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4·7 재보궐 선거 이후 ‘이대남’(20대 남성) 등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일부 정치인들에 대해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갈등으로 주목 끄는 정치방식은 굉장히 나쁘다”고 비판했다.

재보선 기간 국민의힘에서 ‘2030 마케팅’을 주도했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선거 이후 ‘이대남’ 프레임을 부각하고 있다. 20대 남성 표심을 현 정부의 여성 우대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하고 있다.

(사진=KBS)

권김현영 소장은 4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2017년 6월 문 정부 출범 당시 87%의 지지율을 보이던 20대 남성들이 지난해 4월 총선과 이번 보궐선거에서 지속적으로 빠졌다”며 “조국 사태에서 대학 비리 관련 이슈로 지지율이 한 번 빠지고 LH사태로 ‘아무리 노력해도 지켜나갈 수 없다’는 좌절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권김 소장은 ‘20대 남성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주장은 몇 가지 착시효과가 작용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권김 소장은 “20대 남성은 성차별로 인한 특권을 누린 세대가 아니라서 성평등 정책이 나오면 의무만 부가된다고 생각한다. 2009년 대학 입학 성비가 역전되고 2000년대 중후반부터 ‘알파걸’로 대표되는 여성 이미지가 퍼지다 보니 20대 남성들은 ‘성차별이 어딨는 거야’란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며 “문제는 20대 남성이 가진 생각과 달리 역차별이 정책으로 있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여성할당제는 2002년 없어졌고,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의 수혜자는 남성이었다는 것이다. 권김 소장은 “역차별로 부를 수 있는 건 ‘군대’로 군복무기간이 손실인가 인적자본 투자인가 따져보니 현역복무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취업준비 기간이 짧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며 “군 복무가 차별 경험이냐 직장 내 보상으로 주어지느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군대는 남성에게 희생이고 여성에게는 차별이다. 여성에게는 군 복무를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차별이 되기도 한다”며 “이를 근거로 서로 싸움붙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꺼낸 ‘남녀평등복무제’의 경우 논의가 촉발된 기저 심리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김 소장은 “남녀평등복무제 논의가 여자도 남자처럼 군대가서 당해보라는 심리에서 논의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군대 내 인권침해 문제가 있다면 개선해야 하는데 ‘내가 고생했으니 너도 고생해라’는 접근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남녀평등복무제가 도입된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경우 ‘성평등한 국가를 위해 군복무가 필요하다’는 목표에서 시작됐다. 이와 달리 한국의 도입 목적은 이스라엘처럼 더 나온 안보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권김 소장은 성평등한 군대를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닌 상태에서 남녀평등 복무제가 들어오게 되면 군내 성폭력·성차별 문제가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평등복무제 논의가 중단된 핀란드의 경우 여성 군 복무 인원 절반이 군 내 성폭력을 당했다는 수치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20대 여성에 대해 ‘성차별의 일상성에 분노하는 세대’라고 했다. 권김 소장은 “20대에 사회활동을 시작하고 30대에 임신과 출산으로 꺾이게 된다. 20대들은 구조적인 성차별은 개선됐지만, 문화적인 성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젠더 문제가 일상생활에 중요한 문제로 작용한다는 걸 깨달은 세대”라고 분석했다.

권김 소장은 젠더 갈등 이전에 성별 내 계층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2030 세대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차별이 강화된 세대다. 같은 임신·출산 문제를 마주해도 비정규직에 월 200만 원 미만을 받는 여성은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지지기반이 부족하다. 남성 역시 택배노동자, 배달원 등은 산업재해 문제가 심각한 계층이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적다.

권김 소장은 “이런 계층적 차이는 살펴보지 않은 채 젠더 갈등만 부각되고 있다”며 “경제위기 이후 높아지는 10·20세대의 우울증과 자살률 수치를 보면 이런 문제들을 지금의 기득권, 주류정치인들이 갈등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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