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난 1년간 쿠팡 물류센터 관련 업체에서 9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물류센터 노동자, 쿠팡 배송기사, 구내식당 조리보조원, 야간배송 기사 등이다. 언론은 단기·무기계약직으로 구성된 쿠팡 물류센터 노동실태를 조명했다. 이에 대한 쿠팡의 대응은 기자 개인을 상대로 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이었다.

쿠팡은 지난해 7월 충남 천안 목천물류센터 하청업체 노동자의 심정지 사건을 보도한 대전MBC 기자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다. 지난 2월에는 일요신문과 기자를 상대로 기사삭제와 억대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다. 쿠팡이 문제 삼은 박현광 일요신문 기자의 기사는 총 4건으로 미디어스가 관련 소장을 확인했다.

<“보건증 필요 없어요” 쿠팡·마켓컬리 식품위생법 위반 논란>(2020.09.24)
<[단독] 주 60시간 근무? 쿠팡, 배송인력 ‘쿠친’ 택배기사 전환 준비중>(2020.10.23)
<[단독] 쿠팡 인천6센터 세 번째 확진자 발생 사실 숨겨…집단 감염 우려>(2020.12.25)
<[단독] 쿠팡 물류센터 사망자, 영하 10도에 핫팩 하나로 버텨야 했다>(2021.01.14)

쿠팡 물류센터 (사진=연합뉴스)

■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는 '보건증' 사각지대?

박현광 일요신문 기자는 쿠팡의 신선식품 물류센터 종사자들이 수박, 바나나 등을 소분하는 일을 하면서 식품을 직접 만지고 있음에도 보건증 없이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쿠팡·마켓컬리 등 물류센터는 식품위생법상 사업자로 등록돼 있지 않아 위법은 아니지만, 식품위생업자에 해당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유형의 사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기사의 요지다.

기사에서 식약처 관계자는 "수박이나 바나나, 고구마, 감자 등은 농축산물이면서도 식품에 해당한다. 물류센터라고 하더라도 직접 이를 만지는 일 등을 한다면 보건증이 필요하다. 보건증 없이 일하다가 적발되면 사용자뿐 아니라 고용자도 과태료를 내야 한다"면서 "하지만 물류센터가 식품위생법상 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았다면 이를 단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쿠팡은 소장에서 신선식품 물류센터 종사자들은 식약처 유권해석상 의무적인 건강진단 대상이 아니고, 종사자들이 완전 포장 제품만 취급하고 있어 식품을 직접 만지고 있다는 기사의 내용은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박 기자는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기사화했다는 입장이다. 박 기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서면 인터뷰를 통해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사진·동영상 자료를 통해 물류센터 종사자들이 과일 등을 직접 만지고 있다는 점을 증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기사 취재 과정에서 박 기자는 수십 차례에 걸쳐 입장을 문의했으나 쿠팡 측은 답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기사가 게재되고 6일이 지난 2020년 9월 30일 관련 입장을 박 기자에게 밝혔다. 쿠팡측의 입장은 박 기자 기사에 반영됐다.

■ 자회사 인력 전환, '주 60시간 이상' 근무 가능성 제기하자 "근로기준법과 무관" 소송

박현광 기자는 쿠팡이 택배사업자 면허를 국토부에 신청, 자사 배송인력 '쿠팡친구'(쿠친·구 쿠팡맨)를 택배 회사인 물류 자회사 CLS로 전직시키려 한다고 보도했다. 박 기자는 쿠팡이 쿠친들에게 CLS로의 전직과, 전직 비동의 시 근무지 변경 가능성을 공지했다고 전했다. 이어 배송인력이 택배회사 종사자가 될 경우 주 60시간 이상 근무가 가능해져 쿠친들이 자회사 편입 후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은 소장에서 택배사업 신청은 배송인력 노동시간과 무관하고, 직원들에게 물류 자회사 CLS로의 전직을 강요한 사실도 없다며 기사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밝혔다. 쿠팡은 "피고들은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규정을 탈피하여 보다 많은 배송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택배사업을 시행하려는 속셈이라고 단정했다"며 "그러나 택배사업 진출 이유는 다양한 유형의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의 일환일 뿐이다. 기사 내용은 터무니없는 억측에 불과하다"고 했다. CLS 전직과 관련한 공지와 관련해 쿠팡은 택배사업 신청·허가를 위한 절차였을 뿐 실제 전직을 강요하거나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 불이익을 가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 기자는 해당 기사에서 쿠팡이 2020년 10월 11일 쿠친에게 보낸 CLS 관련 공지문을 소개했다. 쿠팡은 공지문에서 "CLS는 국토부의 지정 택배사 심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허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단, 허가를 받게 되어 CLS 전적이 이뤄진다면 동의서를 받을 계획이며, 동의하지 않은 직원은 타 캠프로 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미디어스와 전화통화에서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불이익을 실제로 주지 않았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박 기자는 "기사의 내용은 쿠팡이 CLS 배송 인력을 주 60시간 일하도록 강요할 것이라는 게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CLS 배송 인력은 주 60시간 이상 일할 수 있게된다는 것"이라며 "그에 따른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내용이다. 당시 입장을 묻는 말에 쿠팡은 'CLS로 전환된 쿠친들도 직고용, 주 52시간 근무 등 지금과 동일한 조건으로 근무하게 된다'고 짧게 답했고 이를 기사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기사에서 CLS로 쿠팡플렉스 배송물량이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일반인이 물건을 배송해주는 제도인 쿠팡플렉스의 단가가 높기 때문에 CLS로 관련 물량이 넘어갈 수 있고, 이는 CLS 직원들의 노동시간과 연결된 문제로 전직 공지를 받은 쿠친들이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쿠팡은 소장에서 쿠팡 로켓배송과 CLS 택배는 별개의 서비스로 운영된다며 쿠팡플렉스가 처리하는 물량을 줄여 CLS 인력이 처리하게 한다는 기사의 내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사실도 아니라고 했다.

박 기자는 "물론 쿠팡측 말대로 로켓배송과 CLS는 별개의 서비스로 운영될 수 있고, 그럴 경우 쿠팡플렉스 물량이 CLS 배송인력에게 넘어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하지만 아직 서비스 운영 형태가 명확히 나오지 않은 상황이고 쿠팡은 이에 대한 반박을 취재 당시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요신문 2020년 10월 23일 <[단독] 주 60시간 근무? 쿠팡, 배송인력 ‘쿠친’ 택배기사 전환 준비중> 갈무리

■ 쿠팡 코로나19 확진자 보도, 방역당국 확인해 보도해도 "사실 아니다"

박 기자는 쿠팡 인천6물류센터에서 2020년 12월 22일 두 번째 확진자와 세 번째 확진자가 나왔지만 쿠팡이 세 번째 확진자가 나온 사실을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아 집단 감염 우려가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박 기자는 세 번째 확진자가 출입자 발열체크 업무를 담당한 인원이었고, 쿠팡은 확진자 발생 시 물류센터 전 직원에게 이를 알려왔던 데다 인천6물류센터는 단층구조로 이뤄져 있어 물류센터 내 감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쿠팡은 소장에서 세 번째 확진자는 발열체크 업무를 담당하지 않았고, 쿠팡이 세 번째 확진자 확진 판정을 통보받은 시각은 2020년 12월 23일 오전 9시경이며, 접촉 의심 직원들에게 공지와 검사를 권고해 기사가 "명백한 허위사실 적시"라고 했다. 쿠팡은 인천6물류센터 전 직원에게 관련 사실을 공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시 물류센터가 폐쇄된 상태로 출근·방문 예정 인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방문금지에 대해 재차 안내할 필요가 없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박 기자는 세 번째 확진자에 대한 정보를 인천6물류센터 역학조사를 담당한 인천 중구보건소 감염병대응팀장에게 확인해 기사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관련 녹취를 증거로 제출할 계획이다.

박 기자는 "의심 증상으로 직원이 코로나19 검사만 받아도 전 직원에게 문자를 보내던 쿠팡의 평소 행동과는 달랐다. 집단 감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처였다고 생각된다"고 보도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박 기자는 "역학조사는 밀접접촉자를 분류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때문에 물류센터 직원들은 누가 어떤 공정에서 확진 받았는지 안내받을 필요가 있다"며 "실제 자신과 동선이 겹쳤는데 방역당국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 자진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박 기자는 취재 당시 쿠팡측에 세 번째 확진자 발생에 대해 문의했으나 "정부의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확진자 발생 사실에 대한 공지 및 사업장 방역 조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답변만을 받았다고 한다.

■ 동탄물류센터 노동자 사망… '영하 10도에 핫팩 1개' 거짓인가

지난 1월 11일 새벽 5시경, 쿠팡 경기 화성 동탄 물류센터 화장실에서 노동자 최 모씨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원인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추정된다. 추운 날씨는 급성 심근경색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지병이 없었던 최 씨는 함께 일하던 언니 A씨를 휴게실에서 한 시간가량 기다리다 A씨와 함께 간 화장실에서 쓰러졌고, 이후 숨이 멎었다.

박 기자는 당시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동탄 물류센터는 난방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곳이었고, 노동자들은 핫팩 1개로 10시간 이상의 근무에 나서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박 기자는 동탄물류센터 복수의 직원 발언을 인용해 직원들이 느끼는 난방·노동실태를 전하기도 했다. 한 직원은 기사에서 "특히 고인 최 씨가 일했던 출고 파트는 다음날 받을 수 있는 로켓배송 때문에 더더욱 관리자들의 재촉이 심한 공정이다. (관리자가) 한 시간에 한 번씩은 와서 재촉하고 직접 안 오면 안내 방송으로 번호를 부르며 재촉하기도 한다"며 "사실 난방을 안 트는 이유가 어쩔 수 없이 일을 빨리하라는 의도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쿠팡은 소장에서 동탄물류센터 내 보온조치를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안전한 상품 보관 등을 위해 직접적인 난방이 어렵지만 식당·휴게실·화장실 등 별도의 휴게 공간에 냉난방 설비를 설치·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겨울철에는 핫팩을 지급하고 개인 방한의류와 보온물통 반입을 허용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개인용 핫팩을 휴대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직원 도난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작업속도를 높이기 위해 난방을 안 트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직원의 말에 대해서는 "쿠팡을 호도했다"고 했다.

KBS 1월 19일 <쿠팡 50대 노동자 사망…영하 10도에 ‘핫팩’ 하나로 버텼다> 보도화면 갈무리

박 기자는 "영하 10도 아래의 한파경보가 발령된 상태에서 핫팩을 1개 지급하든 2개 지급하든 쿠팡이 보온조치를 제대로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쿠팡은 휴게 공간에 냉난방 설비를 설치·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고인이 된 최 씨가 언니를 기다리던 휴게실은 당시 설비가 고장난 상태였다. 쿠팡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쉴 시간이 없어 별도의 시설에 냉난방 설비를 설치·운영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기사는 물류센터 직원들이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화장실에 포스트잇을 붙였으나, 관리자들이 포스트잇을 회수하고 화장실을 폐쇄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쿠팡은 경찰 수사에 협조하기 위한 현장 보존 목적으로 화장실을 폐쇄했고 포스트잇은 청소사원이 임의로 제거한 것이라며 박 기자가 쿠팡을 비인간적 기업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화장실이 폐쇄됐고 직원들이 추모의 의미로 붙인 포스트잇이 제거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쿠팡은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에 난방도 하지 않고 핫팩을 직원 한 명당 한 개씩 지급하는 기업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 직원들은 마음대로 화장실도 갈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동탄물류센터 난방 문제 등에 대해 쿠팡은 박 기자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쿠팡은 기사가 나간 뒤 서면으로 관련 입장을 밝혔고, 박 기자는 이를 반영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쿠팡 규탄 외신기자회견. (왼쪽부터)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권영국 쿠팡피해대책위원회 공동대표, 목천 물류센터 사망자 유가족, 대구 물류센터 사망자 유가족, 박현광 일요신문 기자.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 기자 개인 상대 줄소송… "언론 재갈 물리기"

박 기자는 "2020년 9월·10월·12월, 2021년 1월 기사에 대한 명예훼손을 2월에 제기했다"며 "그 사이 적극적인 반론요청이나 언론중재위를 통한 해명도 없었다는 점에서 언론 재갈 물리기의 일환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지난달 20일 쿠팡 사망사고 유가족을 비롯한 쿠팡피해자지원대책위위원회,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이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연 기자회견에서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 기자는 "쿠팡측에 물어보니 일요신문 기자가 직원들을 괴롭혔고, 30여개의 기사에서 거짓된 정보를 많이 적었으며 수정을 요구했지만 수정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며 박 기자에게 입장을 물었다.

박 기자는 직원들을 괴롭혔다는 쿠팡 측 답변에 대해 "기자로서 모욕적"이라며 "연락을 하면 답을 주겠다고 하고 차단을 했다. 전화를 받지 않아 계속 전화한 것을 괴롭혔다고 하는 것 같은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권영국 쿠팡대책위 공동대표(변호사)는 "기자 개인을 대상으로 거액의 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개인을 위축시키기 위한 목적의 매우 악의적인 '전략적 봉쇄소송'"이라며 "언론인들에게 재갈을 물리기 위한 의도로 소송을 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쿠팡이라는 한국 신생기업은 내부적으로 심각한 노동착취와 살인적 노동환경을 방치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이런 실태를 고발하고자 하는 언론인의 활동을 금력을 동원해 방해하는 악질적 행태를 보여왔다. 쿠팡이 글로벌 기업을 자처하는 이상 어떻게 기업가치를 높이고 있는지 국제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미디어스는 쿠팡 측에 '언론 재갈물리기'라는 비판과 반론·언론중재위 등을 통한 적극적 소명절차를 밟지 않고 소송으로 직결한 이유 등을 문의했으나 쿠팡 측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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