ‘문자폭탄’의 가장 큰 인식차는 차기 대권주자에 관한 대목이다. ‘문자폭탄’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가장 강한 비토 정서를 갖고 있는 집단이다. 반면 당내 주류는 다소 포용적인 태도로 변화하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러시아 백신 도입론 등을 통해 이재명 지사와의 접점을 일부 만들었다. 이런 흐름을 볼 때 주류 일부의 ‘제3후보’ 띄우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이런 면에서 차기 대선을 앞둔 여당의 분열 가능성은 희박해졌다고 본다. 다만 앞서도 언급했듯 이게 실질적 개혁으로의 노선 전환으로 이어지게 할 준비는 전혀 돼있지 않은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새 대표(오른쪽)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예방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론으로 쏠리는 건 제1야당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김기현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이것은 예상됐던 일이다. 그러나 결선투표에 김태흠 의원이 올라간 것은 예상 외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논쟁이 불거지면서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았던 권성동 의원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영향이다. 탄핵 용인에 결정적 역할을 한 김무성 전 의원의 존재가 부각된 탓도 있을 것이다.

‘영남꼰대당’ 비판을 의식한 주호영 의원이 자신의 대표직 도전을 전제로 같은 영남 출신인 김기현 의원이 아닌, 강원 출신인 권성동 의원 지지를 호소했으나 전혀 먹히지 않았다. 당권의 향배는 수도권 출신이면서 ‘패스트트랙 결사 항전’의 주역인 나경원 전 의원 쪽으로 쏠리고 있다. 때마침 황교안 전 대표도 출판과 인터뷰, 농성장 방문 등 적극 행보를 통해 존재감을 피력하고 있다. 구 친박의 부활인가? 시간이 갈수록 이런 경향이 강해질 것을 깨달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합당 등 협상을 최대한 빨리 재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임시 당권을 잡고 있는 김기현 원내대표도 계파로부터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지만 강경론자인 것은 마찬가지다. 원구성 재협상을 주장하면서 법사위원장 자리를 ‘장물’로 표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애초 포기한 것은 국민의힘이라고 쏘아 붙이고 있으나 엄밀히 말하면 맞는 반론은 아니다. 국민의힘의 원구성 협상 포기 이유 역시 법사위원장 자리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기현 원내대표가 실질적인 원구성 협상이 가능하리라는 기대를 갖고 이런 주장을 하는 걸로 보이진 않는다. 법사위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하기 위해선 먼저 법사위의 ‘상원 기능’을 없애는 방안부터 얘기해야 한다. 여야 모두 언젠가는 한 번씩 다 했던 얘기다. 그러나 양쪽 다 이 논의에 진지하게 임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법사위원장을 갖는 쪽에서 보면 어쨌든 ‘상원 기능’이 있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양당의 극한대립은 불만족하는 지지층에 ‘반대’할 거리를 던져주는 동원 전략이라는 점에서 ‘적대적 공생’이란 차원이 분명하다. 이 전략에 동원되지 않는 계층은 이 정권의 잘못된 개혁이 낳은 정치적 괴물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기대를 걸어왔다. 그런데 윤석열 전 총장의 결심이 늦어지고 앞서 이유로 보수정치에 안착하는 방정식이 복잡해지면서 그마저도 열기가 식고 있다. 이건 한국 정치에 불행인가 다행인가? 결말이 정해져있는, 불행 속의 다행일 것이다.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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